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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유통단계 확 줄인 ‘DTC 스타트업’이 뜬다

임정욱의 스타트업 스토리
저렴한 가격에 남성 면도제품을 정기배송해주는 미국 ‘달러쉐이브클럽’. [사진 각 업체]

저렴한 가격에 남성 면도제품을 정기배송해주는 미국 ‘달러쉐이브클럽’. [사진 각 업체]

복잡한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DT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서비스) 브랜드가 뜨고 있다. 최근 글로벌 창업 관련 잡지 인크(Inc.)에 따르면 거품 없는 가격에 좋은 품질의 안경을 온라인을 통해서 판매하는 스타트업 ‘와비파커’가 부상한 이래 미국에서는 2012년부터 와비파커 같은 DTC 스타트업이 400개 이상 등장했다고 한다. 그 사이 3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DTC 스타트업에 몰렸다.
 
이들 스타트업은 잘 알려진 대기업 브랜드제품을 백화점, 할인점 등 거대 유통업체를 통해서 사는 데 익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디지털 네이티브’로 인터넷으로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아 사는 데 익숙한 20~30대의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안경 판매 브랜드 와비파커. [사진 각 업체]

온라인 안경 판매 브랜드 와비파커. [사진 각 업체]

DTC 스타트업 중에서는 와비파커가 대표적이다. 2010년 지나치게 비싼 안경을 온라인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저렴하게 팔아보자고 시작한 와비파커는 수백 달러에 팔리는 안경 가격을 95달러로 낮췄다. 온라인에서는 직접 안경을 써보지 못하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와비파커는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고른 샘플 안경을 5개까지 배달받아 사용해 본 뒤 최종적으로 마음에 드는 안경을 결정하는 ‘홈 트라이 온(home try on)’이란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브랜드가 충분히 알려지고 나자 와비파커는 거꾸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미국 전역에 100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 중이다.
 
달러쉐이브클럽은 2011년 마이클 두빈이 LA에서 창업한 회사다. 많은 남성이 원가는 얼마 안 되는데도 20불 이상 주고 유명브랜드 면도기를 사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달러쉐이브클럽은 월 몇 달러 안 되는 가격에 매달 새 면도날과 면도기, 면도용 거품을 정기배송해주는 사업모델로 시작했다. 이런 사업 모델을 홍보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2500만뷰를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장안의 화제가 됐고 덕분에 가입자를 300만명 넘게 끌어모았다. 이들을 눈여겨본 유니레버는 2016년 10억 달러(1조850억원)에 달러쉐이브클럽을 인수했다.
 
침대 매트리스를 상자에 압축 포장해 배송해주는 캐스퍼. [사진 각 업체]

침대 매트리스를 상자에 압축 포장해 배송해주는 캐스퍼. [사진 각 업체]

캐스퍼는 2014년 시작한 침대 매트리스 회사다. 기존 매트리스는 침대 가게에 가서 잠깐 누워본 뒤 구매를 결정한 뒤, 힘들게 배달받거나 직접 운반해 설치하는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캐스퍼는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면 매트리스를 압축해서 작은 박스에 담아 보내준다. 간편히 집안까지 옮길 수 있다.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0일 내 무료 반품도 가능하다. 캐스퍼는 창업 4년 만에 연간 6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됐다.
 
이들 DTC 스타트업들은 예전에는 테크 회사만 받는 줄 알았던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아서 고속 성장하고 있다. 여행용 수트케이스를 만드는 어웨이, 조립이 가능한 저렴한 소파인 버로우, 인기 있는양모 소재 운동화를 만드는 올버즈 등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쑥쑥 성장하는 회사들이 많다.
 
그럼 이런 DTC 스타트업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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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중간단계 없이 온라인으로 직접 고객과 연결한다. 예전에는 대형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입점하거나 자체 유통 대리점을 갖지 않고서는 이런 물건을 판매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DTC 회사들은 직접 디자인해 만든 제품을 자체 사이트를 통해서 판매한다. 중간 단계의 거품을 뺀 가격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기존 구매 과정의 불편함을 연구해 꼭 필요한 기능만 넣은 단순한 제품을 쉽게 구매해 배달받을 수 있도록 최적화한다.
 
둘째,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만들어 낸다. 전통매체를 보는 것보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을 보는 것을 더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DTC 회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입소문을 만들어 고객을 늘린다. 침대 매트리스를 압축해 상자에 담아 배송하는 캐스퍼는 수많은 팔로워들을 거느린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캐스퍼 박스를 여는 모습을 공유하도록 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캐스퍼 구매 고객들이 박스를 열고 매트리스를 여는 언박싱(Unboxing)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공유하는 것 자체가 유행이 됐다. 캐스퍼로선 공짜로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셋째, 데이터 분석 결과에 기반한 성장 전략이다. LA에서 숙취해소음료 ‘모닝 리커버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82랩스의 이시선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을 통해 제품에 대한 실제 수요가 있는지 철저히 확인한 다음에 제품을 생산했다.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고객 반응 조사를 한다든지,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재구매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온라인을 통해 정밀하게 조사한 다음 제품 개발과 주문에 반영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는 DTC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와이즐리’는 달러쉐이브클럽처럼 면도날과 면도기를 싼 가격에 정기배송하는 스타트업이다. ‘코르크베어’는 무겁고 부피가 큰 매트리스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골프백 수준으로 압축해 상자에 담아 배송해준다. ‘트라이문’은 자체 브랜드로 온라인에서 여성구두를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기성세대는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이런 새로운 브랜드를 젊은 밀레니얼 세대는 SNS 입소문으로 접하고 쉽게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에서도 해외처럼 기존 대기업 브랜드를 위협하는 DTC 브랜드가 머지않아 나오지 않을까.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jlim@startupal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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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