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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최저임금 절충에 … 노사 갈등만 증폭

근로자 A씨의 임금은 월 227만원이다. 기본급 157만원(2018년 월 최저임금), 상여금 50만원과 복리후생비 20만원이다. 지금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기본급만 따진다. 2019년 최저임금을 10%(15만7000원)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회사도 내년에 A씨의 임금을 15만7000원 이상 올려 줘야 한다.
 

산입 범위 늘렸지만 또 다른 논란
대기업, 상여금 실제 반영 어렵고
영세업체는 상여금 없어 효과 의문

노동계, 최임위 위원 총사퇴 시사
정부·여당서도 속도조절론 나와

앞으론 달라진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 초과분, 복리후생비(숙식비·교통비 등) 중 최저임금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그래픽 참조>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월 최저임금 157만원의 25%는 약 39만원, 7%는 약 11만원이다. 상여금 초과분 11만원(50만원-39만원)과 복리후생비 초과분 9만원(20만원-11만원)을 포함해 A씨가 받는 임금을 약 177만원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 경우 내년 최저임금 172만7000원(10% 인상 가정 시)보다 많기 때문에 A씨의 임금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과 수당을 제외한다. 연봉 4000만원이 넘는 대기업의 일부 직원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한 이유다. 대상도 지역·연령·업종 구분 없이 적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 비중이 23.6%로 가장 높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고, 적응 기간을 갖게 한 합의”라고 말했다. 일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해 온 중소기업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개정안은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상여금의 범위를 1개월로 한정했다. 상여금을 2~3개월 단위로 주는 회사도 많은데 1개월 단위로 주려면 취업규칙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선 취업규칙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노사 간 단체협약을 우선 적용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상여금 지급 주기를 2개월 이상으로 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 회사 입장에선 별도리가 없다.
 
자영업자나 영세업체도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상여금이 없거나 매우 적은 경우가 많아서다. 그 때문에 독일·일본·호주처럼 업종의 성격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쉽지 않다. 당장 노동계가 산입 범위 확대부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8일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기본급이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 161만5000명 중 22%는 상여금과 수당을 모두 더할 경우 최저임금을 넘어선다.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못 본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내년 최저임금 논의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법정 시한(6월 28일)까진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최임위는 아직 제대로 회의를 열지 못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와 최임위 운영을 연계할 움직임을 보인다. 이미 한국노총은 최임위 근로자위원 전원 사퇴를 시사했다. 민주노총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계가 최임위에 참여한다고 해도 내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산입 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됐으니 제대로 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와 여당 내에선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업주의 어려움을 분석해 목표를 신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2020년 1만원) 수정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7일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지급능력을 높여 주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국 단위 단체교섭처럼 매년 소모적인 대립이 반복된다”며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인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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