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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잃은 남원…'49명 정원' 공공의대에 기대 반 우려 반

[르포] 폐교 석달, 전북 남원 서남대 가보니 
서남대 의대 건물 현관문에 붙은 안내문. 지난 2월 폐교 이후 교내 모든 건물이 보안상 폐쇄됐다. 남원=김준희 기자

서남대 의대 건물 현관문에 붙은 안내문. 지난 2월 폐교 이후 교내 모든 건물이 보안상 폐쇄됐다. 남원=김준희 기자

전북 남원시 광치동 서남대학교 정문 옆에 서 있는 대학 간판. 남원=김준희 기자

전북 남원시 광치동 서남대학교 정문 옆에 서 있는 대학 간판. 남원=김준희 기자

폐허가 된 캠퍼스…청산 절차 본격화
 
"교직원은 저 혼자 남았습니다."
지난 23일 전북 남원시 광치동 서남대학교. 캠퍼스 곳곳엔 노란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 운동장엔 잡초만 무성했다. 재단 비리와 부실한 학사 운영으로 지난달 28일 폐교된 서남대는 말 그대로 '폐허(廢墟)'였다.
 
녹슨 표지판을 따라 도착한 의대 건물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현관문에는 '시설 보안상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거니 한 남성이 받았다. "총무팀에서 일했다"는 그는 "3월부터 교내 모든 건물을 폐쇄했다"고 했다. 현재 학교에는 '청산팀' 소속으로 바뀐 그만 근무한다. 이미 교수와 교직원 200여 명은 학교를 떠났다. 250억원(2년 4개월분)의 밀린 임금은 못 받았다.  
 
폐교된 서남대 캠퍼스에 서 있는 녹슨 표지판. 지난 23일 찾은 이 대학 운동장엔 잡초만 무성했다. 남원=김준희 기자

폐교된 서남대 캠퍼스에 서 있는 녹슨 표지판. 지난 23일 찾은 이 대학 운동장엔 잡초만 무성했다. 남원=김준희 기자

23일 찾은 서남대 캠퍼스 안엔 여름을 알리는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 남원=김준희 기자

23일 찾은 서남대 캠퍼스 안엔 여름을 알리는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 남원=김준희 기자

일자리 잃은 교직원 200여 명…체불 임금만 250억원 
 
권영호 전 서남대 부총장은 "설립자 이홍하(80)씨가 교비 333억원을 횡령하지 않았다면 서남대는 폐교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1991년 설립 이후 2012년 12월 이씨가 구속되기 전까지 교육부가 감사를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씨와 교육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교육부는 서남대와 이 학교를 운영하던 학교법인 서남학원에 대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 6명은 교직원 체불 임금 지급과 잔여 재산 인도 등의 업무를 맡는다.  
 
서남대 재산은 800억~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서남학원에 대한 청산 종결 후 잔여 재산은 정관에 따라 이씨 일가가 운영하는 신경학원(신경대)과 서호학원(한려대)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비리로 문을 닫은 학교법인의 잔여 재산이 기존 재단 일가에 넘어가지 못 하게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 묶여 있어서다.
 
서남대 의과대학 건물 현관문이 자물쇠로 채워져 있다. 서남대 의대생 306명은 전북대(전주)와 원광대(익산)에 특별 편입학했다. 남원=김준희 기자

서남대 의과대학 건물 현관문이 자물쇠로 채워져 있다. 서남대 의대생 306명은 전북대(전주)와 원광대(익산)에 특별 편입학했다. 남원=김준희 기자

서남대 재산, 비리 재단에 넘어가나…교육부 "국고로 환수할 것" 
 
교육부는 이씨가 횡령한 333억원에 대해 사학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국고로 환수할 방침이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장은 "부실 채권도 잔여 재산과 함께 귀속된다고 보고, 서남대 잔여 재산을 귀속 받는 쪽에 (이씨가 횡령한) 333억원을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를 둘러싼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서남대 학부생 1300여 명(올 2월 졸업생 제외)은 전북·충남 지역 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남대 의대생 309명은 전북대(전주)와 원광대(익산)로 특별 편입학했다.
 
서남대 의대 건물에 붙은 대자보. 지난해 12월 이 대학 교직원들이 교내 곳곳에 붙였다. 교육부의 폐교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내용이 담겼다. 남원=김준희 기자서남대 의대 건물에 붙은 대자보. 지난해 12월 이 대학 교직원들이 교내 곳곳에 붙였다. 교육부의 폐교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내용이 담겼다. 남원=김준희 기자
주변 상가 초토화…공공의대 유치로 숨통 
 
서남대 주변 상점 대부분도 문을 닫았다. 장광언(75)씨 부부가 10년간 운영하던 백반집 '서남고을'도 지난 3월 휴업했다. 장씨 부부는 "상점은 죄다 비었고, 사람은 우리만 남았다"고 했다. 율치마을 등 원룸촌도 직격탄을 맞았다. '태산원룸' 양태환(80)씨는 "전체 방 18개 중 4개만 노동자들이 산다"고 했다.
 
서남대 폐교로 충격에 빠진 지역 주민들은 남원에 국내 첫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 설립된다는 소식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공공의대는 정부가 학생들에게 학비 전액과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고, 학생은 졸업 후 최소 9년 이상 공공의료 분야에서 의무 복무토록 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1일 공공의대 설립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022~2023년 개교가 목표다.
 
서남대 후문에 있는 식당들. 폐교 전후로 모두 문을 닫았다. 남원=김준희 기자

서남대 후문에 있는 식당들. 폐교 전후로 모두 문을 닫았다. 남원=김준희 기자

서남대 후문에서 10년간 학생과 교직원에게 백반을 팔던 '서남고을' 내부 모습. 지난 3월 휴업한 서유순(70·여)씨가 식당 안 건조대에서 빨래를 걷고 있다. 남원=김준희 기자

서남대 후문에서 10년간 학생과 교직원에게 백반을 팔던 '서남고을' 내부 모습. 지난 3월 휴업한 서유순(70·여)씨가 식당 안 건조대에서 빨래를 걷고 있다. 남원=김준희 기자

내친김에 보건계열학과 신설 바라는 남원시  
 
공공의대가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추진되다 보니 '침체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엔 미미하다'는 회의론도 있다. 남원시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8만3281명으로 2000년 10만3571명에서 2만 명이 줄었다. 인구 붕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이 때문에 남원시는 장기적으로 의대뿐 아니라 간호·응급구조·물리치료·치위생 등 보건계열학과 신설을 바라고 있다. 이런 구상에 대해 남원시장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환주(58·현 남원시장), 민주평화당 강동원(65·전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김영권(71·전 국가정보원 이사관), 무소속 박용섭(62·전 남원시 안전경제건설국장) 후보 간 이견은 없다고 남원시는 보고 있다.  
 
서남대 인근 율치마을에서 '태산원룸'을 운영하는 양태환(80)씨가 빈 방들을 가리키고 있다. 양씨는 "예전엔 빈 방이 없어 난리였는데 지금은 방 18개 중 4개만 찼다"고 했다. 남원=김준희 기자

서남대 인근 율치마을에서 '태산원룸'을 운영하는 양태환(80)씨가 빈 방들을 가리키고 있다. 양씨는 "예전엔 빈 방이 없어 난리였는데 지금은 방 18개 중 4개만 찼다"고 했다. 남원=김준희 기자

공공의대 후보지 4곳…복지부-남원시 '동상이몽'
 
현재 공공의대 신축 부지로 거론되는 곳은 서남대를 비롯해 용정동 신생마을, 남원의료원, KT&G 남원원료공장 등 4곳이다. 복지부는 지난 3일 남원을 방문해 후보지들을 둘러봤다. 공공의대 확장을 염두에 둔 남원시는 신생마을을 선호한다. 남원의료원과 2.4㎞ 떨어져 있지만, 넉넉한 시유지(5만 평)가 있어서다.
 
의대만 고려하는 복지부는 남원의료원을 확장하거나 의료원 인근 KT&G 공장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남대 정문 앞 국립공공의료대학(원) 남원 유치를 환영하는 현수막. 남원 시내 곳곳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남원=김준희 기자

서남대 정문 앞 국립공공의료대학(원) 남원 유치를 환영하는 현수막. 남원 시내 곳곳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남원=김준희 기자

전북도-남원시 "남원의료원 국립화 승격" 한목소리 
 
서남대는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양노식 남원시 인재양성계장은 "기존 학교 부지와 건물을 활용할 수 있지만, 청산 절차 등 걸림돌이 많아 2022년 개교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했다.
 
전북도와 남원시는 국립중앙의료원과 남원의료원을 공공의대의 부속병원(대학병원)으로 활용하되 현재 도립인 남원의료원의 국립화 승격을 주장한다. 인력·시설·장비를 확충해야 의대 학사 운영이 효율적이고, 이론과 실습이 통합된 의대 교육 흐름에도 맞아서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은 "남원의료원이 국립으로 바뀌면 환자와 가족 등 유동 인구가 몰려 남원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북도는 남원시와 달리 보건계열학과 신설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미 공급 과잉이어서다.  
 
전북 남원시 고죽동 남원의료원 전경. 공공의대가 들어서면 부속병원(대학병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도와 남원시는 현재 도립인 남원의료원의 '국립화 승격'을 주장한다. 남원=김준희 기자

전북 남원시 고죽동 남원의료원 전경. 공공의대가 들어서면 부속병원(대학병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도와 남원시는 현재 도립인 남원의료원의 '국립화 승격'을 주장한다. 남원=김준희 기자

전북 국회의원 10명 "4년제 의전원보다 6년제 의대가 적합"  
 
복지부는 현재 공공의대를 6년제 의과대학으로 설립할지, 4년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할지 교육부와 협의 중이다. 최근엔 복지부(의대)와 기획재정부(의전원)가 의견이 갈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이용호(남원·임실·순창) 의원 등 전북 지역 국회의원 10명 전원은 지난 24일 공동 성명을 통해 "공공의대는 졸업 후 전공을 살리기 어려운 의전원보다 직접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체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에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요구하면 정부가 부담을 느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원=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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