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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식히는 착한 투자, 돈도 더 번다

생태학(Eco-logy)과 경제학(Eco-nomics)이 같은 어원(Eco)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에코(Eco)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온 단어로 ‘집’을 뜻합니다. 이제는 우리의 집인 지구를 지키는 일이 인간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에코노믹스]는 자연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탈석탄 펀드 등 환경을 고려한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페른]

탈석탄 펀드 등 환경을 고려한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페른]

독일의 자동차회사 폭스바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가스프롬, 중국의 국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 연기금 운용사가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는 것이죠.
 
그 회사는 사회책임투자의 선진국인 노르웨이 최대 자산운용사 스토어브랜드입니다. 9만여 명의 개인과 250곳의 기관고객을 보유하면서 800억 달러에 이르는 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100여 개 기업에 1조 3300억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석탄 채굴 현장. [사진 페른]

석탄 채굴 현장. [사진 페른]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스토어브랜드의 투자 방식은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매출의 30% 이상을 화석연료 분야에서 올리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2년 뒤인 2015년에는 세계 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습니다.

 
스토어브랜드는 기후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지속가능성이 낮은 기업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습니다. 담배나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도 마찬가지죠. 현재 전 세계적으로 191개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데요. 포스코, 포스코대우, 고려아연 등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은 수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회사가 더 주목받는 건 착한 투자 방식으로도 일반 투자 못지않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 대표 상품인 비화석연료펀드(Fossil Free Fund)는 2016년 4월 출시 이후 2년 만에 39%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5일 한국을 방문한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용 대표를 만나 직접 물었습니다.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용 대표. [사진 스토어브랜드]

얀 에릭 사우게스타드 스토어브랜드 자산운용 대표. [사진 스토어브랜드]

 
화석연료 기업들을 투자에서 배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구 온난화를 2도 이하로 제한하려는 세계적인 목표가 현실화된다면 많은 화석연료 자원의 재정적 가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런 기업들을 배제한 건 화석 연료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고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반 펀드와 비교했을 때 성과는 어떤가요?
 
우리의 모든 펀드는 비교 가능한 지수와 동등하거나 더 좋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처음 출시한 비화석연료펀드는 현재 운용액이 76억 달러나 됩니다. 저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펀드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석탄발전 원조 영국, 석탄을 포기하다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환경을 고려한 투자는 사실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HSBC 등의 국제 금융기관들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더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게 탈석탄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영국인데요.
 
영국은 석탄을 이용해 처음으로 전기를 생산한 국가입니다. 토머스 에디슨이 1882년 런던에 홀본 바이덕트 발전소를 열고 세계 최초로 석탄을 태워서 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석탄 발전에 대한 영국인들의 자부심이 컸습니다.
 
하지만,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석탄은 점점 영국 내에서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의존도를 점차 줄여가고 있습니다. 2002년 이후부터는 석탄 사업에 대한 정부의 수출 금융 지원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에디슨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발전기. [테슬라리서치]

에디슨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발전기. [테슬라리서치]

대신,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지원하는 그린 파이낸스(Green Finance) 정책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투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주한영국대사관의 데이비드 마키 경영환경 및 기후외교팀장은 “90년대 이후로 탄소 배출량은 43%가량 줄었지만, GDP는 오히려 높은 비율로 성장했다”며 “경제성장과 탄소배출 감소가 병행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30%로 확대”
국민연금공단 외경.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외경. [연합뉴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 역시 환경 등을 고려한 책임투자 펀드를 일부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26%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6조8778억원으로 전체 규모에 비해 비중이 미미합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주주 역할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합니다.
  
국민의 기여로 조성된 국민연금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기후 솔루션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 동안 국민연금공단 등의 공적 금융기관이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에 제공한 자금은 9조4287억원이나 됩니다.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최경일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장도 “노후자금으로 활용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책임투자는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 도입이 필요한 투자형태”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책임펀드 비중을 현재 11.5% 수준에서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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