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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워야 하는 이유

[김환영의 책과 사람] (9)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의 저자 박선화 ‘마음 탐구자’

 
주변의 초기 반응은?
정치 못지않게 남녀 문제에 대한 의견 스펙트럼 다양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 입장 서로 달라
 
남성은 여성의 무엇을 못 보는가?
여성의 ‘몸’에는 관심 많은 남성
여성의 ‘정신, 마음, 생각’에는 별 관심 없는 듯
 
‘여자도 군대 가라’ ‘여성가족부 없애라’는 댓글인도 있는데…
그런 반응은 약간 유아적이라고 생각
유사시에 ‘난 여자니까’라며 몸 사릴 여자 없어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함께하고 싶지만 어쩐지 불편한 심리 탐구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함께하고 싶지만 어쩐지 불편한 심리 탐구

 
1990년대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는 전 세계에서 5000만부가 팔렸다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1992)다. 그만큼 90년대 남녀는 서로의 속마음과 심리가 궁금했다.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지금 읽어도 좋은 책이다.)

오늘, 2018년에도 여남(女男)은 서로 잘 모른다. 서로 속내가 궁금하다. 물론 ‘나쁜 남자’도 많다. 하지만 자기 딴에는 칭찬으로 한 말이었는데… 나름 용기를 내어 연애를 시작해 보려고 한 행동이나 말인데 ‘미투’,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특히 남성들 고민이 크다.

 
이번에 나온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의 부제는 ‘함께하고 싶지만 어쩐지 불편한 심리 탐구’다. 저자는 자신을 ‘마음 탐구자’로 정의하는 박선화다.  
 
박선화 작가는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불화는 사회적, 정치적 구조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정말 몰라서 문제를 보지 못해 일이 얽히는 경우도 많다.”
 
박선화 ‘마음 탐구자’는 LG그룹 마케팅 부서에서 기업 이미지 만드는 일을 하며 부장까지 승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가 한 일은 “사람들이 숨은 본능과 욕망을 찾는 일”이었다.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는 남녀, 여남이 서로를 이해하고 각기 ‘아직은 남에게 숨기고 싶은 꿈과 야망’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 박선화 작가를 인터뷰했다. 다음과 같이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고 편집했다.  
 
-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에 관한 주위 반응은?  
“주변 분들께 초고를 보여드렸다. 다양한 의견을 주셨다. 근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반응이 나와서 저도 놀라고 있다. 남자분, 여자분의 의견이 굉장히 다르다. 딸 가진 분, 아들 가진 분의 의견이 다르다. 연령대별로도 차이가 굉장하다. 우리 사회에서 남녀 문제가 정치 문제 이상으로 아주 다양한 생각의 스펙트럼을 가진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 작가님 스스로 반응은?
“저요? (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벌써 개정판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여러 가지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들을 제가 충분히 담아냈는지, 저만의 글쓰기 방식을 제대로 찾은 것인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 박선화 작가도 큰 틀에서 보면 페미니스트인가?  
“음… 네. 뭐 페미니스트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책에도 썼지만, ‘페미니스트냐 아니냐’란 명칭에 크게 얽매이고 싶진 않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름에 얽매여서 진짜 본질을 못 보는 부분도 아주 많은 것 같다.”  
 
- 페미니스트를 나눠 본다면 래디컬 페미니스트, 온건 페미니스트 등 아주 많은 페미니스트 종류가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인가. 어떤 단어로 수식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인지.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라는 제목 자체가 좀 온건한 것을 지향한다. 남자와 여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생물학적인 차이가 조금씩 있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시각에서 쓴 책이다.”  
 
- 남자들이 못 보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은?  
“남성들은 일반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한번 꽂히면 깊이 들어가서 세부적인 것까지 알아내는 그런 마니아 기질이 있다. 그런데 여성 문제로 들어가면, 이상하게 ‘널 알고 싶다’란 말은 육체에 한정됐다. 여자의 정신, 마음이나 생각엔 관심 없다. 여자를 반쪽만 알다 보니까 나이가 80이 되어서 부인이 ‘이혼하자’고 해도 이유를 잘 모르는 거다. 저는 이런 부분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선화 작가

박선화 작가

- 이 책의 문제의식이 ‘남녀의 공존과 소통에 문제가 있다’라면, 해법은 ‘남성이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면 된다’인가?
“저는 남녀 양쪽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녀 성평등의 문제에 있어서 아직은 여자들이 약자다. 그래서 남자들이 여자를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 역시 남성을 모른다. 양쪽 모두 서로에 대해 공부하고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보는 댓글인은 ‘여자도 군대 가라’ ‘여성가족부 없애라’고 한다.  
“약간 유아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대한민국 여자도 군대 갈 수 있다. 여자라고 해서 군대에 못 갈 이유는 전혀 없다. 정말 유사시에 어떤 여성이 ‘난 여자니까’라고 몸을 사리겠는가? 그런데 좀 더 근본적인 핵심은, 그런 문제를 결정하고 정책을 만들고 입안하는 자리에 여성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겠느냐는 문제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남성이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보다, 여성이 남성 심리를 이해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네. 여성들이 더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다. 최근 뇌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뇌과학자로 유명한 김대식 교수도 실제로 남녀의 공감 기능, 능력을 봤을 때 여성들이 훨씬 공감 능력이 좋다고 얘기한다. ‘어떤 면에서는 남자들 공감 능력이 장애인에 가깝다’고까지 표현했다. 남자의 그런 면을 여자들이 이해하고, 같이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자들만 남자를 이해할 것인가? 이제는 남성도 여성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다.”  
 
- 여성, 남성 각기 고유의 심리가 있다. 또 남녀 공통의, 인간으로서의 심리가 있다. 예컨대 자유와 평등, 공정성을 바라는 남녀공통의 심리로 접근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물론 남녀공통의, 인간으로서의 심리가 있다. 또 지성인으로서 갖는 지향점이 분명히 같이 있다. 그래서 정치적인 진보니 뭐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공통점만 있는 게 아니라, 차별점도 분명히 많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남녀가 서로 알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제가 이 책에서 남과 여는 기본적으로 ‘한쪽은 수직적이고, 한쪽은 수평적이다’와 같은 여러 가지 차이점들을 설명했다.”  
 
- 책에 ‘더닝 크루거’ 효과가 나온다. 똑똑할수록 열등감이 강하고, 반대일수록 즉 똑똑하지 않을수록 우월감이 높다는 이야기다. 남녀 간 소통, 공존의 문제하고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남녀 간의 소통 문제 이전에, 여성 자신이 갖는 자존감의 문제를 짚었다. 주변에 상당히 똑똑하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여성이 자기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하는 경우를 실제로 굉장히 많이 봤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란 의문을 계속 가지고 왔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여성이건 남성이건 간에 판단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생각이 많다 보니,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갖게 되고,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여성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자꾸 수동적이 되거나 자신의 역할을 축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육사 졸업생 1, 2, 3등 모두 여성이 차지했다. 한마디로 남녀권력관계가 변하고 있다. 여성들이 공부도 더 잘하고, 거의 모든 시험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책을 비롯해 페미니즘 분야 책들이 인식하는 문제들이 한 10년, 20년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지 않을까. 오히려 언젠가는 ‘남성보호법’이나 ‘남성 쿼터’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박선화 작가

박선화 작가

“저는 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10년, 20년 후가 될지, 100년, 200년 후가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성평등을 만들어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 상당수 페미니즘 책들이 ‘남성이 잘못이다’라고 접근한다. 남성들을 너무 몰아붙이는 건 역효과를 낳진 않을까?
“네. 뭐, 낳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아무리 부모가 자식을 사랑해서 하는 잔소리라도, 효과적이지 않은 잔소리는 자식의 귀에 닿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분명히 해야 할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며, 필요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일단 당장의 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남성들로서는 그런 소리가 아마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남성들에게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게 할 것인지 여성들도 고민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저는 남성, 여성 모두 서로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도 남성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회적인 동물로서 남성들이 강자로 살아올 수 있던 데엔 분명한 강점과 장점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 우연한 일은 없다. 여성들도 남성이 가진 강점과 장점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남성들이 보여준 굉장한 단점들도 많다. 폭력의 역사라든가 너무 수직적이고 경직된 사고는, 여성들이 가진 장점으로 극복해나가면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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