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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의 교육 살롱]교육부가 내놓은 ‘열린’ 대입개편안의 숨은 의미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올해 중3을 대상으로 대학의 신입생 선발방식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지 한 달 반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위원회(대입개편특별위원회·대입특위)를 꾸렸고, 대입특위는 국민의 의견수렴 방식을 정하고 이 과정을 주관할 위원회(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 구성을 마쳤습니다.
 
또 대입특위는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대전·광주·부산·서울 등 4개 지역을 순회하며 공청회를 열었고, 5차례 전문가협의회도 개최했습니다. 공청회와 전문가협의회는 각각 지난 17일과 18일에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제 대입개편 방향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위한 '국민제안 열린마당'에서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위한 '국민제안 열린마당'에서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뉴스1]

대입특위가 지금까지의 의견수렴을 토대로 31일 대입제도와 관련해 시민들이 논의할 내용을 발표합니다. (이를 흔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라고 합니다) 당초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반드시’ 결정해 달라고 요구한 내용은 학생선발 방식(수시·정시의 적정 비율), 학생선발 시기(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의 평가방식(절대평가 확대 여부)이었는데, 이중 시민들에게 어떤 부분을 어떻게 물을지 정하는 것이죠.
 
공론화 범위가 정해지면 학생·학부모·교사·대학관계자 등은 이날 발표한 내용을 조합해 6월 중 4~5개의 시나리오를 만듭니다. 이후 대국민 토론회, TV 토론회 등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또 거칩니다. 최종적으로 7월에 출범하는 400명 규모의 시민참여단이 대입개편 자료를 학습하고 토론회 등을 거쳐 어떤 개편 시나리오를 찬성하는지 설문조사에 참여합니다. 공론화위가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대입특위에 제출하면, 대입특위는 최종 개편안을 만들고 국가교육회의 의결을 거쳐 교육부에 권고하게 됩니다.
 
교육부에서 시작된 대입개편 논의가 국가교육회의→대입특위→공론화위로 하청의 재하청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최종 결정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 400명이 맡게 됐습니다. 교육부는 입시 주무부처로서 책임감을 갖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입개편 ‘떠넘기기’를 통해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많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교육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쏟아지는 것 같은데 무슨 소리냐고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선 교육부는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제7회 지방선거에서 대입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정도 지나는 시점에 치러져 중간평가의 개념이 강합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도 여러 가지 위험부담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런 때 사회적으로 민감한 대입정책을 발표해야 하는 교육부도 부담이 컸을 겁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나드는 것과 달리 교육정책 지지율은 30%에 불과했거든요. 이에 교육부는 반대여론까지 고려한 ‘열린’ 안을 제시해 민감한 정책 결정을 선거 이후로 미룬 것이죠.
 
이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교육부의 이런 결정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현장 혼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방향과 원칙이 없는 결정을 내렸을 때는 분명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것이죠.
 
결론만 놓고 보면 교육부의 대입개편과 선 긋기가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시점에는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지방선거를 의식한 꼼수 아니냐” “교육부의 직무유기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졌는데, 한 달 반이 지난 현재는 비판의 주체가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대입특위·공론화위로 많이 옮겨간 상황이거든요. 지난해 수능 개편안 시안 발표 시 모든 화살이 교육부를 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죠.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렇다면 교육부는 대입개편에 아예 손을 놓고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결국 대입개편안은 교육부가 원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은 대부분이 현 정권과 철학을 같이 하는 진보 성향 위주의 인사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입특위를 맡은 김진경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냈고, 전교도 초대 정책실장을 지냈습니다. “교육부가 어떤 안을 내놔도 김상곤 장관의 철학이 반영된 대입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 위원장이 최근 기자들을 만나 “수능은 공정하지 않다”고 발언한 게 이런 의혹에 더욱 힘을 실어줍니다. 이는 진보성향 교육단체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니까요.
 
김 위원장이 올해 쓴 칼럼만 봐도 김상곤 장관의 교육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칼럼에서 “2015 교육과정은 문과·이과 통합 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자면 수능 과목은 모든 학생이 이수하는 국어· 영어·수학·국사·통합과학·통합사회로 국한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학2·물리·화학·경제·사회·제2외국어 등의 심화 선택과목은 학종 중 교과 내신을 통해, 정의적 영역은 학종과 면접을 통해 평가하면 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상곤 장관이 지난해 수능개편 때 밀어붙이던 내용과 일치합니다. 당시 기자들에겐 공개됐지만, 당·청의 반대로 최종 시안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죠.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특별위원회 위원장. [뉴스1]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특별위원회 위원장. [뉴스1]

대입특위가 어느 정도 큰 틀을 짜놓고 소통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협의회에 참가했던 한 학부모는 “참여자 중 수시와 정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이미 8대 2였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중립적으로 논의할 수 있겠느냐.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교육계 인사는 “답을 이미 정해놓고 떠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통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대입특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쇼하거나, 전문성이 일반 학부모보다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론화의 중립성, 객관성이 지켜질지도 의심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과연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대입특위, 공론화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입제도를 마련할 의지를 갖고 있기는 한 걸까요. 또 교육정책이 언제까지 선거와 정치에 휘둘려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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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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