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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식 서비스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통영놀이
 
‘믿는구석통영’이 있는 당동에서 서호시장까지는 걸어서 15분. 새벽에 일 나가는 뱃사람들을 위해 일찍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아침밥 하는 식당들이 모여들며 서호시장이 생겼다. ‘오전에는 서호시장, 오후에는 중앙시장’이라고, 아침 장을 보려는 통영 사람들이나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사려는 요령 좋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  
 
그런데 상인들이 그리 요령있어 보이진 않는다. 멀리서 온 손님들은 “이 생선 얼마에요”라며 이것저것 만지며 들춰본다. 그러면 백이면 백 눈에 띄게 표정이 굳어진다. “살 끼(것) 아이면 만지지 마소”라며 쏘아붙이기도 한다. 몇 년 전 통영에 정착한 친구도 처음 장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쟁반 위에 소복이 담아둔 바지락을 보고 있으니 묻지도 않고 검정 봉다리(봉투)를 쫙 뜯어 담아주었다.  
 
“산다고 안 했는데요?”  
 
“그럼 와 이래 오래 봅니까?”  
 
“예?”  
 
친구는 어렵게 터득했다며 통영에서 장 보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첫째 상인이나 상품을 정면으로 보지 말 것. ‘정면으로 본다=산다’는 뜻이란다. 둘째 가격이 궁금하다면 지나가듯 물어볼 것. ‘대놓고 물어본다=역시 산다’는 뜻이니까. 셋째 더 달라고 하지 말 것. 어차피 챙겨주려고 했는데 달라고 해버리면 더 이상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마지막으로 어찌 되었든 생선 대가리 내려치면 거래는 끝이다. 만약 안 사면 뒤통수로 날아오는 욕은 감수해야 한다. 어째 서비스나 친절이라는 어감이 여태 내가 알던 거랑 많이 달랐다.  
 
강구안 골목 단골 식당도 마찬가지다. 마른 메기찜과 갈치조림, 해물 된장찌개가 유명하다. 국 대신 주는 나물밥을 고추장 없이 슥슥 비비면 참 맛있다.  
 
하지만 자주 가는데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오늘은 갈치가 물이 참 좋아요” 같은 스몰토크나 친절한 빈말 따위는 없다. “몇 맹(명)입니까” “뭐 드릴까예”처럼 꼭 필요한 것만 묻거나 “오늘은 뭐가 좋아요” “6명이면 어떻게 시켜야 해요”라고 먼저 물어도 “다 맛있어요” “양에 따라 다릅니다”라고 대꾸하기 일쑤다. “도대체 여기 서비스는 뭡니까”라고 따지려다 말았다. 어차피 친절하게 대답해줄 리 없으니까.  
 
며칠 뒤 식당 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었다. 손님이 너무 불친절하다며 글을 남긴 모양이었다. 특히 주방을 맡은 어머니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손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들인 사장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어머니는 통영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분이다. 무뚝뚝한 탓에 손님이 와도 물끄러미 쳐다보고 주방에 숨는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새벽시장을 거르거나 쉬는 날도 없었다. 식재료는 손수 고르고 그날 잡아온 해산물로 최대한 자연산을 고집한다. 오가는 인사 속에 현금이 싹튼다고 몇 번을 말씀드려도 태어난 천성이 그런데 우짜라꼬라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간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1876년에 문을 연 카페 ‘센트랄’에 들를 때였다. 한참 줄을 선 뒤 들어갔는데 나이 지긋한 웨이터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함께 간 친구는 “웨이터는 전문가야. 한두 번 와서는 아는 체 안 해. 그런데 세 번째 오잖아. 먼저 인사 건네고 어떤 메뉴를 좋아하는지도 이미 다 알아. 여기선 이게 서비스야”라고 귀띔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통영식(?) 서비스도 그렇게 이해하고 싶었다. 친절이나 덤이 아닌 ‘제값 주고 제대로 받기’라고. 비엔나처럼. ●
 
작가ㆍ일러스트레이터ㆍ여행가. 회사원을 때려치우고 그림으로 먹고산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호주 40일』『밤의 인문학』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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