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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의식 안에 비밀의 화원이 있다

전시 ‘보타니카: 보라 코끼리’
전시 ‘보타니카: 보라 코끼리(BOTANICA: Purple Elephant)’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식물(botanic)이라는 의미에서 느껴지는 초록 이미지와 보색 관계에 있는 보라가 우선 선명한 댓구를 이룬다. 게다가 코끼리라니, 왠지 밀림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문화콘텐트 업계 용어 중에 보라색 소(Purple Cow)가 있다. 보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키는 콘셉트다. 이 전시도 그런 맥락에서 소 대신 코끼리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전시를 기획한 이학성 디자인오키즘 대표의 설명은 조금 더 깊었다. “우리 모두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자연의 풍요로움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멈추고 머물러야 하지요. 저희가 추구한 것은 무의식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시간과 공간인데, 그곳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현실에는 없는,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있는 보라색 코끼리입니다. 코끼리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찰라의 순간 사라진 과거를 되찾는 역할이죠.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당신만의 보라 코끼리를 찾아보시라고.”  
 
김옥경 디자인오키즘 설립자가 덧붙였다. “보라는 인간이 볼 수 있는 색상의 끝,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보라 밖에 있는 자외선은 볼 수 없죠. 그만큼 환상의 색이고 귀한 색입니다. 왕들을 위한 로열 컬러의 품격을 전시에 담아내려 했습니다.”  
 
디자인오키즘(DESIGN OKISM)은 조경 전문회사다. 국립한글박물관 조경(2015), 예술의전당 예술가의 숲(2016), SM엔터테인먼트 실내 조경(2017) 등을 기획연출하며 꾸준히 입지를 다져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조경 작업을 넘어, 예술과의 결합으로 영역을 확장한 첫 시도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팀보타(TEAM BOTTA)를 만들었다. 영화 ‘신과함께’ ‘부산행’의 미술감독 이목원, 일본 할리데이비슨 수석디자이너이자 가죽공예장인 김현, 보타니컬 조각가 정지연 등 40여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한다. 양준보 팀보타 공동설립자는 “조경이 건축의 일부 정도로 치부되고, 화훼 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예술이 거기에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을 합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일상(日象)’ ‘회상(回象)’ ‘허상(虛象)’ ‘심상(心象)’ ‘자상(紫象)’의 다섯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상’자는 모두 코끼리를 의미한다). 입구에서는 일회용 슬리퍼도 나눠준다. 바닥에 깔린 흙, 모래, 나무껍질 조각 등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관람객을 위한 배려다. 첫 전시 공간부터 하얀 안개가 자욱이 깔리며 환상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팔각 유리관 속에는 하얀 호접란이 소복하게 쌓여있고 그 속에 사람의 얼굴 부조상도 보인다. 좁은 공간에 갇혀 쳇바퀴 인생을 사는 현대인을 은유하는 듯하다. 주위 벽면 위로는 거대 도시의 밤 풍경 같은 현란한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  
 
두 번째 공간에 들어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분홍과 보랏빛 꽃들이 폭포처럼, 축포처럼 가득한 ‘백화만발의 공간’이다. 분홍 호접란, 연보라색 스타티스와 진보라색 아스트로메리아가 모두 생화다. 진한 꽃향기에 금세 취할 정도다. 김 설립자는 “생화는 3일에서 5일 주기로 교체한다. 식물들이 신선함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전시의 노하우다. 자식 키우는 것과 똑같은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사진부터 찍고 보는 젊은 관람객을 위해 곳곳에 의자도 마련해 ‘인스타그래머블’ 하다. 이어지는 공간에서 분위기는 확 바뀐다. 사방이 거울에 곳곳에는 열대 식물들, 바닥은 흰 모래로 가득하다. 인생에서 한번쯤 거친 사막을 건너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일까. 문득 바이올린 선율이 비감하게 들려왔다. 검정 옷차림의 젊은이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알 수 없는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한지로 만든 흰 공을 두 손에 들고 춤을 추는 젊은이도 보였다.  
 
압권은 죽은 나무 가지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흰색 괴목이다. 그 위를 형형색색 미디어 파사드가 상하좌우 끊임없이 훑는다. 죽은 나무는 빛으로 다시 생명을 얻는다. 그렇게 보고, 듣고, 맡고, 느끼며 그렇게 살고, 죽고, 부활하는 모습이 일장춘몽이다. 성인 2만원. 월요일 휴관. ●  
 
기간: 6월 20일까지
장소: 갤러리아포레 서울라이티움
문의: 02-3462-5456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디자인오키즘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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