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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먹어도 속이 편하네

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 베이커 로드(Baker Road)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여의도의 한 작은 빵집에서 만났던 여성 제빵사를 기억한다. 일본 동경제과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해 빵을 만든다는 그는 자그마했지만 무척 강단이 있었기에 오래 머리 속에 남았다. 그런데 얼마 전 그가 어엿한 오너 셰프로 작은 빵집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방배동과 이수역 사이의 작은 골목, 하얀 간판이 인상적인 ‘베이커 로드’가 바로 그 곳이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주인공은 강진아 베이커. 그 사이 디저트류의 제과를 만드는 김홍연 베이커와 결혼을 했고, 오랫동안 살아온 한적한 동네 골목에 2016년 함께 빵집을 냈단다.  
 
치아바타

치아바타

상호명인 ‘베이커 로드’에는 제법 묵직한 뜻이 담겨 있었다. 10년이 넘도록 프랜차이즈 빵집 하나를 제외하고는 개인 빵집이 한 곳도 없던 길에 처음 가게를 열면서, 빵 만드는 베이커가 걸어야 할 길 혹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굽히지 않겠다는 각오로 정한 이름이다. 개인 업장에서 대량으로 소비할 수 없는 좋은 재료들을 선별해 사용하고 유화제나 개량제를 넣지 않고 매일 소량으로 생산, 품질 관리를 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베이커 로드가 내세운 무기는 ‘쌀 자연 발효종’이다. 가게 오픈 전 부부는 10개월간 꼬박 유럽을 샅샅이 걸었다. ‘빵과 과자’라는 뚜렷한 목표도 있었고, 그 동안 자신들이 만들어 오고 배워온 것들의 원류를 찾아 직접 맛보고 느끼고 싶었기에 결정이었다. 막상 너른 세상을 마주해 보니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환상을 산산조각 내버린 제품도 있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서 오히려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던 제품도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여정 중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날마다 빵과 과자를 주식으로, 간식으로 섭취하다 보니 소화불량이라는 문제가 생긴 것. 단순히 밀가루 자체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 밀가루가 반죽의 형태로 만들어지면서 생겨나는 글루텐(gluten), 그러니까 불용성 단백질이 일으키는 소화불량 현상이었다.  
 
둘은 귀국 후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글루텐이 없는 쌀로 자연 발효종을 키워 빵을 만들자고 결정했다. 자연 발효종을 키워 빵을 만들게 되면 노력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부는 원하는 맛과 소화력, 텍스쳐를 가진 빵을 위해 용단을 내렸다. “어머니가 고등어 손질을 할 때 쌀뜨물을 사용하시잖아요. 이것과 똑같이 쌀 자연 발효종은 이스트의 묵은 취를 잡아주는 역할도 해요.” 김홍연 베이커의 이야기다.  
 
쌀 자연 발효종으로 만든 바게트는 겉껍질이라 불리우는 크러스트가 도톰하고 바삭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크루아상은 그에 반해 담뿍 들어간 이즈니 버터의 풍미를 쌀 자연 발효종이 살짝 덮어버리는 아쉬운 점이 있긴하지만 재료 선별에 양보를 할 마음은 없단다. 베이커 로드의 밀가루는 호주 청정지역에서 생산돼 한국 매장까지 냉장 상태로 배송된다. 120년 전통의 유기농 밀가루에다 공해가 없고 간수가 없는 안데스 산맥의 빙하에서 채취한 안데스 소금, 그리고 고메버터와 이즈니버터 등을 사용한다.  
 
카늘레

카늘레

판매되는 빵의 순위를 보면 쌀 자연 발효종의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나온다. “빵은 가능하면 당일 구운 빵을 먹을 만큼만 조금씩 자주 사드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1~2일 내 맛볼 빵은 실온에 보관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속에 크림이 들어있는 빵은 서늘한 곳 또는 냉장고에 보관하지만 보통 여느 빵들은 냉장고가 아닌 냉동고에 밀봉을 한 상태로 보관하면 됩니다.” 강 베이커의 귀뜸이다. 냉동 보관한 빵들은 3~4시간 정도 자연 해동 시 80도의 오븐에 살짝 데우거나 마른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으면 좋다고.  
 
버터프레첼

버터프레첼

베이커 로드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앙버터는 작은 사이즈로 만든 바게트 안에 버터를 바른 후 매일 끓이는 팥앙금을 채워 완성한다. 이즈니 버터로 만드는 크루아상도 빵빵한 볼륨감만큼이나 결에 따라 느껴지는 풍미가 일품이다. 딱 먹을 만큼만 조금씩, 그리고 자주 발걸음 할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빵집. 그것이 바로 베이커 로드의 두 셰프가 원하는 그들의 그림이다. ●
 
▶베이커 로드(Baker Road)
서울시 서초구 동광로 12가길 12 백암빌딩1층 베이커로드
02-532-0920
10:30~20:00 (평일)
10:00~18:30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휴무 
 
『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 ‘김혜준컴퍼니’대표로 음식 관련 기획·이벤트·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숙명에서 프랑스 제과를 전공했다. ‘빵요정’은 그의 필명.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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