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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담판, 비핵화와 미군 철수 중간 어디쯤 타협 필요

빠른 삶, 느린 생각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남북 회동이 최근에 와서 모든 뉴스 공간을 차지하였다. 남북이 만나는 일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말에 이를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처음에는 남북 간의 너그럽고 진정한 화해 가능성이 멀리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며칠 사이에 이러한 전망은 불투명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리비아식 강경책
김정은이 받아들일 가능성 작아

군사력만으로 핵 확산 제어 못해
통일·화해를 향한 우리의 소원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이뤄가야

 
뉴스와 함께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화해에 이르게 하는데 작용할 전략들에 대한 분석과 예언이었다. 이제 이러한 논평들은 피로를 느끼게 하는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남북 접촉의 뉴스를 떠나지 않는 것도 어찌할 수 없는 우리의 심정이다. 필자와 같은 비전문가까지도 그 문제에 일단의 견해를 정리해보고 싶은 강박을 느낀다. 자주 들었던 노래의 가사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것이 있지만, 남북 접촉의 뉴스가 연속되면서 과연 통일 또는 평화와 공존이 우리의 심성의 밑에 잠겨 있는 소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분명하게 의식하든 아니 하든, 남북 간의 관계는 우리의 삶의 밑에 있는 지반의 한 층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은 권력 다질 줄 아는 계승자
 
우리가 많이 듣는 것은, 조금 전에 말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 대결과 긴장 관계에 있던 여러 세력들로 하여금 타협과 화해에 이르게 할 전략이다. 여기에서 필자가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은 우리 소원의 현실과의 관계이다. 그리고 현실을 움직이는 요인들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주로 참고하는 것은 해외 언론에 나왔던 뉴스와 논평들이다. 우연히 그러한 논평들을 접하게 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밖으로부터의 관점이 더 객관적일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의 논평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21일자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에 나왔던 토마스 구츠커의 평이다. 정치부 편집자인 그의 글은 ‘위대한 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솔직한 말이 온 세계를 현실의 바닥으로 내려오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츠커 편집자는 북측이 당장에 핵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폐기를 주장한 것은 사실이나 거기에 대하여 북측은 침묵하였을 뿐인데, 이것을 동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낙관적인 해석은 ‘마술처럼 연출된’ 남북 지도자의 판문점 회동 모습에 의하여 부추겨졌다.) 미국측의 보다 현실적인 계획은 기자 회견에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한 것으로서, 리비아 모델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핵 계획의 폐기와 함께 지도자가 폭력적으로 제거된 것이 리비아 모델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북한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간단한 핵 폐기는 없을 것이란 것이 구츠커 편집자의 견해이다.
 
미국의 격주 평론 잡지 ‘뉴욕 리뷰 오브 북스(The New York Review of Books)’ 5월 중순 호에는 남북 관계에 대한 상당히 긴 글이 실린 바 있다. 요지는 거의 구츠커의 같다. 집필 일자는 4월 10일이라고 적혀 있다. 거의 예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글은 북으로나 미국으로나 타협하기 어려운 입장에 서있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타협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필자 제시카 T 매슈스는 정부의 국방위원 그리고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단장직을 맡은 일이 있었던 사람이다. 논평의 세부를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한다.
 
김정은은 오래 동안 남한, 중국 그리고 미국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금년 초에 들어 돌연 이 세 나라에 대하여 개방적 태도를 취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매슈스 여사의 견해로는, 이러한 전환은 핵무기와 미사일(또 생화학 무기)이 일단락된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북이 1988년의 올림픽 때와는 달리 금년의 동계 올림픽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하고 김여정 여사를 보내어 문재인 대통령과 자리를 같이 하게 한 것도 이러한 무기 완성의 자신감에 관계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매슈스 여사의 평가로는, 권력자로서의 능력을 갖춘 통치자이다. 그는 자기 아버지에게 충성했던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공개 처형하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 권력 체계를 재편하였고. 신비의 장막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대중 연설을 통하여 자기의 모습을 대중 앞에 드러낸다. 그러면서 근대화의 목표를 공표하고 시장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기이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광증이나 자살 강박증을 가진 것도 아니고, 첫 인상과는 달리 능력이 있고, 권력을 다질 줄 아는 권력의 계승자이다.
 
 
한국과 일본의 안전 확보 전제되야
 
이에 비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합리적인 정책 방안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는 지도자이다. 그는 북의 비핵화를 회동의 선제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북의 제안이 간접적으로 전달되자 이것을 곧장 수락하였다. 그러나 협상을 말하는 국무장관을 면직시키고, 북의 정권 교체를 말하던 중앙정보국장을 그 자리에 앉히고 또 호전주의자 존 볼튼을 국방자문위원으로 임명하였다. 그는 이란과의 핵무기제한 협약으로부터 탈퇴한다고 선언하였다. 그의 이러한 일방적 강경 정책은 북과 이룰 수도 있는 협약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된다. 트럼프 정부의 계산은 제재 또는 전쟁의 위협을 강화하면, 북이 핵의 파기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계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러한 협박에 반응할 사람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의 두 지도자가 만나게 될지 그리고 만났을 경우, 어떤 타협이 이루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만난다면, 그 의제는 ‘비핵화 약속’인데 그 의미는 서로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 트럼프에게 이것은 단순한 핵 포기를 말하지만, 북은, 과거의 예로 보아, 미군의 한국 철수 그리고 어쩌면 동아시아 전역으로부터 철수, 남한의 핵우산 철폐가 선행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이것은 물론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을 파기하는 것이 될 것이고 또 세계 전역에서 동맹국으로서의 신용을 손상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정은은 ‘단계적인 그리고 동시적인’ 비핵화에 대하여 베이징과 서울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그 뜻은 미국의 행동에 따라서 자기들의 핵 기획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 관리가 북이 어떻게 수십년 개발한 핵을 텔레비전을 끄듯이 꺼버리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고 매슈스는 전한다. 트럼프와 볼튼은 리비아식 해결을 말하는데, 김정은은 무아마르 카다피의 종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매슈스가 권하는 것은 기대 수준을 낮추는 것이다. 미국이 무엇을 바라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북이 제안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북에 대한 인정, 평화조약, 핵 보유국으로서의 인정, 국제적 제재 철회, 그리고 아마 경제 원조 등일 것이다. 미국은 북이 수긍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기들의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미국이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미일 관계를 손상하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의 안전을 생각할 때, 장거리 미사일만이 아니라 단거리 미사일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 모든 동의 사항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허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협약은 미국 외에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어쩌면 러시아의 보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은 이제 자신의 나라를 폐쇄된 은둔국가로부터 세계에 개방된, 세계적 관심의 중심이 되게 하였다. 중국은 북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북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동참하여왔다. 그러나 중국은 북이 완전히 소멸하기를 원치 않는다. 그것은 한국을 중국의 국경에 가까이 오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통일한국의 의미에 대하여 논의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국방 담당 팀은 외교보다는 군사력을 믿는다. 회담이 깨어지면, 그것은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위급 접촉은 위험을 줄였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작은 보고 사항에 귀 기울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교훈은 군사력만으로 핵무기 확산을 항구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생각하여야 할 것은 외교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느리고 답답한 일이고 완전한 답변이 얻어질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68운동 같은 변혁의 단초 되기를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지금 요약해 본 매슈스 여사의 글은 한 달 전에 쓰였지만, 오늘에 드러난 현실을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우리에게 현실 정세를 정확하게 알게 한다. 그러면서도 통일 또는 화해에 대한 ‘우리의 소원’을 충분히 참고한 해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매슈스의 글이 실린 잡지에는 프랑스에서 ‘1968년 5월 운동’을 주도했던 다니엘 콘벤디트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콘벤디트는 이 운동이 보다 개방적이면서 보다 사회정의를 생각하는 오늘의 유럽을 도래하게 하는 계기였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평화와 즐거움의 데모여서, 거의 희극의 연속 같기도 한, 명랑한 기조(基調)의 ‘사이코드라마’였다고 한다. 그런 운동이 없었더라도 유럽의 자유화와 민주화는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여기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엉터리 주장이다.… 자유화나 민주화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의 추동을 필요로 했다.” 역사는 현실의 힘과 어떤 동기의 움직임이 합쳐서 방향을 잡는다고 그는 주장한다.
 
최근의 한반도에서의 화해의 움직임은 현실 세력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그 밑에 있는 것은 강한 ‘우리의 소원’이다. 사실 ‘마술처럼 연출된 남북 지도자의 판문점 회동 모습’도 이런 심리적 동력에 관계된다. 또 그 심리에는 현실이 들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허용한다는 시장은 저절로 일어나는 ‘장마당’ 경제를 말한다. 남북 사이 국내총생산(GDP)의 엄청난 차이가 시장을 작동하게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남쪽에서도 통일이 아니라 화해(여러 형태가 될 수 있는 화해)를 받아들인다고 하는 느낌은 다분히 경제 발전이 가져온 여유로운 마음에도 관계되는 일일 것이다. 통일을 향한 또는 화해를 향한 우리의 소원은 이미 그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거기에 들어 있는 우리의 소원도, 매슈스 여사가 말하는 북미 화해처럼,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미국문명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 이후 『지상의 척도』 『심미적 이성의 탐구』 『자유와 인간적인 삶』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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