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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같은 공유 오피스 … 잡스 사진 걸고 LP판 들으며 수시로 파티

’공간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공유 오피스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감각적 인테리어와 협업을 유도하는 동선에 각별한 공 을 기울인다. 사진은 스튜디오 블랙. [전영선 기자]

’공간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공유 오피스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감각적 인테리어와 협업을 유도하는 동선에 각별한 공 을 기울인다. 사진은 스튜디오 블랙. [전영선 기자]

지난해 1월 현대카드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공유 오피스인 스튜디오 블랙을 열었다.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공간은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우월해야 한다’는 개념을 담았다. 이곳에선 사용을 금지하는 의외의 품목 두 가지가 있다. ‘국민 간식’ 컵라면과 ‘쓰레빠’로 불리는 실내 슬리퍼다. 한국 스타트업, 창업가의 ‘헝그리 정신’을 상징하는 라면을 금지했을 때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스튜디오 블랙 운영진은 “어려울수록, 몸이 힘들수록 더 좋은 것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실제로 오전에는 갓 구운 빵과 과일, 오후에는 샐러드 등 각종 수제 간식을 공급한다. 탄산음료가 아닌 과일수 등 몸에 좋다는 것만 권한다. 실내 슬리퍼는 ‘서로 예의를 지키자’는 차원에서 공용 공간에서 금기로 굳어졌다.
 

3세대 공유공간
입주자들 라이프 스타일까지 공유
단체로 요가·색칠하고 건강도 챙겨

비즈니스에 도움
스타트업 종사자·벤처·1인 기업
법무·노무·세무 등 할인가로 이용

대기업도 진출
사옥 전체를 코워킹 공간으로 꾸며
입주 업체 사업제휴해 시너지 높여

강남 한복판에 5개 층(8~11층)을 임대해 560명이 쓰고 있는 스튜디오 블랙의 입주사는 1인 기업부터 제법 규모가 있는 중견 업체까지 다양하다. 대기업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태스크포스(TF)가 들어와 있기도 하다. 기술정보(IT) 기업과 순수 예술가들이 뒤섞여 있다. 현대카드가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공간인 핀 베타(Finß)도 이 건물에 들어서 있다. 이들은 매일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고 스튜디오 행사에서 명함을 나눈다. 오후 7시가 되면 커피숍에서 바(Bar)로 변신하는 식당에서 간단히 맥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서로 예의 지키자” 슬리퍼·컵라면 금지
 
공유 오피스(co-working space)가 진화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란 사업자가 부동산을 임차(혹은 구매)한 뒤 이를 여러 입주사에 재임대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최근엔 공유 오피스 탄생 이유인 ‘비용 절감’을 위한 재임차의 개념을 뛰어넘는 곳이 많다. 스튜디오 블랙처럼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해주는 ‘제3세대 공유공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숍에서 ‘메뚜기를 뛰다’ 지친 창업가들이 십시일반 사무실을 빌려 공유하던 1세대 공유 오피스, 여기에 몇 가지 편의를 더했던 2세대 공유 공간 사업에서 또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스튜디오 블랙 외에 여러 업체가 공간 그 이상의 가치를 공유하겠다며 이 업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간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공유 오피스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감각적 인테리어와 협업을 유도하는 동선에 각별한 공 을 기울인다. 사진은 얼리브. [전영선 기자]

’공간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공유 오피스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감각적 인테리어와 협업을 유도하는 동선에 각별한 공 을 기울인다. 사진은 얼리브. [전영선 기자]

지난 1월 성수동에 문을 연 얼리브(alliv)라운지도 그중 하나다. 약 661㎡(약 200평) 규모의 이곳은 1인 크리에이터나 프리랜서를 위한 업무 공유 공간이다. 사업 설명회를 할 수 있는 시설과 업무 공간이 있고, 삶의 질을 향상할 원데이 클래스(하루 강의) 등을 연다. ‘석양을 보며 루프탑(옥상)에서 단체로 요가’, ‘심신 안정을 위한 색칠하기’ 등과 같은 언뜻 보기엔 업무와 무관한 수업들이다. 신주연 얼리브 매니저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 공유라는 개념을 세우고 창업하게 됐다”며 “그래서 업체명도 ‘함께 하는 삶(all+live)’ 혹은 ‘대안이 되는 삶(alternative+live)’이라는 뜻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신 매니저는 “20~30대 스타트업 종사자, 벤처, 1인 기업이 주고객층이고 삶 공유 연장 선상에서 셰어하우스 사업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성수동엔 얼리브와 같은 컨셉트의 공유 공간이 다수 등장했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공유 공간을 제공하는 ‘카우앤도그’,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업체만을 입주케 하는 ‘헤이그라운드’ 등 특색 있는 공유 오피스가 다수 포진해 있다. 각각 지향점에 맞는 서비스와 라이프스타일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면서 성장 중이다. 성수동에 공유 오피스가 대폭 늘어난 것은 벤처타운과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면서 이 동네에 관련자가 많아진 영향이다. 자기 사무실을 가진 업체도 특별한 워크숍이나 파티, 행사를 하기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특색있는 공간을 찾는다.
 
 
낮잠 공간·안마실·샤워실도 갖춰
 
3세대 공유 공간들은 함께 쓰는 라운지를 고급 호텔처럼 꾸미고 입주자들이 수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공간 운영진은 입주자 전원을 아우르는 이벤트를 만들고 파티를 기획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우주선 같은 캡슐로 구성된 낮잠 공간인 ‘냅룸’, 안마실, 샤워실 등은 최근 등장한 공유 공간엔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
 
스튜디오 블랙엔 시중에선 보기 힘든 것들을 배치해 끊임없이 자극을 준다. 가령 11층 라운지에는 빈티지 턴테이블과 LP판 라이브러리가 있다. 창업자들에게 ‘기’를 불어넣겠다며 스티브 잡스가 직접 서명한 청년 시절 사진을 걸어놓기도 했다. 라운지와 라이브러리 책장 틈이나 창틀엔 상징색인 검은색 디자인의 메모지와 연필, 사탕이 놓여있다. 이노을 스튜디오 블랙 부매니저는 “이 창의력 3종 세트만 있으면 그 어떤 아이디어도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법무·노무·세무 ·특허 관련 컨설팅을 제휴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고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 직원이 챙기기 힘든 건강검진 서비스도 눈에 띈다. 입주자들은 미국 출장시 실리콘밸리에 있는 현대카드  ‘디지털 캠프’ 사무실도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가 이 공간 운영으로 기대하는 것은 입주자 간 시너지다. 5개 층이 하나의 비즈니스 생태계로 커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현대카드의 미래 전략에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일이 생태계에서 자주 촉발케 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눈여겨볼 만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 현대카드에서 히트한 신용카드를 끼워 쓰는 휴대전화 케이스의 디자인은 스튜디오 입주사인 ‘프레임 바이’가 제안한 아이디어다. 상품화된 뒤 이 제품은 현대카드 온라인 몰에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현대카드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디자이너는 명성을 쌓았다. 윈-윈이었다.
 
’공간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공유 오피스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감각적 인테리어와 협업을 유도하는 동선에 각별한 공 을 기울인다. 사진은 드림플러스. [전영선 기자]

’공간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공유 오피스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감각적 인테리어와 협업을 유도하는 동선에 각별한 공 을 기울인다. 사진은 드림플러스. [전영선 기자]

단일 기업이 혼자 설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현실적 이유에서 공유공간 조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기업도 많다. 한화생명의 공유공간 프로젝트인 ‘드림플러스’의 홍경표 센터장은 “기존 기업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 혁신에 대한 절실함이 이런 공간 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강남역에 있는 드림플러스는 지상 20층, 지하 6층 규모의 한화생명 서초 사옥 전체를 코워킹 공간으로 뒤바꾼 뒤 지난달 19일 정식 개소했다. 15개 층 2500석으로 강남권 최대 규모의 공유 오피스가 됐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대기업 혁신조직, 투자자 등 90여 개 회사가 입주했다. 입주율은 70%에 달한다.
 
 
사회적기업·패션업체에 특화된 공간도
 
주요 3세대 공간 공유 업체

주요 3세대 공간 공유 업체

한화생명은 2016년 63빌딩에 ‘드림플러스63’을 설치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 약 10여 개 사가 입주한 여의도 드림플러스는 핀테크 업체들 중심이다. 입주했던 업체 중 3개사가 한화금융 계열사와 사업제휴를 하면서 기술을 수혈하고 있다. 홍 센터장은 “타기업 혁신 관련 부서에서 찾아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고는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고 묻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경제 구조는 데스크에 앉아 있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수두룩한데 이런 공간을 만들어 안테나를 잘 세워놓고 있으면 대기업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기회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입주자와 협업을 해도 좋고, 그들끼리 잘만 돼도 전체 경제계에 플러스가 된다는 설명이다. 드림플러스 역시 네트워킹 기회를 많이 제공하기 위해 1주일에 4번 이벤트를 만들고 공연과 파티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또 투자자 초청 강연, 단체 야구 관람, 세미나 등을 열고 있다.
 
기존 기업이 공유 공간을 내주고 미래에 대비하는 일은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이미 태평양물산은 구로동 본사에 ‘넥스트 데이’를 내고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있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도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5대 온라인 패션 사이트 중 하나인 무신사는 다음 달 1일 동대문에 소규모 패션 사업자를 위한 공유 공간 ‘무신사 스튜디오’를 오픈한다. 한국 패션의 요람인 동대문에서 신진·중견 디자인 업체들이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규모는 4개 층 7600㎡(2300평)로 1200명 수용 가능하다. 작업실과 전시실, 샘플실, 패턴실 등을 공유하고 물류 창고, 택배 등 패션 사업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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