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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없었다…3번의 진상조사 끝에 '반쪽 결론' 낸 법원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5일 187페이지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통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론이다. 1차·2차 조사 당시 법원 안팎에선 ‘셀프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반쪽 진상규명’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대법원 전경(오른쪽)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대법원 전경(오른쪽) [연합뉴스]

 
조사단은 조사보고서와 별개로 이날 오후 10시쯤 법원 내부 통신망(코트넷)을 통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의혹은 법원 행정처가 법관들의 뒷조사를 한 파일이 기획조정실 컴퓨터 내에 존재하는지 여부였고, 조사한 결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내용의 파일들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하여 그들에 대하여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부과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법관들을 뒷조사해 성향을 분류하고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건이 실제 인사상 불이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실행 여부와 별개로 법원 행정처가 판사들에 대한 뒷조사 문건을 작성에 대해선 “재판과 관련해 특정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한 것이나 특정 법관들에 대한 성향 등을 파악했다는 점만으로도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려는 것으로서 크게 비난받을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결을 정치적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법관의 존재 근거를 스스로 붕괴시켰다고 특별조사단은 지적했다. 특히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들이 판결로써 말하고자 하면 징계권이나 직무감독권을 내세워 재갈을 물리려고 하였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단의 이전에도 이미 대법원은 두 차례에 걸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1차 조사를 담당한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4월 판사 뒷조사 파일이 저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PC조차 조사하지 않은 채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결론을 내려 부실조사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약 2개월간 진행된 추가조사위의 2차 조사 역시 조사 범위의 문제로 ‘반쪽 진상규명’에 그쳤다. 당시 추가조사위는 법원 행정처가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 등을 뒷조사한 다수의 사찰내용을 확인했다.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보를 주고받은 정황이 담겨 있는 문건의 존재도 드러났다.  
 
문제는 조사범위의 한계로 인해 문건에 담긴 ‘대응전략’ 등의 방안들이 실제 실행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단 점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담긴 문건은 존재하지만 문건 속 내용이 실제 실행되지 않았다면 ‘블랙리스트’라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추가조사위의 결론이었다. 결국 추가조사위는 “블랙리스트의 개념에 논란이 있어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핵심 의혹이었던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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