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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주고받은 편지 2통과 회담취소, 우리에게 커다란 두통

기자
우정엽 사진 우정엽
Focus 인사이드 
 
약 10시간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은 2통의 편지가 우리에게 커다란 두통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물론, 이번 북미 회담에 누구보다 큰 기대를 가졌던 우리 정부에게는 큰 충격이다.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실무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 단독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실무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 단독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두 번째 문장이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두통거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We were informed that the meeting was requested by North Korea, but that to us is totally irrelevant.“라고 말했다. 해석하자면, 한국 정부를 통해 북한이 대화 요청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If you change your mind having to do with this most important summit, please do not hesitate to call me or write.“라고 말하였다. 한국 정부를 통해 대화 의사를 밝힐 필요 없이 대화 의사가 있다면 미국에게 직접 이야기 하라는 의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24일자 서신.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24일자 서신. [백악관]

 
최선희 외무부 부상이 “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이라고 북한이 대화 의사를 먼저 밝히지 않았다는 의미로 말하면서 마치 우리 정부가 북미 회담을 위해 미국과 북한에게 다른 얘기를 한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러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앞으로 북한에게 직접 미국과 접촉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이야기 한 것처럼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에 심각한 장애가 생긴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AP]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AP]

 
북한의 김계관 제1부상이 ‘(김정은의)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문 내용을 보면 앞으로 북미 회담이 재개 되는 데에 어떠한 난제가 있는지 볼 수 있다. 김계관은 담화문 말미에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 가지 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 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 의사를 우리 정부를 통해 밝힌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직접 ’단계별‘이라는 단어를 말한 경우로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은 어떻게 비핵화를 할 것인지에 대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는 언급 한 적이 없다. 이번 김계관 부상의 언급이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북미 간 비핵화와 관련한 것이었다고 볼 때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대화에 대한 접근법을 처음으로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과 천영우 당시 6자회담 한국 수석 대표(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과 천영우 당시 6자회담 한국 수석 대표(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첫 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은 북미 회담에서 일괄적, 포괄적 비핵화 합의에 대해서 부정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가지 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이라는 의미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종국 상태에 대한 합의 보다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합의부터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여러 차례의 단계적 합의를 상정하는 장기적 논의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생각하지 않는 방법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지 합의의 내용과 수준을 여러 단계로 나누는 ‘단계적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 단계의 합의가 그 다음 단계의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고, 과거 그러한 합의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단계적 합의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데 확신을 주기 어려운 방법이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이러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견해 차이가 조정돼야 할 것이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의 기대 수준을 높임으로써 미국이 이러한 합의의 조건을 낮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견해 차이가 얼마나 빠르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북미 회담이 열릴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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