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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전초전 장식한 8년 만의 5월 집중 호우

기자
성태원 사진 성태원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21)
집중호우로 통제된 잠수교, 물고기만 통행 가능.
 
지난 18일 한 매체에 등장한 날씨 기사 제목이다. 폭우로 서울 한강 잠수교에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이 불가능해졌다는 기사에 이런 익살스러운 제목이 붙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린 16일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 수문개방으로 떠밀려온 전통등 조형물이 쓰레기와 함께 다른 전시물에 걸려있다. 이곳에서는 오는 22일까지 부처님오신날 맞이 제11회 청계천 전통등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린 16일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 수문개방으로 떠밀려온 전통등 조형물이 쓰레기와 함께 다른 전시물에 걸려있다. 이곳에서는 오는 22일까지 부처님오신날 맞이 제11회 청계천 전통등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폭우는 폭염과 함께 여름철의 대표적인 위험기상에 속한다. 이 둘만 잘 이겨내면 웬만큼 안전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폭염은 에어컨·선풍기를 돌리거나 피서라도 가면 되지만 기습 폭우는 워낙 성질이 사납고 급작스럽게 찾아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5월 중순이었던 지난주 후반(16~18일) 전국 곳곳에 때 이른 기습 폭우가 쏟아져 사망 3명, 실종 1명이란 인명피해를 냈다. 인명 사고가 난 곳은 서울 정릉천과 경기도 용인 금학천 및 포천 포천천 주변 3곳이었다. 침수나 붕괴로 주택이나 공장, 비닐하우스, 차량 등에 상당한 재산피해도 입었다.
 
장마철 장대비 연상시킨 집중 호우
5월 여름 더위로 최근 4년간 내리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긴 했지만 이번처럼 5월에 국지성 집중호우가 찾아온 건 드문 일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 5월 18일 강원도 고성에 189.5mm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린 적이 있긴 하다. 아무튼 5월 국지성 집중호우가 올여름 전초전을 장식한 셈이다.
 
16~18일 사흘 동안 중부권과 강원지역 곳곳에서 강수량 150mm 이상을 기록한 곳이 많았다. 강원 홍천과 평창 등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60mm 안팎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17일 서울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사흘간 강수량은 강원 홍천 192.5mm, 강원 철원 166.1mm, 경기 동두천 153.8mm, 서울 132.5mm, 강원 북춘천 128.5mm, 강원 인제 113.5mm 등으로 집계됐다.
 
이번 비는 흡사 장마철 장대비를 연상시켰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채 짧은 시간에 일정 지역에 기습적으로 퍼부었다. 내가 사는 경기 고양지역에도 천둥, 번개와 함께 시간당 30mm 안팎의 장대비가 목격돼 “어, 이거 장맛비 아니야”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장맛비와 같은 폭우가 쏟아진 16일 서울 한 도로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장맛비와 같은 폭우가 쏟아진 16일 서울 한 도로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렇다면 장맛비를 방불케 한 이번 국지성 집중호우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기상 당국은 때 이른 5월 여름 더위를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봄철 고온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한 비구름이 유입돼 장맛비 같은 폭우를 만들어냈다는 해석이다.
 
집중호우 전날인 1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9.3℃까지 올라갔다. 올해 최고 기온이었다. 1973년 이래 5월 15일 최고기온 역대 1위이기도 했다. 지난 30년(1981~2010년) 서울 5월 평균 최고기온 23.0℃에 비해서도 6.3℃가 높은 이상 고온이었다. 같은 날 광주광역시 31.1℃, 경북 경주 32.9℃, 경남 밀양 32.6℃ 등 전국 많은 지역이 30℃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폭우를 몰고 온 한반도 주변 대기 상황은 이랬다. 우선 대만에서 일본 북동부 해상까지 고기압이 넓게 분포했다.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공기를 흐르게 한다. 이로 인해 남서쪽 인도차이나반도로부터 덥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한반도로 몰려왔다. 
 
반면 북서쪽에서는 평소 5월처럼 차가운 공기가 유입됐다. 결국 한반도 하층에는 덥고 습한 공기가, 상층에서 차가운 공기가 각각 자리 잡았다. 상하층 공기가 큰 기온 차로 인해 불안정성이 무척 커진 나머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몰고 왔던 것이다.
 
5월 17일 새벽 강수 레이더. [사진 기상청]

5월 17일 새벽 강수 레이더. [사진 기상청]

 
집중호우에 대한 통일된 정의는 없다. 대개 시간당 30㎜ 이상 또는 하루 80㎜ 이상의 비가 내리거나 연 강수량의 10%에 상당한 비가 하루에 내리는 경우를 가리킨다. 강수 대상 지역이 지름 20~30㎞에 불과할 정도로 좁아지고 지역 편차도 커졌다. 
 
서울의 경우 강북 지역에 시간당 수십mm가 올 동안 강남엔 100mm 안팎의 기습 폭우가 내려 도시 기능이 마비된 적도 있다. 최근 10년간 시간당 50㎜ 이상의 집중호우 일수가 연평균 10일을 넘겼을 정도로 증가 추세다.
 
집중호우 피해가 태풍 피해를 능가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와 있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각자가 집 안팎과 주변 배수 상황을 점검하고 집 주변 담장이나 축대, 옹벽 등을 잘 살펴볼 필요가 그래서 생긴다. 침수 가능 천변에는 자동차 주차를 피하고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집중호우 예보가 있으면 등산이나 캠핑 등은 접는 게 상책이다.
 
기상청, 6월부터 호우 특보 기준 강화 
문제는 국지성 집중호우 예보 자체가 무척 힘들다는 점이다. 워낙 강수의 시간 및 공간 집중도가 강하고 강수대의 지역 이동성이 빠르기 때문이다. 기상 당국이 아무리 슈퍼컴퓨터를 돌리고 강수 예보 망을 촘촘히 짜도 예측 정확도는 10~20%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지성 집중호우를 두고 ‘게릴라성 호우’니 ‘기습 폭우’니 하는 것도 다 그런데 연유한다.
 
호우특보 발표기준 개선안. [자료출처 기상청]

호우특보 발표기준 개선안. [자료출처 기상청]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기상청이 이번 6월부터 호우 특보 기준을 보다 강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6시간에 강수량 70mm 이상이 예상될 때’ 발표했던 호우주의보 기준을 ‘3시간에 60mm 이상’으로 현실화한다. 호우경보 기준 역시 ‘6시간 110mm 이상’에서 ‘3시간 90mm 이상’으로 강화한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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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