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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벼랑끝전술로 판 흔들자…트럼프는 아예 판 깨버렸다

[뉴스분석]“北 몸값높이기, 내겐 안통해” 판 깬 협상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계속해서 약속을 어기면서(trail of broken promise) 미국이 (정상회담 추진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몸값을 높이려고 써왔던 기만술들이 더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회담 취소를 통보하는 서한에서 최근 북한이 발표한 담화에 담긴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을 문제 삼았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일방적인 핵포기를 거부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24일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처럼 공격적 태도를 취하며 회담 무산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수법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과 밀고당기기를 하며 원하는 걸 최대한 얻어내는 양상이 수십년 간 반복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행정부처럼 이를 받아주지 않겠다고 밝힌 셈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시종일관 ‘북·미 수교와 핵 포기는 등가성이 없다’며 ‘+∝’를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 이상을 북한이 바란다고 생각하고 강공으로 전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특히 김계관의 담화에 대해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라고 했으면서도 불과 몇주 뒤에 CVID에 반대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한·미의 연례 연합훈련인 ‘맥스선더’를 걸고 넘어지며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데 대해서도 “연합훈련을 이해한다고 해놓고 이를 도발적 군사 위협 행위라고 하며 남북 접촉을 취소한 것 역시 약속 위반”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대응에는 ‘볼턴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의 앤킷 판다 선임에디터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 수준을 (높게) 설정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고, 북한이 펜스 부통령을 몰아세우면서 결국 회담이 취소됐다”며 트럼프 행정부 내의 ‘기능 장애’를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 내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은 과거 북한의 술책에 직접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는지 잘 안다. 좀처럼 속아넘어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의를 하자는 미국의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를 “말 그대로 바람맞았다”고까지 표현했다. 북한이 미국을 몸달게 하기 위해 정상회담 판을 흔들려 하자 미국은 아예 판을 깨버린 셈이다. 볼턴 보좌관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미국이 불가침을 약속하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소식에 “전에도 들어본 말이고, 영구적인 자원이 있다고 할 정도로 계속 나오는 북한의 선전책술”이라고 말했다.(4월29일 언론 인터뷰)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근본적으로 북한에 대해 갖고 있던 의구심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조금 낮아졌다가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로 다시 강해져 ‘정상회담으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편법적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이 23일부터 회담 취소를 검토하고 서한 문안까지 사전에 작성해놨으면서도 24일 밤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풍계리 폭파를 공식 발표한 직후에야 취소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풍계리 폭파를 진정성 조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에겐 충분치 않다는 명확한 메시지인 셈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국제 전문가들이 풍계리 폐기를 지켜보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도 깼다. 기자들이 가 있지만, 얼마나 폭파가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법의학적 증거가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의 갱도 내 시료 채취 등 검증과 사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폭파했다고 주장하고,우리도 그러길 바라지만, 알 수 없다”며 “폭파됐다는 갱도를 어떤 식으로든 미래에 여전히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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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