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은퇴 후 ‘하와이’ ‘여보나도족’ 되지 않으려면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23)
집에서 하루 3끼 다 드시는 분을 삼식이 남편이라 부른다. [사진 유튜브 캡쳐]

집에서 하루 3끼 다 드시는 분을 삼식이 남편이라 부른다. [사진 유튜브 캡쳐]

 
은퇴 부부를 일컫는 여러 신조어가 있습니다. 집에서 식사하는 남편의 끼니 수에 따라 붙여진 영식이, 삼식이 정도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이죠.
 
‘하와이’란 말도 익숙한가요? 달콤한 허니문의 중심지인 하와이는 은퇴 부부 사이에선 ‘하루종일 와이프와 있는 남자’를 말합니다. 시대 흐름으로는 이런 신조어는 직장을 은퇴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일컫는 말인 경우가 많죠. 웃자고 하는 말 같기도 하지만 씁쓸한 감정은 지울 수 없습니다.
 
‘하와이’는 하루종일 와이프와 있는 남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만 보고, 일밖에 모르고 목표 지향적으로 달려온 남편들. “열심히 사느라 바빴던 나한테 왜 이래?” 싶은 억울함도 있겠지만 이미 남편 없는 시간에 익숙해진 아내의 경우 준비 없이 맞아야 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와시모족’이란 말은 들어보셨나요? 나이가 들어 회사를 은퇴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부인이 외출할 때면 눈치 없이 나도 간다고 따라나서는 남편을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입니다. 우리말로 바꿔보면 ‘여보나도족’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선 이런 남편으로 인해 생기는 병도 있다는데 이름 붙여 ‘부원병(夫源病)’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남편이 원인인 병이란 말이죠. 남편의 말이나 태도가 원인이 돼 아내에게 두통이나 현기증, 불면증이나 이명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의 화병(火病)과 비슷할 것도 같습니다.
 
부원병(夫源病)은 남편의 말이나 태도가 원인이 돼 아내에게 두통이나 현기증, 불면증이나 이명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사진 freepik]

부원병(夫源病)은 남편의 말이나 태도가 원인이 돼 아내에게 두통이나 현기증, 불면증이나 이명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사진 freepik]

 
이렇게 한국보다 조금 먼저 황혼이혼이며 졸혼이 사회 문제화한 일본에선 관련 글이나 책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내의 병은 9할이 남편 때문』 『부인, 그건 부원병이네요』같은 책도 있습니다.
 
부원병은 사실 정확한 의학적인 병명은 아닙니다. 다행히 치료법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아내가 부부 관계에서 생긴 불만이나 불평을 다 털어놓고 개선이 되면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팠던 증상은 싹 사라진다고 하네요.
 
부원병을 이름지은 오사카쇼인여대의 이시쿠라 후미노부 교수는 “참을성이 많은 현모양처일수록 부원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더불어 “내가 다 벌어먹이고 있다는 식의 가부장적 남편뿐만 아니라 가사를 잘 돕고 있다며 자칭 착한 남편이라고 자만하는 남편 모두가 바이러스 제공자”라고 말합니다.
 
은퇴 후 남편보단 부인 건강이 더 나빠져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석사과정 나수영 씨는 지난 2006년부터 은퇴자 부부 91쌍을 추적 조사해 은퇴 1년 뒤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은퇴자인 남편은 28.6%,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맞은 아내의 경우 40.7% 건강이 더 나빠졌습니다.
 
부원병처럼 은퇴한 남편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과 아내의 스트레스 지수가 비례한 셈이죠. 많은 아내는 ‘쌓아놓은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 쌓아놓은 마음이 없었서…’라고 말합니다.
 
은퇴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 함께 하는 주요 활동. [출처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제작 김예리]

은퇴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 함께 하는 주요 활동. [출처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제작 김예리]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2016년 만 60~74세 은퇴자 600명을 대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은퇴 후의 부부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4시간 10분을 같이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하는 일은 주로 텔레비전 시청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과 관련해 앞으로 줄이고 싶다는 의견은 34.9% 늘이고 싶다는 5.9%였습니다. 거의 6배가 차이가 납니다.
 
점점 길어지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위한 통장의 자금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것이 서로의 관계통장입니다. 어찌 보면 ‘다시 만난 서로’를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과 함께 ‘따로 또 같이’ 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죠. 통장의 눈에 보이는 숫자처럼 이 또한 구체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나와 너는 내려놓으세요. “내가 어떻게 했는데~~”의 말은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남편도 아내도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고, 자식을 돌보며 열심히 살아온 서로를 인정해 주세요. 그리고 이제 앞으로 서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적어보는 겁니다. ‘노후 대비 To Do 리스트’입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 서로의 리스트를 적는 겁니다.
 
‘따로 또 같이 리스트’ 작성하라   
따로 또 같이의 영역을 충분히 이해해 줄 때 은퇴 후 앞으로의 시간이 더 즐거울 수 있다. [중앙포토]

따로 또 같이의 영역을 충분히 이해해 줄 때 은퇴 후 앞으로의 시간이 더 즐거울 수 있다. [중앙포토]

 
그리고 난 후 함께할 수 있는 일은 함께하되, 서로 다른 일의 경우 함께라는 생각은 버리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 주는 겁니다. 오래 살아본 내가 더 잘 안다며 짐작해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에 비아냥거리지 말고 직접 배우자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미국의 심리학자 세라 요게브는 그의 책 『행복한 은퇴』에서 부부생활 십계명을 이야기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상대의 물리적 정신적 공간을 허락하라’는 항목이 등장합니다.
 
잉꼬부부는 한시도 떨어져 지내지 않는 부부가 아닙니다. 따로 또 같이의 영역을 충분히 이해해 줄 때 은퇴 후 앞으로의 시간이 더 즐거울 수 있습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voivod70111@gmail.com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