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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병' 의식했나···방사능 측정기 다 빼앗은 北, 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하기 위한 남측 취재진 8명이 23일 오후 원산 갈마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북측 세관 관계자들은 취재진의 가방을 일일이 수색했다. 특히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왔느냐”며 방사선량계(방사능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북측 관계자는 방사선량계를 찾아 압수해갔다.
 
외신 기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2일 원산에 도착한 영국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라이브방송을 통해 원산 갈마국제공항에서 방사선량계를 압수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차례 항의했는데도 북측 관계자들은 실험장이 완전히 안전하기 때문에 방사선량계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압수한 물품은 출국때 돌려주겠다고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정부 수송기편으로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정부 수송기편으로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조치가 그간 ‘핵실험으로 방사성 물질 유출은 없다’고 강조해왔는데 이것이 거짓으로 드러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에서 자신들의 실험이 방사성 물질 유출이 없는 ‘안전한 실험’이었다고 강조해왔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에 의하여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후 핵실험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다.
 
북한이 지난해 9월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북한이 지난해 9월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북한의 주장과 다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4일 “핵실험 직후에는 방사성 물질 유출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후 여진으로 지표면 틈이 벌어져 유출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 지진실험실의 원롄싱(溫聯星) 교수 연구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핵실험 이후 소규모 지진이 잇따른 것이 핵실험장 붕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면서 “앞으로도 지반 약화에 다른 추가 붕괴와 이로 인한 방사선 유출 여부 등을 계속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풍계리에 거주했던 탈북자의 증언도 핵실험 뒤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미국 NBC 방송은 지난해 12월 풍계리에 살다가 탈북한 이들을 인터뷰해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탈북자 이정화 씨는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래서 우리는 ‘귀신병’이라 불렀다. 처음엔 가난하고 못 먹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젠 방사능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탈북자 이영실 씨는 “생식기가 없어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호언장담과 달리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은 “핵실험을 하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갔는지가 중요한데, 핵실험 갱도 바깥에서도 방사능이 확인되는 것을 우려해서 방사선량계를 압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균렬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취재진의 방사능 측정을 막았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갱도 바깥에서도 방사선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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