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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일곱 번째 투표용지,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제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우리에게 주어질 투표용지는 총 일곱 장.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있는 곳의 유권자들은 한 장씩을 더 받게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일곱 장, 혹은 여덟 장의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특히 그 마지막 한 장인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
 
교육감 선거는 투표용지부터 다르다. 정당 공천이나 관여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다른 투표용지와는 달리 정당도, 기호도 적혀 있지 않고 후보자의 이름만 적혀 있을 것이며 그 순서 또한 선거구에 따라 순환 배열된다. “무조건 1번”이나 “다시 한번 2번”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교육감을 전국적으로 직선으로 뽑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를 통해 16인의 민선 교육감 체제가 출범한 이래 이번 지방선거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및 학예’ 부문을 관장할 제3기 교육감들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애초에 교육과 선거라는 두 단어가 어색하게만 들린다고 말할 것이다. 어떤 이들이 ‘준정치인’들에게 교육을 어떻게 맡기냐는 우려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모든 우려보다 당장 선거를 앞둔 오늘 걱정스러운 것은 유례없이 조용한 선거, 지방이 보이지 않는 지방선거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도가 떨어지는 교육감 선거일 수밖에 없다. 후보자들은 수없이 많고 정보는 희소하며 시민들은 무관심한 곳에서 기호도, 정당도 없이 이름만 예측할 수 없는 순서로 배열된 일곱 번째 투표용지 위에서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것이다.
 
박원호칼럼

박원호칼럼

조용한 선거, 유권자가 무관심한 선거는 기본적으로 현직자들에게 유리한 선거이기도 하다. 새로운 이름은 알리기 어려울 것이며, 새로운 정책과 비전은 더더욱 신문이나 방송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다. 현직 교육감들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성패를 겪었으며 그것을 유권자·학부모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심판할 것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북한 핵협상과 ‘드루킹’ 이야기에 묻혀 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수많은 교육감 출마자 중에서 낯익은 이름, 들어본 이름에 무심코 기표할 것이며, 그 이름은 현직 교육감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현직자 프리미엄(incumbent advantage)이 가장 비정치적인 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서울교육청에서만 한 해 약 9조원, 경기교육청은 14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교육감의 자리는 사실 우리의 정부 체계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다. 지방교육자치법이 정의하고 있는 것처럼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그리고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 중앙정부로부터도 독립되고, 지방정부의 일반 행정으로부터도 독립된 ‘이중의 독립성’을 지닌 교육감을 직접선거로 뽑는 것이다. 그것이 옳고 바람직한지 자체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교육감 선거가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나는 우리의 신문과 방송이 최소한의 공적 역할을 자처한다면 다음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교육감 후보자들에게 묻고 유권자·학부모에게 알릴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출마한 후보자들은 누구이며 이들이 내세우는 비전과 정책은 무엇인가? 해당 지역의 가장 시급한 교육정책 관련 과제들은 무엇이며 현직 교육감들은 어떤 성과와 실패를 경험했는가? ‘진보’적인 교육정책과 ‘보수’적인 교육정책은 얼마나 어떻게 다른가? 각 진영 ‘단일화’ 논의와 결과는 어떠하며 이들은 어떤 과정에서 단일화를 이뤘는가?
 
둘째, 우리가 유권자로서, 학부모로서, 혹은 단순히 다음 세대의 성장과 미래를 걱정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정보와 실마리들을 부지런히 모았으면 한다. 공천한 정당이 있고 사전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이 있는 여타 선거와는 달리 교육감 선거 출마자들의 윤곽을 파악하기는 더 힘들 것이다. 더욱이 교육정책의 디테일과 후보 간 차이를 가늠하는 일은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드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말 당신은 우리의 교육과정과 시스템에 만족하는가. 우리의 아들딸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적어도 여기, 이곳에서, 그 일곱 번째 투표용지를 무겁게 채우면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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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