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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하소연할 채팅창만 있어도, 극단 선택 줄인다

“이유? 그런 건 없었어. 결심을 딱히 한 것도 아니고. 문득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을 뿐이지. 사실 정확한 기억이 없어. 정신 차려보니 병원이었고. 자살같은 건 진짜 남 얘긴 줄 알았는데 내 얘기더라.”
 
한 회사원(34)은 3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연을 최근 털어놨다. 결혼 실패의 아픔, 우울증 증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했다.
 
24일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8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2013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지만 20대는 제자리걸음(2015, 2016년 인구 10만명당 16.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그나마 2015년 25.1명에서 2016년 24.6명으로 줄었다. 20대의 사망 원인(2016년)에서 자살의 비중이 43.8%, 30대는 35.8%에 달한다.
 
2016년 자해나 자살을 시도했다가 응급실에 실려온 2만6986명 중 20대가 5280명(19.6%)으로 40대(20.3%) 다음으로 많다. 30대는 세번째(18.3%)다.
 
OECD 주요국 20·30대 자살률

OECD 주요국 20·30대 자살률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질병’이 문제다.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1137명 중 546명(48%)이, 30대 1918명 중 697명(36.3%)이 이것 때문이다. 40대는 경제난, 60대는 신체 질병이 가장 큰 이유다.
 
청년들이 왜 우울할까. 우울증 치료를 받는 김은형(29·가명)씨는 이렇게 말한다.
 
“대학생활 내내 취업 걱정하며 사람을 멀리하고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거 같아요. 취업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회사에서 가짜 웃음짓는 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미 소진된 거 같아요.”
 
소득이 정체되고 자산 증식이 어려운 점도 청년들을 힘들게 한다. 이건호(28)씨는 “좀 힘들어도 미래가 나을 것이란 확신이 있으면 희망의 꽃이 핀다”며 “지금은 꿈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조사에 따르면 ‘지위 상승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20,30대의 자살 충동 경험이 ‘가능성 있다’는 청년의 약 2.1배에 달한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송인한 교수는 “마음의 상처는 공개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치유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절망에 전염되지 않도록 견디며 현실의 고통을 함께 극복하고 있다. 서로의 아픔에 무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한국만큼 청년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와카모노(10~30대) 자살 예방 단체 ‘OVA’는 구글을 활용한다. “죽고 싶다”등의 자살 관련 용어를 검색할 경우 화면 상단에 OVA의 상담 이메일 주소와 라인 같은 채팅창으로 연결된다. 2013년 7월 이후 700건을 상담했다. 이 단체 대표 지로 이토(33)는 지난 3월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한국은 상담 전화번호가 뜬다는데, 20, 30대는 전화나 대면상담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편하게 상담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OVA의 이 서비스는 후생노동성이 2~3월 1400만원을 지원했고, 일본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장원석 기자, 도쿄=이에스더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자살예방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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