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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계관 위협 때 분노 … 최선희가 펜스 모욕하자 폭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무엇이 되든 싱가포르에 관해 다음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무엇이 되든 싱가포르에 관해 다음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장면을 보여준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는 기습·전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23일엔 “다음주에 알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였다. 회담 성사 가능성을 99.9%라고 했던 청와대도 당혹스러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를 토대로 보면 회담 취소는 최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잇따른 담화가 결정적 사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이 시기에 적절치 않다”면서 “북한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개심”을 꼽았다.
 
지난 16일 김계관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핵폐기 안’에 반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접하고 즉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북한의 진의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핫라인을 통해 북한에 연락을 취했지만 북한이 받질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격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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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지난 20일 문 대통령에게 전화해 20분간 통화하며 북한 성명의 배경을 물은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통화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자 조바심을 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24일 최선희 부상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무지몽매” “아둔한 얼뜨기” 등 원색적 언어로 공개 비난하자 “도저히 용납 못할 일”이라며 폭발했다. 트럼프는 마지막으로 볼턴 보좌관과 상의했고 여기서 일단 취소 서한을 보내자고 결론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군사적 옵션도 다시 거론했다. 그는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핵무기는 대단한 물량에 강력하기 때문에 나는 이를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신에게 기도한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김계관의 담화가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실제로 두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중국 측 인사들도 밝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17일 워싱턴을 방문한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예정에 없이 트럼프를 만났고, 그 뒤 중국 방문단 사이에서  “북한과 미국의 회담이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대북 강경파인 톰 코턴 공화당 상원의원은 “북한은 단지 협상을 하는데 양보를 요구해 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과거 양당의 행정부들은 이를 북한의 책략에 넘어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사기행각을 간파한 데 존경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회담 취소에 대한 북한 측 반응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김계관·최선희 담화를 통해 회담 결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24일 대내외에 공언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발파 버튼을 눌렀다. 한편으론 미국의 신경을 자극하면서도 비핵화 의지를 선전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북한이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고 한 뒤 조선핵무기연구소는 성명에서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비핵화의 첫걸음을 뗐지만 향후 비핵화 협상을 주한미군 감축이나 미군의 전략무기 동원을 차단하는 등 군축과 연결시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간의 샅바싸움이 감정싸움으로 번졌다”며 “지금 당장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에는 상호간에 냉정한 접근법을 찾기에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북한과 특유의 ‘비핵화-북한 체제보장 및 재건’ 빅딜을 추구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 시진핑과 전격 만난 뒤 시도한 미·중간 줄타기, 25년간 늘 써왔던 거친 언어를 통한 협상력 제고 등 ‘벼랑끝 외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김현기·정효식 특파원,
서울=정용수·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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