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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로 칸에 간 전종서 “청춘을 예측할 수 있나요”

‘버닝’의 주연 전종서. [사진 CGV 아트하우스]

‘버닝’의 주연 전종서. [사진 CGV 아트하우스]

“제 인생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 예측할 수가 없어요.”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버닝’의 신예 전종서(24)의 말이다. 어마한 경쟁을 뚫고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복귀작에서 주연을 꿰찼다. 그리고 최근 이 생애 첫 영화로 프랑스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전종서가 연기한 해미는 이 영화의 미궁 그 자체다. 가난한 작가지망생 종수(유아인 분)와 부유한 의문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 사이를 잇곤 실종된다. 이창동 감독은 “해미를 찾는 심정으로 배우를 찾았다”면서 “전종서씨는 용모로나 감정으로서나 해미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라고 했다. 예닐곱 번 거듭된 오디션은 전종서의 살아온 여정을 묻는 대화 위주로 진행됐다. 촬영도 “연기 디렉션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해미와 제가 분명히 닮은 부분은 있어요.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하고 그 안에서 뭐든 꿈꿀 수 있고, 재밌고, 행복하거든요. 저만의 공간이 커지면서 더 외로워지기도 하지만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차분했다. 지난달 처음 공식 석상에 나섰을 때 사시나무 떨 듯했던 모습은 없었다. 얼마 전 칸으로 출국할 때 얼굴을 가리고 취재진을 황급히 지나쳐 논란이 됐던 데 대해서도 “개인적인 일로 정신없이 우는데 사진이 찍혀서 저도 모르게 숨기려 했다”며 “이런 상황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조금은 걸릴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버닝’을 “기술 시사부터 칸에서까지 세 번 봤다”는 그는 “내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다 다르게 보인 영화”라고 했다.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이 많았어요. 살이 7㎏이나 빠져 이질감도 들었어요. 해미가 안쓰럽고 사랑스럽기도 했죠.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 고통받길 선택하고 살고 있는지. 감독님한테 현실이 어떻든 청춘이라면 너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즐기며 살란 메시지를 전달받은 느낌이었죠.”
 
해미가 노을 앞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장면은 3분여 곡에 맞춰 마임을 준비했다. 이창동 감독이 직접 소개한 이두성 마임리스트에게 배웠다. 전종서는 “현장에선 감독님이 짜놓은 춤을 버리고 원하는 대로 하라셨다. 어떤 기분이 드느냐고 물으시기에 자꾸 슬픈 마음이 온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항상 의외의 순간에 OK가 났어요.” 해미가 아프리카에서 본 노을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한 데 대해선 “나는 내가 좇는 것을 따라갈 거야. 저한텐 적어도 그런 의미였다”고 했다.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해미가 일종의 피해자로, 피상적으로만 그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하자, 그는 “이해하고 감사한다. 저도 여성으로서 어떤 영화들을 볼 때 그렇게 느낀 적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미 캐릭터에 대해선 당당하다. 자유로움과 강인함을 갖춘 캐릭터”라 말했다.
 
전종서는 어려서 해외를 넘나들며 자랐다. “부모님은 제게 뭔가 ‘틀렸다’고 지적하신 적이 없어요. 다양성을 자연스레 존중할 수 있도록 해주셨죠.” 배우를 꿈꾼 건 초등학교 때부터다. 매일 비디오를 빌려볼 만큼 영화가 좋았다. “너무 어릴 때여서 ‘밀양’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님 영화란 것도 모르고 봤다. ‘밀양’은 ‘버닝’ 촬영을 마치고 다시 꺼내봤다”는 그는 “사람이 가진 징글징글한 감정을 드러내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현재 전종서는 세종대 영화예술과 휴학 중. 그는 “‘버닝’에 출연하며 앞으로 연기를 계속한다면 소신 있게 뭔가를 말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뭐든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 있는 법을 갖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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