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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리비아식' 버티던 김정은, 마지막 베팅 무기는 결국···

북·미 정상회담 앞둔 김정은의 마지막 필살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지막 필살기를 던지고 있다. 북한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리비아식 전철은 밟지 않겠다며 북핵 폐기가 미궁에 빠지는 분위기다. 최근 북한 태도로 볼 때 김정은의 필살기는 화해무드 기간에 생산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업그레이드된 핵능력을 기반한 더 큰 베팅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달 판문점 도보 다리의 남북 정상간 진지한 대화 등에 나타난 김 위원장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비핵화에 나설 분위기였다. 과거 연평도 포격 도발과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에서 위협적인 행동과 북한 인사들에 대한 처형 등으로 비친 김 위원장의 잔혹한 인상은 없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의 태도가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두 번이나 찾은 이후 강공으로 돌변했다. 지난 연말 위태한 지경에 빠진 김 위원장은 그를 국제무대로 이끌어준 한국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연례적인 한·미 공군의 방어훈련인 맥스선더 연습을 빌미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거부했다. 나아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초대한 한국 언론에 대한 취재를 거부하다 마지막 순간에 허용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김정은 얼굴은 가면이었나.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은 선의를 가진 국제사회를 상대로 기만적인 협상을 통해 이번까지 세 번의 위기를 넘기게 됐다. 1차 핵위기로 비롯된 제네바 합의(1994.10)를 진행하면서 북한은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우라늄 농축능력을 구축했다. 2차 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던 6자회담과 2.13합의(2007)가 이행되는 동안 북한은 2차례의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북한으로선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까지 받는 최악의 사태를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모면하면서 핵무기 최종 생산과 ICBM을 완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이제 핵무기와 개량된 ICBM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지막 베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회담 이후 북한 입장은 리비아와 우크라이나의 케이스처럼 완전한 비핵화 또는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6일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핵포기’에 맞받아친 것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북·미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약속을 수시로 뒤집는 옛날 습관이 도진 듯한 북한에 회의론이 생긴 것이다.
 
북한이 원치 않는 비핵화 사례로 리비아는 9.11테러에 따른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보고 2003년 미국에 비핵화 의사를 표시했다. 리비아는 이듬해부터 비핵화를 이행, 2년 만에 완료한 뒤 미국과 국교 정상화와 경제제재를 해제 받았다. 그러나 이후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는 그의 계속된 독재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으로 제거됐다. 카다피는 비핵화가 아니라 독재 때문에 처참한 운명을 맞았던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냉전이 해체되면서 옛소련의 핵무기를 물려받았으나 소련의 침공을 우려해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설득으로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러시아에 돌려주는 대신 안전보장과 함께 경제 지원을 받았다.
 
현재로선 김 위원장은 리비아식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부분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4월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전형적인 핵무기 보유국의 발언으로 북한이 핵국가로 남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북한이 기존의 핵능력은 유지한 채 미국을 위협하는 ICBM과 추가 핵 제조 정도만 포기하는 카드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부분 비핵화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방식의 단기간 핵 폐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럴 경우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회담 결렬 땐 군사조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일방적인 손해라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문제는 미국의 생각대로 되느냐다. 핵무기 생산과 개량된 ICBM으로 지난해보다 전략적 입지가 강화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옵션이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이다. 북한은 지난 겨울부터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 생산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완전하지 못했던 ICBM의 불완전성도 개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사일 전문가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 기술로 볼 때 6개월이면 발사 실험없이 이론적으로 ICBM 개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재래식 군사옵션에 핵무기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ICBM을 완성했다면 상황은 만만치 않다. 북한은 최악의 경우 핵으로 서울과 도쿄를 볼모로 삼고, 미 본토까지 공격하겠다고 협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끝까지 어깃장을 부리고 나오면 미국은 군사옵션을 들고 나올 수 있지만 북한이 핵무장한 이상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에만 해도 핵을 완벽하게 무기화하지 못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옵션은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군사옵션을 작동시킬 수 있다. 서울·도쿄·워싱턴이 북핵에 위협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런 대북 군사옵션에 확신감이 떨어지면 대북 제재수단으로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다. 여기에다 중국이 그동안 막아왔던 대북교역 일부를 최근 열어주고 있어 경제제재 효과도 희석되고 있다.
 
핵프로그램을 완성한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한국은 북·미 회담 중개의 불쏘시개 역할로 임무를 다하는 것인가. 지금 우리는 평창 겨울올림픽과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한껏 들떠있다. 국내에선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동맹을 해체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로지 북한 김 위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따라서 이제 북한에 대한 희망적 사고보다는 더한 태풍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필요할 때다. 정부도 지금까지의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 바둑에 ‘내가 먼저 살아야 상대방을 공략할 수 있다(我生然後殺他)’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안보가 있어야 평화도 유지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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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