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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의 직격 인터뷰] “라돈 폐암 한 해 2000명인데 대책은 부처별로 제각각”

커지는 ‘라돈 공포’ …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
원자번호 86. 원소 기호 Rn.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성 붕괴 사슬에서 라듐(Ra)을 거쳐 생성되는 무색·무취의 기체. 지구 위 어디에나 존재하는 라돈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라돈과 폐암의 관련성은 1920년대 유럽 광산 노동자들 사이에서 관찰됐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조사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최근 ‘라돈 침대’ 파동으로 생활 주변의 라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우왕좌왕 발표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도 커졌다. 침대 파동의 원인 물질인 모나자이트 광석이 침대 외에도 각종 건강보조제품에 사용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안은 ‘공포’로 발전하는 형국이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인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을 만나 봤다.
  
조승연 교수가 연세대 원주 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방사성 암석과 침대 스펀지를 들고 라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 교수는 라돈은 위험한 물질이지만,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조승연 교수가 연세대 원주 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방사성 암석과 침대 스펀지를 들고 라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 교수는 라돈은 위험한 물질이지만,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라돈이 어떤 물질인지부터 설명해달라.
“라돈은 라듐이 방사성 붕괴하며 나오는 기체 물질이다. 라듐은 암석이나 토양, 건축자재 등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라돈에 노출된다. 자연 방사선 피폭량의 절반 정도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보면 된다. 기체이기 때문에 대부분 호흡으로 피폭된다.”
 
이런 흔한 물질이 왜, 얼마나 위험한가.
“일반적인 대기 상태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농도가 높을 때 문제가 된다. 과거 우라늄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 사이에서 유난히 폐암이 많았다. 이 원인으로 라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20세기 초였다. 점차 일반인들도 라돈 노출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1980년대 들어 미국에서 타임지 커버스토리로 나가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200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대대적인 국제 공동 연구 끝에 라돈이 비흡연자 폐암 발병의 첫 번째 원인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물론 흡연이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 폐암 발병의 3~12%가 라돈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라돈 피해는 어떤가.
"우리나라 한 해 폐암 사망자가 1만6000명 정도인데, 2000명 정도가 라돈에 의한 폐암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한 해 음주운전 사망자(600명 내외)의 3~4배쯤 되는 수치다. 지질학적인 이유 등으로 한국은 라돈 고농도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라돈 관리가 더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기준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 기준을 1m³당 148Bq(베크렐)로 규제하고 있다(1Bq는 1초에 원자 1개가 붕괴할 때 나오는 방사선량).”
 
‘라돈 침대’를 조사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혼선을 빚었다. 처음에는 피폭선량이 기준 이하라고 했다가 닷새 만에 10배 가까이 된다고 뒤집었다.
"라돈의 동위원소 ‘토론’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겐 조금 설명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라돈(Rn)의 주요 핵종(核種·원자핵의 종류)은 라돈(Rn─222)과 토론(Rn─220)으로 나뉜다. 이 둘은 동위원소지만 반감기가 다르다. 라돈(Rn─222)의 반감기는 3.8일, 토론(Rn─220)은 55.6초다. 토론은 1분도 안돼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보통 실내 공기의 라돈 기준을 정할 때는 반감기가 긴 Rn─222만 고려하고 Rn─220(토론)의 농도는 따지지 않는다. 원안위가 1차 조사에서 방사선량이 기준치 이하라고 판명한 것도 토론의 영향을 과소 평가했기 때문이다.”
 
원안위 1차 조사에서 대진침대 표면의 라돈 농도는 토론 624 Bq/m³, 라돈 58.5 Bq/m³였다. 방사성 물질에서 실제 인간이 받는 방사선량(피폭선량)을 산출해내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다. 방사성 물질의 양과 특성, 노출 정도, 호흡 횟수 등을 따져 계산한다. 원안위가 1차 조사 때 토론의 영향을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2차 조사에서는 피폭선량이 가공제품 연간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를 최고 9.3배나 초과한다고 발표했다.
 
빨리 사라지는 토론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을까.
"방송사에 제보한 소비자가 쓴 라돈 측정 기계는 ‘라돈아이’라는 제품이다. 이 기계 개발에는 나도 참여했다. 이 기계는 기존 전문가용 기계와 달리 토론과 라돈이 한꺼번에 측정된다. 제보자는 이 기계를 실내 다른 곳에 놓고 측정했을 때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유독 침대 위에서는 비정상적인 수치가 나와 의아했다고 한다. 침대에 섞인 모나자이트라는 원인 물질에서 나온 토론이 미처 사라지기 전에 측정이 된 것이다.”
 
관리 대상이 아니었던 토론까지 새로 관리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침대라는 특성 때문이다. 음이온을 발생시킬 목적으로 침대 시트나 스펀지에 섞어 넣은 모나자이트 가루에서 뿜어져 나오는 토론은 미처 없어지기 전에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간다. 사람의 몸에 들어간 라돈과 토론은 방사성 분해를 하면서 폴로늄, 비스무트, 납 등의 원소로 변한다. 이들의 양이 공기 중에는 워낙 작아 큰 문제가 없지만,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세포에 딱 붙어 이상을 일으킨다. 라돈과 폐암의 연관성은 많이 연구됐지만,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는 피부암, 뇌암, 혈액암과의 연관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 물질은 모나자이트란 광석이다. 방사성 물질의 관리가 허술한 것 같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공산품 내 방사능을 제한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 가이드에 따라 각국 정부는 각국 기준에 맞게 방사성 물질의 유통 관리를 하게 돼 있다. 모나자이트 같은 물질도 수입할 때 업자가 원안위에 신고하게 돼 있다. 문제는 수입 신고 후 유통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이다. 가령, 수입 후 용도를 미리 파악하면 방사성 물질을 추적 관리할 수 있다. 과도한 양이 판매된다고 생각되면 공산품 생산자에게 미리 주의를 줄 수도 있다. 이런 부문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모나자이트는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에 좋다는 음이온을 뿜어낸다고 해서 건강보조제품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천연광석이다.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는 대진침대 외에도 65개 업체에 모나자이트를 팔았다. 이 중에는 대진침대보다 더 많이 산 업체도 3곳이나 된다. 공기청정기, 팔찌, 목걸이, 매트, 베개, 속옷, 생리대 등 음이온 특허제품만 18만개에 이른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들을 전수 조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강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라돈 공포’라 할만하다.
"음이온을 이용한 과도한 마케팅이 불러온 문제다. 세상의 모든 원자 상태는 기본적으로 중성이다. ‘음’의 상태가 되려면 에너지를 줘야 한다. 모나자이트의 경우엔 바로 방사성 붕괴가 그 에너지다. 폭포수나 숲속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나쁠 게 없다. 자연의 에너지가 이용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드는 음이온은 조심해야 한다. 음이온의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 공기 1 세제곱센티미터(㎤) 당 공기 분자는 3000경 개나 있는데, 모나자이트 제품이 배출한다는 음이온 수만 개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더구나 나오자마자 없어진다.”
 
집이나 사무실, 공공장소에서의 라돈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상생활의 라돈 관리는 주기적 측정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이나 선진국은 2년마다 한 번씩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집을 매매하거나 이사할 때 라돈 측정을 해보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공기 중 라돈 농도는 같은 동네에서도 집마다 다르다. 심지어 같은 집에서도 방마다 다를 수 있다. 라돈의 발생·유출 경로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측정 습관으로 언제, 어떤 상황에서 실내 라돈 농도가 높아지는지 ‘라돈 패턴’을 알면 좋다. 무엇보다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문을 열거나 실내 강제 배기 장치를 가동하면 라돈 농도는 뚝 떨어진다.”
 
‘라돈 공포’가 지나친 면은 없는가.
"하루의 3분의 1을 보내는 침대인만큼 두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라돈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가령 조그마한 장신구에서 라돈이 좀 나온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몸에서조차 일정 정도의 라돈은 나온다. 정 찜찜하면 안 차면 된다. 주변 토양이나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라돈이 문제다. 이것도 충분히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면 관리할 수 있다. 미국에서 라돈 진단하고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을 조사해봤더니 3.3㎡당 2만원대였다. 이 정도 비용에 라돈 공포를 줄일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라돈 정책은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정책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것이 문제다. 원안위,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환경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등 제각기다. 부처별로 관리하면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가 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라돈에 대한 국제 연구는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데, 전문가가 흩어져 있으면 이런 국제 동향을 반영하기 힘들다. 통합 관리를 통해 전문가 시스템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원안위 등의 안전 관련 기관이 인공 방사능 사고에 관심이 높지만, 자연 방사능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이나 핵에 대한 공포가 큰 나라인만큼 대 국민 교육과 홍보에도 힘써야 한다.” 
 
조승연(58) 교수는 …
연세대 화학과 졸업. 미국 퍼듀대 대학원에서 핵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한 뒤 1993년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실내환경과 라돈 측정·제어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2007년부터 시행된 ‘국가라돈종합관리대책’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환경부 환경보건센터장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문위원을 역임해 국내외 원자력 관련 현안을 두루 접했다. 현재는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을 겸하는 등 라돈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라돈 침대 사태를 조사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라돈 가스 감지기인 ‘라돈아이’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이현상 논설위원
 
※취재에 황병준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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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