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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유치원 장난감으로 모차르트를 연주하는 이유는?

다음과 곡들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20세기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 ‘대답 없는 질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거쉬인 ‘포기와 베스’ 주제로 새로 만든 변주곡, 베토벤의 교향곡 8번. 한참을 들여다봐도 답이 시원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문제의 출제자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데이비드 그렐자메르(41). 그가 마련해놓은 답은 ‘사람의 목소리’다.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렐자메르는 “이 모든 작품에 사람의 목소리라는 공통점이 들어있고 이 곡들을 한 연주회에 모았다”고 말했다. 이 네 곡은 그가 2013년 만든 연주 단체인 제네바 카메라타의 다음 달 첫 내한 공연에서 연주된다.
 그렐자메르는 이 작품들 사이의 연관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브스의 곡은 아름다운 현악기의 화음으로 시작해 갑자기 트럼펫이 울리는데, 이것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같이 몽환적이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모든 부분이 노래다. 특히 바이올린이 등장할 때는 엄마가 아이에게 불러주는 자장가 같다. 거쉬인의 ‘포기와 베스’는 오페라이기 때문에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끌고 간다. 또 베토벤은 8번 교향곡을 쓸 때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에게 관심이 많았다. 이 교향곡 곳곳에서 로시니 오페라 아리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렐자메르는 연주곡목에 수수께끼를 숨겨놓길 즐긴다. 피아니스트로서 그는 바로크 시대 스카를라티의 소나타와 20세기 존 케이지의 자동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한 번에 연주했다. 피아노 두 대를 한 무대에 놓고 앞뒤로 돌며 ‘스카를라티:케이지:소나타들’이란 제목의 독주회를 열었을 정도다. 이 두 곡 사이의 연관성은 뭘까. 그렐자메르의 답은 “혁신성”이다. “두 작곡가의 시대는 200년 정도 차이가 나고 지역도 달랐지만 당대의 스타일을 따르는 대신 모험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는 이처럼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작곡가 작품을 배치하고 의미를 찾아낸다. 17세기 바로크와 20세기 현대의 작품, 18세기 고전시대의 작품과 20세기 재즈 등을 번갈아 배치하는 식이다. 뉴욕타임스의 앤서니 토마시니는 지난해 9월 그의 독주회를 두고 “연주도 잘하는 피아니스트지만 공연 프로그램은 평범하지 않고 급진적이기까지 하다”고 평했다.
 
혁신적인 곡목 기획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데이비드 그렐자메르. 다음 달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사진 크레디아]

혁신적인 곡목 기획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데이비드 그렐자메르. 다음 달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사진 크레디아]

그렐자메르가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기존 클래식 공연장이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공부한 그는 “음악회장에 나이 많은 청중뿐이고 대부분의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주하는 레퍼토리와 프로그램 구성 방식도 수십 년 동안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미래를 개발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동료와 함께 제네바 카메라타를 만든 이유다. 그는 “1부에는 정통적인 프로그램을 하고, 2부에는 춤ㆍ연극ㆍ서커스와 협업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청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유치원에서 쓰는 장난감 여러 개를 무대 위에 늘어놓고 모차르트부터 마돈나까지 연주하기도 한다.
 한국 공연의 연주 목록에 담긴 수수께끼에 청중은 과연 동의할 수 있을까. 그렐자메르는 “고른 곡들도 새롭고, 해석하고 연주하는 방식도 참신하기 때문에 청중이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와 협연하고 다음 달 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제네바 카메라타. [사진 크레디아]

제네바 카메라타. [사진 크레디아]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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