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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대표주자 김치를 골목상권으로 묶은 정부

지난해 식품 대기업 대상은 세계 40여개국에 약 490억원 어치의 '종가집 김치'를 수출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마트나 면세점에서 사가면서 '본토 맛이 살아있는 한국 김치'로 입소문이 난 덕을 봤다. 하지만 앞으로 '제2의 종가집 김치'는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김치나 두부 등 최소 73개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신규 진출을 막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21일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 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법안 통과를 앞두고 특별법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국민 경제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안전하고 다채로운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K-푸드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규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별법은 해당 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영업확장을 막는 게 핵심이다. 대기업이 해당 업종에 새로 진출하거나 기존 업체를 인수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매출액의 5% 이내에서 이행 강제금을 물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존에 해당 사업을 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기간을 정해 품목·판매 수량·판매촉진 활동 등의 영업 범위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영업범위 제한은 권고 조항이지만, 위반할 경우 해당 사실을 공표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 조항과 다름없다.  
 
당장 지정 대상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에 포함된 73개 업종이다. 김치·두부·장류·어묵 같은 식품부터 음식점업 등의 서비스업까지 다양하다. 또 얼마든지 추가될 여지가 있다. 특별법은 소상공인 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면 심의위원회를 거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개월 이내에 추가로 적합업종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정부가 특정 업종을 법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것은 지난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폐지한 이후 12년 만이다. 1979년부터 시행한 이 제도는 시장 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며 오히려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 폐지됐다.  
 
대신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민간 자율 합의 형식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성이 없어 이 제도의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인식에 후보 시절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대기업의 사업 의지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신규 진출이 없어져 고품질의 식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이행 강제금 등의 규제가 가격에 전가돼 기존 대기업의 제품도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사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고학수 한국식품산업협회 전무는 “식품 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K-푸드 확산 등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미래형 산업”이라면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으로 인해 국내 식품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치·장류 등 한식을 대표하는 가공식품의 경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선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데, 특별법으로 인해 대기업의 투자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한식을 대표하는 국내 글로벌 외식 브랜드가 없는 상태에서 이번 특별법은 국내 외식 브랜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많다. 외식업 규제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도 나온다. 외식 서비스업은 일자리 창출 능력은 매출 10억원당 26.6명으로 산업 평균인 12.6명의 배가 넘는다.
 
정부 부처도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해 이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안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경쟁력 약화, 통상마찰 우려, 적합업종 위축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밝혔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당시 이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 2006년에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사실상 부활하는 것으로, 폐지된 제도의 부작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적었다.  
 
특별법이 과연 소상공인을 위해 실익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종을 보호하는 게 오히려 소상공인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제도는 필요하지만,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게 소상공인에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역차별 가능성도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통상 마찰 가능성에 대해 정부 용역을 진행한 이재민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조항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외국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적은 업종, 또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보고서를 냈다”며 “어묵·순대·두부 등이 그렇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외국계 기업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지난 2011년 LED 조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해 대기업의 사업이 위축되자 필립스·오스람과 저가 중국산의 시장점유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특별법의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소상공인 단체도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단체의 범위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현재 법령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소상공인 단체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했다"며 "너도나도 신청해 중복될 우려가 있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제한될 수 있다”며 “이는 애초 소상공인 단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함종선ㆍ김영주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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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