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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이 왜 유튜브서 나와? 게임 방송하는 고교 역사 선생님

대구 능인고등학교 구부승 교사. 이대홍·김희상 인턴

대구 능인고등학교 구부승 교사. 이대홍·김희상 인턴

“야, 이, 좀 심하다. 항복하자 항복. 봐줘 이것들아. 아니, 이런 롤 실력으로 공부를 해봐!” 
 
유튜브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생방송을 진행하던 남자가 갑자기 헤드셋을 벗어던졌다. 게임 속 자신의 진영이 상대방의 공격에 거의 붕괴될 정도에 이르자 그는 괴성을 지르더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더니 유튜버는 다시 헤드셋을 쓰고 톤을 바꿔 말을 이어나갔다. “게임은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국내 민족 운동의 전개에 대해 공부할 거예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게임 영상이 수놓았던 방송 화면에 역사 강의 자료를 띄웠다. 구독자들은 “오버워치 한 판만 더 하는 건 어때요 쌤?”이란 댓글로 아쉬움을 표했다.
 
선생님은 왜 유튜버가 됐나
평범한 유튜버인 줄 알았지만, 그의 진짜 정체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 대구 능인고등학교 구부승(31) 교사는 지난달 7일 첫 생방송을 시작했다. 유튜브 ‘BUKU TV‘에서 매주 수·토·일 오후 9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방송을 진행한다.
 
계정 개설 한 달 만에 1800여 명의 구독자도 모았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이 정도의 숫자를 모으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총 35번의 방송으로 누적 조회 수 3만 3309회를 기록했다.
 
유명 유튜버에 비하면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조회수지만 대구 고교생 사이에선 이미 ‘게임을 하는 역사쌤’이란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즘 역사쌤 근황’이란 글에 구 교사의 방송 모습이 올라오면서 전국구 ‘엽기’ 선생님으로 발돋움 중이다.
 
구 교사는 주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사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 수업 예습 개념의 방송이다. 본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한다. 구 교사는 “게임 상당수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배경을 설명하기 좋겠다 싶어 게임 방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무도 안 보는 영상 강의, 학생들이 보게 하자”
그는 왜 유튜브 생방송을 시작했을까. 구 교사는 “거꾸로 수업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생방송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거꾸로 수업’이란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의 일환으로 다수의 고등학교에서 실시 중인 수업 방식이다. 기존 교사가 주도하는 암기식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교사가 영상을 촬영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고, 학생은 이를 확인한 뒤 본 수업에 참석해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기존 수업 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이 교사의 영상을 보지 않는다는 것. 구 교사는 “오히려 아이들은 유튜브나 트위치를 더 많이 보더라. 수업 참여율과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들이 자주 보는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실시간 생방송을 ‘때려버리자’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구 교사는 “현재 맡은 반에서 125명 정도가 유튜브 강의를 듣고 있는데, 조회 수는 그 이상 찍혀있다”고 전했다. 원래 학교 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영상인데 다른 학교 학생, 일반인까지 들어와 보기 시작한 것이다. 생방송을 본 학생들은 “유튜브 방송이 신선하고 재밌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아 좋다”는 반응이다.
 
“역사 크리에이터로 갈 데까지 가 보겠다”
구 교사는 유튜브로 수익금을 벌어들일 수도 있지만,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기에 이를 애당초 차단했다고 했다. 유튜브에선 광고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고 시청자가 방송인에게 돈을 기부할 수도 있다.
 
최근 고민은 수위를 한참이나 넘어서는 학생들의 댓글이다. 구 교사는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혐오성 발언을 한다. 이럴 때 차단이나 신고 등 대응을 하며 인성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 방송은 구 교사 본인에게도 자극이 됐다. “수업과 방송 준비로 힘들긴 하지만 즐겁다. 일단 힘닿는 데까지 방송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려 한다. 갈 데까지 가 볼 생각”이라며 각오를 전했다.
 
유튜브를 활용한 학생과의 실시간 소통은 공교육 혁신의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 교사는 “수험생들을 위한 역사 방송, 일반인들을 위한 역사 스토리텔링도 구축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과 합작해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종합적인 문화 공간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나영 기자 ahn.na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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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