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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최저임금 둘러싼 경총의 '갈지 자' 행보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사진 뉴스1]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사진 뉴스1]

결국 중앙일보 보도 하루 만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80도 바뀐 입장을 발표했다. 경총은 지난 22일 최저임금에 상여금·숙식비 등을 포함하자는 국회 논의를 중단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23일 저녁에 와선 "국회에서 결론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장을 수정했다. 이런 '갈지 자' 행보는 유일한 사용자 단체인 경총이 기업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을 포함하자는 주장은 1988년 직후에도 있었다. 이때부터 경영계가 이런 주장을 하면 노동계가 반대해 무산됐다. 이 제도는 최저임금에 각종 수당을 포함해 한꺼번에 협상하자는 것일 뿐 노사 어느 한쪽에만 유리한 주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기적으론 산입 범위가 넓어지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크게 높이기 어렵다는 노동계 염려를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숙식비 등을 포함해 최저임금을 정해 왔다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 직후 '악덕 사장'이 아르바이트생의 도시락을 없애는 꼼수를 부리진 못했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상여금 등도 함께 오를 수 있어 '친 노동 국가' 프랑스도 최저임금에 이를 포함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안이 지난 21일 여야 합의까지 간 건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무한정 쏟아부을 순 없었을 것이다.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안에 제동을 건 곳이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경총은 국회 안은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한 것으로 분·반기마다 수시로 지급되는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대 근거라고 주장했다.
 
 
 
재계에선 경총이 자기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국회 논의 중단을 요청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의가 안 돼 국회로 넘어온 안을 다시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기면 사실상 합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3일 저녁 경총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이런 재계와 중소기업계의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민노총은 이 문제가 흐지부지되길 바라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거부한다"며 "경총이 같은 주장을 한때나마 한 것은 결국 민노총을 대변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이 뒤늦게라도 "30여년 묵은 숙제를 이번엔 매듭지어야 한다"는 경영계,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수용해 국회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그 과정은 개운치 않다. 경제단체로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숙제로 남게 됐다.  
 
 
김도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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