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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일한 여성, 경력단절 후 재취직보다 아이 0.5명 덜 낳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신생아실.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신생아실. [뉴스1]

결혼ㆍ출산에 따라 자의 혹은 타의로 직장 생활이 중단된 ‘경력단절’ 여성들이 많다. M자 형태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그래프가 이를 상징한다. 그러면 여성의 경력단절은 자녀 출산과 어떠한 연관성을 가질까. 경력단절 없이 계속 일을 이어간 여성은 경력단절 후 재취직한 여성보다 아이를 0.5명 정도 덜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교육 수준과 직업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기회비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3일 한국 기혼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지속성과 출산의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은 교수는 2015년 인구 센서스에 참여한 20~59세 기혼 여성을 결혼 전 취업 여부, 경력단절 경험 여부, 현재 취업 여부 등에 따라 6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결혼 전부터 꾸준히 일하지 않는 '무노동지속형' ▶결혼 전에는 일하지 않다가 결혼ㆍ출산 후에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 '후기노동진입형' ▶결혼 전 일을 했고 결혼ㆍ출산 후에도 계속 일을 이어가는 '노동지속형' ▶결혼 전 일을 했고 경력단절이 없다가 현재는 일하지 않는 '후기노동이탈형' ▶결혼 전 일을 했다가 결혼ㆍ출산 후 경력단절을 겪은 뒤 재취업한 '노동재진입형' ▶결혼 전 일을 하다가 결혼ㆍ출산 후엔 아예 일하지 않는 '초기노동이탈형' 등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유형별 출산율. [자료 은기수 교수]

여성의 경제활동 유형별 출산율. [자료 은기수 교수]

분석 결과 여성이 꾸준히 일하는 지와 출산율은 유의미한 관계를 보였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대체로 계속 일한 여성보다 출생아가 많은 편이었다. 6가지 유형 중 후기노동진입형과노동재진입형이 평균 1.87명으로 출산율이 가장 높았다. 경력단절을 겪었지만 재취업한 여성과 결혼ㆍ출산 후에 새로 일을 시작한 여성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의미다. 반면 결혼 전부터 꾸준히 직장 생활을 해온 그룹은 1.39명으로 출산율 최저였다. 결혼 전부터 일하다가 뒤늦게 그만둔 그룹(1.52명)은 두 번째로 낮았다.
 
이러한 '노동지속형' '후기노동이탈형' 여성은 경제활동 중단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강하다. 은 교수는 "결혼 전부터 계속 일을 하는 여성들이나 경력단절을 피하고 일하다가 나중에 일을 그만둔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자녀를 덜 낳는다. 이들은 출산보다는 일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혼ㆍ출산이 경력 유지에 커다란 위험이 되고, 경력단절 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해도 더 낮은 직장을 갖게 되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여성 취업 창업 박람회장을 찾은 여성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대를 확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성 취업 창업 박람회장을 찾은 여성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대를 확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은 교수에 따르면 직장 생활을 계속하는 여성들은 비교적 젊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좋은 직업군에 속한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 자료(2015년)에 따르면 동일한 연령의 여성은 중졸 이하와 대졸 이상일 때 164만1000원의 임금 차이가 난다. 교육 수준이 높으면 일을 포기함에 따른 기회비용이 훨씬 큰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직업군이 좋을수록 그런 경향은 더 심화한다.
 
실제로 여성의 교육 수준ㆍ직업군은 출산율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교육 수준이 오를수록 평균 출생아 수는 줄어들었다. 중졸 이하는 2명이었지만 대학원 이상은 1.51명이었다. 직업군 별로는 전문직(1.59명), 사무직(1.6명)의 출산율이 낮은 반면 농림어업직(2.26명), 단순노무직(1.92명)은 높은 편이었다.
경력단절여성 일자리 박람회에 마련된 여성취업상담버스에서 상담 중인 여성 구직자. [중앙포토]

경력단절여성 일자리 박람회에 마련된 여성취업상담버스에서 상담 중인 여성 구직자. [중앙포토]

따라서 노동지속형 여성들은 출산을 연기하면서 무자녀 상태로 머물거나 한 명 정도만 낳게 된다. 만약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낳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일과 가정을 병행하려 노력하고,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자녀 양육을 이어가려고 하는 식이다.  

 
은 교수는 "여성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병행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혼·출산을 미루거나 출산을 회피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저출산 심화·지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인구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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