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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의 정의 아직 분명치 않다"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던 북ㆍ미 정상회담의 전도가 안개속으로 접어들었다. 속전속결을 요구하는 미국과 단계적 해법을 고집하는 북한이 서로 물러서지 않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훈수를 두며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에 손을 들어주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판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예영준 특파원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예영준 특파원

중국의 생각을 읽기 위해 국제정치학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을 최근 두 차례 인터뷰했다. 그는 “단박에 비핵화를 끝내자는 미국의 해법은 현실성이 없고, 북미의 기대치에 큰 격차가 있다”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한반도 핵우산 제거의 포함 여부 등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뭘 의미하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남북+미국의 3자 회담론 등에 대해서는 “중국이 빠진 그 어떠한 협정도 실효성과 권위가 있을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싱가포르 회담 개최에 영향을 줄까.  
“회담은 열리지 않겠나. 하지만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 아직은 기뻐할 때가 아니다. 기대가 너무 앞서거나 지나치면 안된다. ”
 
 -비핵화 방식의 차이가 현재 드러난 가장 큰 쟁점인데 좁혀질 수 있을까.  
“미국은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하되 그것도 즉시에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단박에 비핵화란 목표점에 도달하고(一步到位) 한 번의 수고로 영원히 편해지는(一勞永逸) 방식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단계적 진행을 원한다. 특히 이번 2차 중국 방문 기간에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단계의 길이'에 있다. 너무 길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담판을 거쳐 합의에 이를 때까지 갈 길이 멀다. ”
 
 -비핵화 방식에서 중국은 북한 편인가.  
“만일 북한이 ‘단박에 비핵화’를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중국도 환영한다. 하지만 중국이 볼 때 이런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그들이 가진 걱정은 풀어줘야 한다. 북한이 한걸음 한걸음 비핵화 행동을 하면 관련국가들이 (그에 상응하는) 제재해제와 안전보장 등의 조치를 해 나가면서 최종적으로 비핵화를 완성하자는 것이다. 이 점에선 한국 정부도 중국과 상당히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안다.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고무하기 위한 조치를 아직 내놓은 게 없다. 나는 오로지 북한에게만 핵을 포기하라고 얘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왔는데 미국 조야의 분위기는 어떠했나.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강경론자는 김정은에게는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대화국면을 이용해 시간을 벌고 궁극적으로는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려한다고 본다. 지금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대화 국면에서) 북한을 배려하기 때문이란 생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내의 과도한 강경 입장이 비현실적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비핵화가 끝날 때까지는) 북한에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대화가 깨어지기 쉽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는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나 역시 그의 본심을 알고 싶다. 김 위원장은 두차례 중국 방문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비핵화 유지를 계승하고 비핵화를 실현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선 도대체 비핵화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이해가 각자 다르다. 미국이나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핵능력을 포기하는 것이 바로 비핵화라고 본다. 반면 북한이 예전에 표명한 입장을 보면, 미국이 과거 한국에 배치했던 전술핵무기의 철수, 나아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핵우산의 철회를 포함하는 게 북이 말하는 비핵화다.  
최근의 북한이 밝힌 것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동결하고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것일뿐,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현 단계에서 분명하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이 보다 더 많이 알 수도 있다. 북한과 물밑 접촉도 여러 차례 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직접 대화도 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적어도 현재까지 명확한 답변이 없다. ”
 
-김정은이 비핵화에 나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이 있다. ‘핵을 포기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핵무기를 완성해서 협상력을 최대한 높인 다음에 미국과의 담판을 성공시킨 뒤 개혁개방에 나선다는 로드맵이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것을 다른 것과 바꾸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 한다는 해석은  예전부터 줄곧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한 것은 남북의 경제 및 군사력의 불균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한국은 고속 경제 성장의 결과 강한 군대를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 정체로 국방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남북의 군사력 격차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안보 문제를 풀려고 했다. 핵개발은 통상 전력을 현대화하는 것보다는 훨씬 돈이 적게 든다. 핵무기는 가난한 자의 무기다. ”  
 
-만약 싱가포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까. 
"더 위험해 질 수 있다. 하지만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미국내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많고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불확실하다. 핵을 가진 나라에 대해 무력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엄중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다. "  
 
 -중국의 입장에 대해 얘기해보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4월 판문점 선언에서 3자회담 혹은 4자회담을 추진한다고 했다. 만약 3자 회담이 되면 중국은 빠지게 된다. 중국은 이에 반대하나.  
“양자회담이든 3자회담이든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다 좋다는 게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참가 없이는 한반도 상황의 근본적인 개선은 실현되기 어렵다. 중국은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이자 한반도 문제의 중요 당사자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서명하지 않으면 평화협정은 실질적 권위가 없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어느 한쪽이 빠지면 협정은 권위와 유효성을 잃게 된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북한의 핵폐기와 그에 대한 보상, 북한의 경제 발전에 대한 원조,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제공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일들은 중국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거나 실현이 매우 어려운 문제다. 과연 중국이 빠지는 게 한국에 도움이 될까.”
 
-그렇다면 ‘차이나 패싱’이나 ‘중국의 주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인가.  
“나는 원래부터 그런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내가 더 우려하는 것은 모든 일을 중국의 몫이라며 떠맡기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관련된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공동으로 노력할 때 비로소 원만한 해결에 이를 수 있다. ”
 
-앞으로 비핵화가 진전되고 평화체제 구축의 단계에 이르면 주한 미군 철수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 때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보도로는 주한미군 주둔에 김정은이 반대하지 않는다지만 최종적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중국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희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은 외국 군대가 이처럼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미군 주둔에 반대한다거나 철수를 요구한다는 등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건 당장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마 단기간 안에는 주한미군 철수가 큰 문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반도 위기가 지나가고 지금과 같은 긴장완화 국면이 계속된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날이 올 것이다. ”  
 
-김정은의 두차례 전격 방중으로 악화일로이던 북·중 관계가 단번에 복원되었다. 한국에도 중국에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란 속담이 있는데, 북·중 관계가 원래 그런 것이었나는 생각이 든다. 북·중관계에 급반전이 일어난 원인은 뭐라고 보나. 과연 특수관계이기 때문인가.
“양국의 자기 이익 판단의 결과이자 국가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실 이런 급반전은 북·중간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라 남북 관계에서도 일어났고 북·미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북·미간의 변화가 북중간의 변화보다 작다고 할 수 있나. 현재의 관계 역시 앞으로 다시 바뀌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이는 최종적으로 양측이 국가이익상 일치하는 점과 대립하는 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달려있다. ”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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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