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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빅데이터 후진국 한국, 남은 시간 별로 없다

주정완 경제부 기자

주정완 경제부 기자

지난 2월 평창 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취재한 외신 기자 중에는 핀란드의 카이 쿤나스(55)도 있었다. 여름과 겨울을 합쳐 14번의 올림픽 현장을 누볐던 그는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 그는 정신을 차린 뒤 입원실에서 한 장의 서류에 서명했다. ‘지놈(genome·유전체) 정보’가 담긴 혈액 샘플을 기증하는 데 동의하는 서류였다.
 
그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며 “스포츠에서 승리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에 달린 것처럼 의료에서도 데이터가 충분해야 질병을 극복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인간 지놈 연구를 위한 ‘빅데이터’ 구축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50만 명의 지놈 정보를 수집·연구하는 ‘핀젠(FinnGen)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미국은 100만 명,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도 300만 명의 지놈 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하는 계획을 내놨다.
 
‘산업의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2년 전 이세돌 9단을 꺾어 화제가 됐던 인공지능 알파고의 놀라운 학습 능력도 빅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 9단을 이긴 알파고는 인간이 둔 16만 건의 기보(바둑 기록)를 바탕으로 학습했다. 최신 버전 알파고 제로는 컴퓨터끼리 2900만 건의 대결을 벌이고 그 기록을 빅데이터로 활용했다.
 
한국은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세계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2억 장이 넘는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한 금융거래 정보, 전 국민 건강보험을 통한 보건의료 정보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빅데이터의 활용에선 창피한 수준이다.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운 규제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는 중요하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하는 전문가들도 개인정보 보호를 포기하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다.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빅데이터를 활성화할 수 있게 사회적인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남은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는 “과거 몇 차례 국내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 기술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지, 무조건 못하게 틀어막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정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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