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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지방선거는 왜 전과자 천국이 됐나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한국인들은 준법정신이 투철하다. 적어도 마음만은 그렇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7 사회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법·규칙 준수의 중요성’ 인식이 7점 만점에 6.1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과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70%에 육박했다. 우리 국민은 동성애자(57.2%), 북한 이탈 주민(14.3%), 외국인 이민자·노동자(5.7%), 장애인(1.8%) 등의 소수자 중에서도 전과자를 가장 강력하게 거부했다.
 
그런데 묘한 일이다. 그렇게 싫어하는 전과자를 선거에서는 척척 잘 뽑아주니 말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선자 35.9%(3952명 중 1418명)가 100만원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과자였다. 2010년 지방선거의 3.5배에 달했다.
 
4년 만에 열리는 6·13 지방선거는 어떨까. 예비후보 명부(5월 18일 기준, 8937명)를 분석해보니 41%가 전과자였다. 전과 2범 이상도 18%다. 최다 기록은 전과 15범인 최갑용 강원도 삼척시의회 의원 예비후보(무소속). 그는 1990년대부터 각종 벌금형을 차곡차곡 적립하다 2014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무소속 후보의 전과 비율이 49%로 평균보다 약간 높았지만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주요 정당도 만만찮았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36%, 자유한국당 40%, 바른미래당 41%, 민주평화당 50%, 정의당 38%가 전과자였다. 그중 최다 전과를 기록한 이는 황보길 경남도의원 한국당 예비후보다. 2014년 고성군의회 의원 선거 출마 당시 전과 9범이었던 그는 당선 뒤 ‘선박 입출항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벌금 100만원 두 건을 추가해 전과 11범이 됐다.
 
지방선거는 왜 전과자 천국이 됐을까. 하나는 ‘과잉 범죄화’ 탓이다. 한국인 누적 전과자는 2016년 기준 1160만 명을 넘어섰다. 15세 이상 국민 4450만 명의 26%, 넷 중 하나가 전과자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와 정기상 판사는 2010년 논문에서 행정규제 위반행위 등을 형사처벌하는 법을 무분별하게 만든 탓에 전과자가 양산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도덕적 해이다. 과잉 범죄화를 고려해도 지방선거 예비후보 전과 비율은 국민 평균보다 확실히 높다. 전과 9범도 의원으로 선출되고, 재직 중 2범을 추가하고도 또 출마한 것은 후보 본인과 소속 정당이 그 정도 죄는 저질러도 괜찮다고 여겼다는 방증이다.
 
마지막 원인은 대충 투표한 당신이다. 적어도 후보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표를 던져야 한다. 도둑에게 곳간 맡겨 놓고 살림 거덜 났다 울어봐야 누구 탓이겠나.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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