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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측 취재진 방북 불허 … 북한에 당당히 대처하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우리 측 기자단 명단 접수를 끝내 거부했다. 23~25일로 예정된 이번 행사에 우리 측 취재진이 참여하게 된 건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측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북한 외무성도 지난 14일 공보를 통해 미국·영국·중국·러시아 기자단과 함께 우리 기자단을 공식 초청했다. 그래놓고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기자단의 방북을 돌연 불허한 것이다.
 
북한이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고 존엄 차원에서 약속한 기자단 초청을 행사 전날 손바닥 뒤집듯 무산시킨 건 보통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다. “남북 간에 합의한 내용은 반드시 지켜 대결과 반목의 시대를 끝내자”는 4·27 판문점 선언의 취지를 정면으로 짓밟는 폭거다. 북한은 행사가 개시되는 23일 중에라도 우리 기자단의 입북을 허용해야 한다.
 
북한이 다른 4개국 기자단엔 비자를 발급하고, 핵실험장 폐기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도 남측 기자단만 콕 집어 방북을 막은 의도도 궁금하다. 때마침 한·미 정상회담차 워싱턴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노림수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편에 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워싱턴의 ‘일괄 타결’ 원칙을 누그러뜨리고 평양이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적 조치’ 원칙이 관철되도록 힘쓰라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문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다. 북한이 몽니를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의구심을 품고 문 대통령에게 “한국의 설명과 북한의 요즘 행동이 왜 다르냐”고 추궁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럴수록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최우선한다는 원칙 아래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 긴밀한 한·미 공조를 되살리기 바란다.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논리로 트럼프를 설득하려 하는 건 금물이다. “한국은 북한 편”이란 부정적 인식을 워싱턴 조야에 확산시켜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고, 북한의 기를 살려줘 비핵화 허들을 더욱 낮추려 들게 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 정부에 ‘판문점 선언 이행’을 명분으로 각종 압박과 위협의 고삐를 죄어 왔다. 북한 적십자회중앙위원회는 2년 전 집단 탈북한 류경식당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미 맥스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발언 등을 두고 트집을 잡기도 했다. 이런 억지스러운 언행은 문재인 정부를 길들이겠다는 속내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측의 대응 태도다. 북한의 생떼에는 원칙을 앞세운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나치게 저자세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북한을 대화로 끌어낸 것도 한·미 공조와 원칙적 대응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내부의 목소리가 통일되지 않는 한 남북대화는 물론 북핵 해결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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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