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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비닐 널린 해변 … ‘청정 제주’ 쓰레기 몸살 앓는다

지난 1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의 해안가. 에메랄드빛 바다를 끼고 넓게 펼쳐진 검은 현무암 해변 바위틈에는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스티로폼이 대부분이었다. 각종 음료 페트병에서부터 누군가 쓰고 버린 샴푸 통까지 눈에 띄었다.
 
“여기 100m 반경에 있는 쓰레기만 수거해도 큰 포대로 40~50개가 가득 찰 정도죠.” 취재에 동행한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팀장은 해안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다음 날 아침 해안 도로를 따라 카페가 줄지어 있는 제주시 애월읍의 올레길. 바다와 기암괴석이 빚은 절경을 배경으로 여기저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버려진 플라스틱 컵에는 커피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제주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만 가는 쓰레기에 고통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안 쓰레기는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망치는 골칫거리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해안에서 수거한 쓰레기양은 2012년 9600t에서 지난해 1만4000t으로 30% 넘게 늘었다.  
 
도청 관계자는 “해안 플라스틱은 염분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해 매립하거나 소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정 제주도 쓰레기 섬

청정 제주도 쓰레기 섬

더 심각한 것은 급증하는 생활 쓰레기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하루 1332t으로 6년 전인 2011년 764t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소각장으로 가는 쓰레기양도 2011년 하루 198t에서 지난해 319t으로 급증했다. 도내 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한계치 200t을 넘어섰다.
 
도에서는 2015년부터 폐비닐·종이 등을 골라 압축 쓰레기 형태로 포장하고 있다. 육지의 고형연료(SRF) 제조 시설로 보내기 위해서다.  
 
제주시 회천동 환경시설관리소 매립장에는 흰 비닐로 포장된 1t짜리 압축 쓰레기 뭉치 5만여 개가 쌓여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까마귀가 뜯어놓은 틈으로 속을 들여다보니 대부분 폐비닐이었고,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코를 찌르는 악취마저 풍겼다.  
 
임용구 제주환경시설관리소 주무관은 “압축 쓰레기의 질이 낮아 SRF 제품으로 품질 인증을 받지 못해 쓰레기를 받겠다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 쓰레기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2009년부터 해마다 1만 명씩 늘어 지금은 68만3000명을 넘었다.
 
더 큰 문제는 관광객 급증이다. 저가항공이 활성화되면서 비용이 싸진 데다 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제주 관광객 수는 2008년 582만 명에서 지난해 1480만 명으로 거의 세 배로 늘었다.  
 
관광객의 경우 대부분 일회용품을 사용하다 보니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도 많다. 결국 제주도민 1인당 배출하는 쓰레기도 하루 1.92㎏으로 전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에 씨름하고 있는 세계 관광지 5곳’ 중 하나로 페루 마추픽추 등과 함께 제주를 꼽기도 했다.
 
강성일 제주대 관광학 박사는 “관광객 숫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라며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관광객이 갑자기 늘면서 쓰레기 문제 같은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에서도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도입해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배출량이 계속 늘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도 팀장은 “재활용 확대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원천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라며 “일회용 플라스틱의 도내 반입과 유통을 제한하고 모든 일회용품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청정 제주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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