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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이란에 새 핵합의 요구 “거부 땐 사상 최강 제재”

마이크 폼페이오. [신화=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이른바 ‘새로운 이란 핵합의’를 위한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국무장관이 이날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행한 공식연설(‘이란 핵 합의 탈퇴 이후 전략’)을 통해서다.
 
총 12가지에 이르는 요구사항은 우라늄 농축중단, 플루토늄 사전처리 금지,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활동 신고 등 전면적인 핵활동 중단·금지를 포괄했다. 나아가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와 시리아·예멘 등에서 역내 군사지원활동 제한도 요구했다. 이란에 대해 북한과 마찬가지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란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전례 없는 금융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이것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란의 역내 군사활동과 관련해선 “이란 일당과 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를 추적해서 부숴버리겠다(crush)”라고 일갈했다.
 
반면 이란이 새로운 핵 합의를 체결한다면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외교적·상업적 유대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특히 이란 국민을 겨냥해서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번영하고 융성하게끔(prosper and flourish)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앞서 북한의 비핵화 보상으로 경제 번영을 언급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는 반응(미 온라인매체 VOX)도 나왔다.
 
이날 공개된 ‘새 전략’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조너선 크리스톨 세계정책연구소 (WPI) 연구원은 CNN 기고에서 “한마디로 ‘우리 말하는대로 해라, 아니면 부숴버리겠다’는 메시지인데, 외교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 기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동맹국들 지지도 못 끌어내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합의를 성공시킬지 세부안이 없다는 혹평이다.
 
실제로 미국의 탈퇴 후에도 JCPOA 유지를 공언해 온 유럽연합(EU)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에서 “폼페이오의 연설은 이란 핵합의 탈퇴가 해당 지역을 어떻게 핵확산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만들지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이란 핵합의의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의 목표는 사실상 정권 교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BBC는 “(트럼프의) 근본 목표가 이란 내 정권 교체라는 걸 감추려는 외교적 연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 때 국무부 관료를 지낸 수잔 말로니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트위터에 “폼페이오는 ‘전략’이 아니라 이란 내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법한 희망 사고를 쏟아냈다”고 썼다.
 
이란은 단박에 제안을 거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 직후 “이란과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당신(폼페이오)은 도대체 어떤 자인가”라면서 “(12가지 조건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이란은 미국을 빼버린 채 JCPOA 당사국들과 기존 합의를 강화하는 것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중앙은행에 유로화를 직접 송금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논의 중이다. 여기엔 유럽 내 은행에 개설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 유럽 회사가 내는 이란산 원유 수입대금을 예치하고 수출업체의 수익을 인출하는 방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한국이 2010년부터 이란과 거래에서 이용했던 원화결제계좌와 같은 방식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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