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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육체노동자 정년 65세로 봐야”

교통사고를 당한 후 노동능력이 떨어졌다면 그로 인해 덜 벌게 된 ‘평생의 수입’을 배상받을 수 있다. 이 ‘평생’의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법원 판결들이 잇따르고 있다. 법원은 1991년 이후 지금까지 ‘육체노동자=60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일종의 규칙으로 삼아왔다. 대법원이 “일용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은 만 60세에 이르기까지 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 김은성)는 지난 8일 “법원이 30년 가까이 유지해 온 경험칙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稼動年限·일을 해 돈을 벌 수 있는 최후 연령)을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자동차사고로 장해를 입은 한모(38·사고당시 29세)씨가 가해 버스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항소심에서다. 재판부는 “한씨가 60세까지밖에 일을 못 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1심 판단은 잘못됐다”며 “원심을 깨고 284만원을 더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평균수명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며 ▶기능직공무원·민간기업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났고▶연금 수급연령도 65세로 변경됐으며▶실질 은퇴연령은 이보다 높은 72세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근거를 들었다. 재판부는 “연금의 수급연령을 65세로 정한 것은 그 전까지는 돈을 벌 수 있다는 현재 경제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면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65세까지 돈 벌 능력이 있다고 해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했는데, 사고가 났을 때는 60세까지만 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판단했다.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판결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개 곧 60세가 되거나 60세를 조금 넘긴 이들에게 예외적으로 몇 년 더 인정해주는 식이었다.  이번처럼 20대의 젊은 나이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 65세를 가동연한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이 확정되면 30년 동안 우리 법원이 가져왔던 ‘육체노동자=60세까지’라는 기존 판례는 깨지고 ‘육체노동자=65세까지’라는 새로운 판례가 생기게 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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