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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 등단, 칠순에 두 번째 시집 낸 전 검사장

황선태

황선태

‘어린 시절 무서워 달아나기도 했던 내 그림자/일상 속에 묻혀 잊고 지냈는데/언제부터인가 참 반갑다/말없이 그저 따라오는 것이 고맙고/꾸부정한 모양새가 안쓰럽다/양구 부산 경주 울산 청주 창원 대전 광주 김천/전국을 따라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중략)… 삶의 무게에/조금 굽어졌을 뿐이니 괜찮아/그동안 수고 많았어/고마워’(‘그림자에게’)
 
고희의 사내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그림자에게 말한다. “고맙다”고. 검사라는 직업상 전국을 떠돌았던 시절에도 곁에 있어줘 고맙다고.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어 조금은 굽었지만 그래도 고맙다고.
 
1년 6개월새 두 권. 전문 시인도 해내기 어려운 속도로 시집을 낸 신인 작가가 있다. 2005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황선태(70·사법연수원 5기·사진) 변호사 얘기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상근고문변호사인 그는 퇴직 6년 뒤인 2011년부터 3년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그가 시인의 길로 들어선 건 2016년초다. 시 전문 계간지 ‘시와시학’이 주최한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공식 등단했다. 그해 10월 첫 시집 『꽃길의 목소리』를 낸 그는 지난달 두 번째 시집 『산자락 물소리』를 펴냈다. ‘그림자에게’는 자신의 칠십 평생을 담은 시로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다.
 
시인이 된 건 2년여이지만 시인을 꿈꾸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시절이다.
 
“1학년 때부터 부르던 교가의 작사가가 선친이란 걸 2학년 때 알았다. 아버지로부터 그런 재능을 좀 물려받았나 보다. 그때부터 내내 시에 관심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대(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해 고시를 보고 검사가 됐다.”
 
그러나 시인의 꿈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임기가 끝나갈 즈음 습작을 시작했고, 전문가로부터 몇개월간 사사를 받았다. 그는 “어렵게 시를 쓰려고 하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접근할 수 있는 양재천이나 청계산 같은 가벼운 주제들로 쓰다 보니 독자 반응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시집은 두 권 모두 포털사이트 집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인세를 조금 받았지만 교회 헌금 내고 기부도 하니 남지 않더라”고 했다.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그는 “시집을 내면서 시집 전문 출판사의 사정이 열악한 걸 알게 됐다. 시 쓰는 것보다 출판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그러나 아기 낳는 게 힘들다고 안 낳는 게 아니지 않나. 내가 아들이 셋인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다음 시집도 계획해 보겠다”고 웃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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