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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문 정부 첫 전국선거, 재보선 12곳 … 정치권 빅뱅 이어지나

최상연의 정치 속으로 
판 커진 재보선에 1당 걸려
 
6·13 지방선거가 3주일 앞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실시되는 전국단위 선거여서 중간 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운동장이 기울어진 밋밋한 선거판이다. 정치권 시선은 지방선거 너머를 향하고 있다. 지방선거 승패보다 선거 이후 당권 향방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다.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는 정치권 이합집산 등 정치판의 지각 변동을 부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밖에선 1당, 안에선 당권을 놓고 싸우는 사활을 건 총력전이다. 복잡한 계산과 수읽기로 여야가 요동치고 있다.
 
충남 천안갑과 병, 두 재보선 지역 중 한 곳에 출마할 거라고 소문났던 이완구 전 총리는 1개월 전 돌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불출마 기자회견’ 1주일 후인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 전 총리에게 불쑥 전화를 걸어 자신과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의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밖에서 열심히 돕겠다’며 거절한다. 이 전 총리의 재보선 공천에 소극적이던 홍 대표가 갑작스레 공동선대위원장 카드를 들이민 까닭은 뭘까. 이 전 총리는 그런 홍 대표에게 왜 엮이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을까.
 
한국당 내에선 지방선거 후 불가피하게 터져 나올 당권 경쟁과 연결 짓는 해석이 많다. 이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당권 도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젠 충청도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당권 도전 의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공동선대위원장이라면 승리든 패배든 선거 책임을 나눠야 한다.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별 후보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별 후보

이완구 “선거 전후 리더십 다를 것”
 
선거가 끝나면 한국당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홍준표 리더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 전 총리에게 물었다. 장대비가 여름 장마처럼 퍼붓던 17일 그의 자택 인근에서였다.
 
당권에 도전하나.
“선거 전에 당권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지금은 홍 대표를 중심으로 일치 단결해야 한다.”
 
선거 후엔 당이 어떻게 될까.
“지금은 전쟁 중이다. 힘들어도 모두들 덮고 넘어간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나오면 새로운 리더십 창출이 필요하고 그런 요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올 거다.”
 
선거 전망이 어둡다는 뜻인가.
“아직 변수가 많다. 판세가 지금 그대로 이어질 거로 보진 않지만 어려운 선거다.”
 
홍 대표 리더십을 어떻게 보나.
“주저함과 거침없이 달려가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그래도 거칠게 견제하는 투사로서의 개성은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분열돼 있는 당의 화합과 야권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선거가 끝나면 그런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질 거다.”
 
재보선엔 왜 불출마했나.
“내가 출마하면 바람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충청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당 지도부에 그런 건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 지도부로부터 선거에 대한 어떤 제안도 받은 바 없다. 선거는 이기자는 건데 왜 그랬는지 의문이다.”
 
근황은.
“충남북 지역의 기초단체장 선거 현장을 두루 다녔다. 앞으론 서울·경기 등 광역단체장 쪽으로 넓힐 계획이다.”
 
여야당 새 지도부가 총선 공천권 행사
 
홍준표 대표의 임기는 내년 여름까지다. 하지만 그는 지방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2년 임기의 당 대표에 다시 선출돼 2020년 총선 공천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평소 ‘나보다 더 뛰어난 적임자가 있으면 언제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에선 대체로 ‘마땅한 도전자가 없으니 당을 계속 이끌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한국당은 현역 수와 동일한 ‘광역단체장 6곳 사수’를 목표로 내세웠다. 목표를 달성하거나 목표에 근접하면 홍 대표의 뜻대로 당권을 다시 잡을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당의 ‘친박 청산’은 ‘친홍 체제 강화’로 이어진 상황이다. 바른미래당과의 보수 재개편에도 동력이 생긴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를 넘본다. 그래야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에 확실한 힘이 실릴 거란 기대감도 숨기지 않는다. 현실화된다면 홍 대표에겐 악몽 같은 일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배제된 이완구 전 총리를 포함해 이주영·정우택·나경원·유기준 등 반홍계 중진 의원들이 ‘홍준표 교체’의 목소리를 함께 키울 공산이 크다. 설사 구심점을 만들지 못하고 ‘반홍준표 전선’이 분열된다 해도 서울에서 한국당 김문수 후보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에게 밀리는 수준이라면 야권 재편의 주도권 행사가 어렵다.
 
이처럼 지방선거 성적표는 정치권 지각변동의 1차적 진앙지다. 하지만 재보선 결과와도 연동돼 있다. 재보선은 밖으론 민주당과 한국당이 원내 1당 자리를 두고 벌이는 양강의 전면전이다. 그러나 안에선 내부의 당권 경쟁 신호탄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지도부가 2020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대선 과정에서 우뚝 설 수 있는 가장 크고 결정적인 기회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당이든 재보선 성적을 들이대며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할 게 틀림없다.
 
여야 당권 주자 재보선과 연동
 
더 나아가 여야당 내부에서 당권 경쟁에 나선 주자들의 운명 자체가 재보선 및 재보선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국당의 경우 배현진(송파을)·길환영(천안갑) 후보를 포함한 재보선 출마자 대부분을 홍 대표가 직접 영입했다. 이들이 얼마나 많이 국회에 입성하느냐는 향후 책임론과 당내 역학 구도에 커다란 변수다.
 
추미애 대표 임기가 8월 말에 끝나는 민주당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인천 시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과 최재성 전 의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후보군이다. 여기에다 이해찬 의원을 포함해 자천타천 거론되는 이름을 합치면 10여 명에 달한다. 경기지사 경선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의 출마론도 나왔다.
 
3선 의원 출신인 최재성 전 의원 역시 친문 인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다. 송파을 재보선에 성공하면 그는 곧바로 당권 경쟁에 뛰어들 분위기다. 재보선 결과가 결국 친문 성향 인사들의 교통정리에 신호등이 되는 모양새다.
 
그런 점에서 지방선거에 묻혀 있지만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은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규모와 정치적 파급력에서도 미니 총선 급으로 판이 커졌다. 우선 12곳으로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의 4%를 채워야 한다. 여기에다 이번 재보선 지역은 전국에 고루 분포해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수도권 3곳을 포함해 영·호남이 각각 4곳과 2곳, 충청 3곳이다.
 
다음달 24일 20대 후반기 원 구성
 
재보선 결과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여야의 원내 지형이 영향을 받는다. 현재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18석, 야당인 한국당은 113석으로 5석 차이에 불과하다. 여소야대 지형 자체엔 변화가 없겠지만 12개 지역구의 승패에 따라 제 1당이 바뀔 수도 있다.
 
선거 결과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 한국당과의 의석수 차이를 벌리며 국회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원 구성에서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차지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미 문희상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1당을 탈환하거나 최소한 민주당과 동일한 의석만 확보해도 바른미래당과의 연대를 통해 국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성공하면 보수 재건에도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어떤 식이든 야권발 정계개편 불가피
 
서울시장 선거에 승부를 걸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할 경우 안철수·유승민 공동 리더십에 타격이 생긴다. 한국당과 민주당으로 이탈하려는 원심력은 커질 게 틀림없다.  
 
호남에 집중하고 있는 민주평화당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당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된다. 어쩌면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밀려 흡수 통합될 수도 있다. 막상 현실화된다면 초대형 여당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섣부른 몸집 불리기는 친문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다가올 총선에서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 야당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려 야권발 정계개편 혹은 정치권 새판짜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민주당 역시 손을 놓고 바라만 보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반대로 민주당이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경남과 충청, 수도권 등 전략지역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지도부 책임론을 포함한 여권 내홍은 태풍으로 불어 댈 게 틀림없다.  
 
6·13 민심은 정치권 빅뱅을 부르는 정국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여권 수뇌부는 물론 야권 차기 대권 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리게 되는 건 물론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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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