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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억 매출 홈쇼핑 쇼호스트 … 화장품 회사 기획자로 변신

방송 리포터로 시작해 GS홈쇼핑 쇼호스트, 현 AHC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정윤정이 18일 서울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방송 리포터로 시작해 GS홈쇼핑 쇼호스트, 현 AHC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정윤정이 18일 서울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1분에 1억원, 2시간에 100억원, 한 해에 3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운 홈쇼핑 쇼호스트가 있다.  
 
정윤정(42·사진)씨 얘기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GS·롯데홈쇼핑의 ‘정쇼(정윤정 쇼핑)’가 픽(Pick)한 화장품은 계속 대박 행렬을 이어갔다. 1회 방송에 1만개 이상씩 판다고 해서 ‘만판녀’로 불리기도 했다.
 
정 씨는 K뷰티 업계의 강력한 인플루언서(유행을 전파하는 영향력 있는 개인)다. 그가 ‘앞으로 화장품은 항산화(抗酸化)’라고 하면 시중에 항산화 제품이 쫙 깔리고, ‘세럼(고농축 미용 영양 성분)이 뜬다’ 하면 시장이 그렇게 따라갔다. 방송 중 코멘트가 실적으로 나타난 덕분이지만, 그가 연 18조원(취급액 기준)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 홈쇼핑 트렌드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건 분명하다.
 
정윤정은 지난해 토종 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시작한 쇼호스트를 접고 제조업으로 옮긴 건 기획부터 판매·유통까지 직접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직 후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내놓은 ‘365 레드 세럼’은 한 달 반 동안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력을 증명했다. 지난 18일 서울 대흥동 카버코리아 회의실에서 정윤정 디렉터를 만났다.
 
그가 몸담은 카버코리아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가 3조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업계는 카버코리아 매각이 최근 로레알의 패션·뷰티 브랜드 스타일난다의 인수(4000억원)로 이어지는 K뷰티 상종가 랠리의 시작점으로 본다. 하지만 정 디렉터는 “지금 흥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밖에서 부는 K뷰티 열품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아마 금방 따라올 것”이라며 “중국이 카피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동안 첫째·둘째 출산 휴가 6개월 빼고 줄곧 생방송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촉이 생겼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 보니 시청자와 눈높이가 같아진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카버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옮긴 건 그 촉을 신제품 기획에 써보자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정 디렉터는 “소싱하러 외국에 다녀 보니 한국 화장품이 왜 좋은지 알겠더라. 히스토리나 장인 정신 등 브랜드 파워만 미국·유럽에 뒤지지 나머지는 우리가 앞선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콜마 같은 한국 제조업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특히 신제품 기획부터 판매·유통까지 발 빠른 프로세스는 세계 최고”라고 덧붙였다.
 
한때 홈쇼핑에 나와 판매한 크림이 문제가 돼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정 디렉터는 “미국 수입 화장품이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홈쇼핑의 얼굴이니 그때 욕 많이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 이후로 더 단단해졌다. 자극적인 멘트를 자제하고, 매출을 앞세우는 회사에 대해서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연봉에 대해서도 살짝 밝혔다. 정 디렉터는 “가장 최근까지 쇼호스트로 일한 롯데홈쇼핑에선 과장 직급이었는데, 대표보다 더 많이 받았다. 지금 연봉을 밝히기 어렵지만 10억원 이상이었다”고 공개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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