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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까지 가 원산행 허탕…한국 풍계리 취재팀의 굴욕

 북한의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23~25일) 행사에 한국 취재진의 참관이 무산됐다.   
22일 오전 CNN 윌 리플리를 비롯한 풍계리 취재단이 베이징공항에서 북한 원산행 고려항공 탑승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오전 CNN 윌 리플리를 비롯한 풍계리 취재단이 베이징공항에서 북한 원산행 고려항공 탑승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지난 12일 초청하겠다고 밝혔던 취재진 중 한국을 제외한 미국ㆍ영국ㆍ중국ㆍ러시아 4개국 외신(국제)기자단은 22일 원산에 도착했다. 베이징~원산 간 특별편성된 고려항공 JS622 편을 이용했다. 이들은 특별열차를 이용해 풍계리로 이동한다. 
 
 통일부는 한국 취재진의 방북을 위해 이날도 명단 전달을 시도했다. 하지만 북측은 “상부에서 지시받은 것이 없다”며 접수를 거부해 끝내 비자 발급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21일부터 베이징에서 대기중이던 한국 취재단 8명은 발길을 돌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한국 기자단을 초청했음에도 후속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연례적으로 진행되는 한ㆍ미 연합훈련 맥스선더를 빌미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16일)하는 등 대남ㆍ대미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남측 취재진 거부도 이러한 공세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태영호 전 공사의 북한 지도부 비판 기자회견(14일)과 전단 살포 등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맥스선더 훈련을 한국과 함께 진행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던 미국의 취재진은 받아들였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북한 체제 비판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며 “동시에 22일(미국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신들편에서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압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행사를 24일이나 25일쯤 진행하면서 한국 취재단의 육로 방북을 급하게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21일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 모여있는 취재진.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 모여있는 취재진.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저자세로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북측에서 통신사 1곳과 방송사 1곳, 각 4명씩 취재단을 구성해 달라는 요구를 그대로 언론에 전달했다. 통상 방북 취재는 기자단에서 신문, 방송, 통신을 아울러 구성하지만 이런 관례를 무시한 채 북한 요구를 무조건 수용한 것이다. 또 정부의 요구대로 구성된 취재단 명단 접수를 거부하는데도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히 한국 취재단의 현장 방문이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핫라인을 가동하지 않았다. 비행기가 뜬 뒤에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낸 게 전부다. 시종일관 북한의 ‘처분’만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단 중국에 가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정부는 오히려 “판문점 채널을 통해 노력하고 있으니 북한이 압박처럼 느낄 수 있는 취재는 자제해 달라”거나 “북한 대사관 관계자는 물론 경비한테 말 거는 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취재진에 협조 요청을 했다. 비위를 건들지 말아 달라는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북한이 국제 취재단의 사증 수수료로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정부는 북측 또는 북한 대사관측에 문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오보를 키우기도 했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당국 간 회담을 끊은 채 압박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문의에는 답을 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오보가 확대생산되면서 북한이 비상식적 국가라는 식으로 이미지만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외신을 통해 북한이 비자 수수료만 1만 달러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때문에 베이징으로 향했던 한국 취재진들도 현금 다발을 들고 다녀야 했다.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비핵화 프로세스는 예정대로 밟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일단 자신들이 할 약속을 지키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후견국가들로부터 지원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유미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공동취재단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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