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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와 삐걱대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시계 돌리는 건 왜? 중국 눈치보나

 남북관계가 삐걱거리고 북ㆍ미 정상회담 성사가 불투명한 가운데에서도 북한이 비핵화 절차의 첫발을 떼고 있다. 남북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16일)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판문점 선언 이행 속도를 늦추면서도 핵실험장 폐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취재진은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을 이용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원산 지역으로 향했다. 취재진은 특별열차를 타고 풍계리 현지로 이동한 뒤 23~25일 중 북한이 실시할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장면을 취재한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국제기자단이 탑승한 고려항공 JS622 여객기가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국제기자단이 탑승한 고려항공 JS622 여객기가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북한은 12일 외무성을 통해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붕괴)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상에 있는 관측 설비와 연구소들, 경비대도 순차적으로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취재진은 갱도 폭발과 갱구(갱 출입구) 폐쇄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북한이 4개의 갱도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것인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3ㆍ4번 갱도를 폭파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이 폐기를 결정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공개 폐기 관측을 위한 전망대를 설치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38노스, 연합뉴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이 폐기를 결정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공개 폐기 관측을 위한 전망대를 설치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38노스, 연합뉴스]

 
이처럼 불투명한 대외 조건에서도 북한이 핵폐기장 폐쇄 수순을 밟는 것에 대해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이전 같으면 비핵화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섰을 법한 북한이 비록 한국 취재진을 수용하지 않았지만, 핵실험장 폐쇄에 나선 건 자신들이 내뱉은 얘기는 이행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미국과의 담판을 앞둔 비핵화 명분 쌓기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후견 국가들인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중국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중국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중국을 의식한 행동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우려와 함께 풍계리에서 핵실험이 이어지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다 터널 붕괴 등 자칫 사고가 날 경우, 북·중 국경에서 고작 80㎞ 떨어진 동북 3성(헤이룽장 성, 지린 성, 랴오닝 성)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6년 이후 북한의 핵실험 강도가 커지면서 중국도 대북제재에 동참했다고 한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 입장에선 정치ㆍ경제적으로 중국의 지원이 필수”라며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별개로 중국을 의식해서라도 비핵화 시계를 전진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7~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비핵화를 약속했고, 여기에서 시 주석은 “미국과의 회담 결과에 상관없이 (비핵화를 진행하면)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7일(현지시각) "나는 그들(북한)이 중국과 만났을 때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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