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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못할 '술없는 대학축제'…국세청 공문 한장이 바꿀까

상당수 대학 학생회 "축제 중 주류 판매 금지"  
“'무허가 주류 판매 금지에 관한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오랜 시간 지속해온 대학의 축제 문화가 실정법에 저촉된다는 사실만으로 강제적으로 변경되는 것에 대해 큰 유감을 표합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4일 긴급회의를 열어 위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학내에 뿌렸다. 23~25일 열리는 고려대 대동제 축제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총학이 정한 방향을 학과·동아리들이 준수할 경우 이번 축제에선 학생들의 주류 판매가 없어진다. 고려대 박정배 홍보팀장은 “고려대에서 술을 팔지 않는 대학축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 축제 주점에 '저희 과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는 글귀가 등장했다. [중앙포토]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 축제 주점에 '저희 과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는 글귀가 등장했다. [중앙포토]

이달 초 전국 대학에 보내진 공문 한 장으로 이번 달 대학축제에서 주류 판매가 현격히 줄었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전국 국공립대·사립대에 보낸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이다. 교육부는 "국세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이 있었다"며 공문의 진원지가 국세청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국세청이 수도권의 한 사립대 학생회에 대학축제 중 무면허 주류판매를 문제 삼아 벌금 900만원을 부과했다는 소문이 퍼진 터였다. 주세법령에 따르면 무면허로 주류를 팔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고, 무면허 소매행위를 하면 9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국세청, "대학축제 무면허 주류 판매는 주세법 위반"  
문제는 공문이 나온 시점이었다. 대학들은 대부분 5월에 축제를 연다. 주점을 운영할 계획이던 학과·동아리 상당수가 주류상 혹은 아주 등 식자재 취급업체와 구매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입장문 말미에 “주류 판매와 관련해 많은 혼란을 겪으셨을 학우님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전국 대학에 보낸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 대학 축제 중 학생들이 주류를 판매해 주세법을 위반하지 않게 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일 전국 대학에 보낸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 대학 축제 중 학생들이 주류를 판매해 주세법을 위반하지 않게 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대학축제에서 주류 판매는 1980년대 이후의 오랜 관행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함께 나누며 합심하는 대동제를 대학축제가 지향하면서다. 학과 혹은 동아리 단위로 캠퍼스 안에 간이 천막을 세워 주점을 열고 막걸리·소주 등의 주류를 팔았다. 즉석에서 파전·제육볶음 등을 만들어 안주로 팔았다. 이때 벌어들인 수입은 학과 혹은 동아리의 운영비로 쓰였다. 많게는 한 주점에서 수백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무면허 주류 판매가 수십 년 째 불법이지만 쉽사리 없어지지 않은 배경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지난해 한 사립대 학생회에 실제로 벌금을 부과했다는 것이 알려진 터라 공문을 효력을 발휘했다.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캠퍼스에 총학생회가 '축제 중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뉴시스]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캠퍼스에 총학생회가 '축제 중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뉴시스]

고려대 학생회는 주류 판매 금지를 결정한 이유로 '지난해 타 대학에서 이미 처벌받은 선례가 있다는 점' '주류 판매하는 고려대 학생들이 법적 처벌을 받을 여지가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고려대에 앞서 축제를 연 연세대·건국대 등 상당수 대학의 총학생회도 비슷한 이유에 주류 판매 금지를 결정했다. 

 
그 결과 상당수 대학 축제 현장에 '주류 판매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8~10일 대동제를 연 세종대 총학생회는 학내에 붙인 안내문에서 "주류 판매 금지를 의결했고 모든 단과대학에 전달했으며 이를 준수하도록 공지했다"고 알렸다. 
 
일부 대학선 편법 판매도 난무 
그렇다고 대학 축제에서 '음주'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사립대 축제의 주점 메뉴판엔 '술 사다 드립니다'란 안내가 등장했다. 지난 15일 강원도의 한 사립대 축제에선 '소주 10병 이상 지참 시 일부 안주 공짜'라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일종의 편법 판매다. 
하지만 안줏값에 포함해 술을 공짜로 주거나 술을 사다주는 행위도 주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주 경기도의 한 사립대엔 세무서 직원이 축제 현장 점검을 나와 "오늘은 계도에 그치지만, 내일도 그대로이면 단속하겠다"는 경고를 하고 갔다고 한다. 

지난 15일 강원도의 한 사립대 축제에 '소주를 가져오면 안주를 공짜로 준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뉴스1]

지난 15일 강원도의 한 사립대 축제에 '소주를 가져오면 안주를 공짜로 준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뉴스1]

'축제 행사장 주류 판매 금지'로 대학 밖 주점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학과 혹은 동아리 단위로 축제현장 주점에서 뒤풀이하던 학생들이 학교 밖 주점을 이용하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교 밖 주점들로선 축제 중 학생들의 주류 판매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점 사장 중 일부는 학생들이 편법으로 술 판매하는 것을 제보하려고 학교 안을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처럼 대학 축제에서 술 판매가 줄어들고, 내년에도 주류 판매 단속 방침이 유지될 경우 대학축제는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단국대 송덕익 학생팀장은 "적절한 음주라면 별문제가 아니겠지만, 축제 중의 지나친 음주 때문에 안전사고가 나거나 학생들이 다칠까 봐 걱정해온 것은 모든 대학이 마찬가지"라며 "주류 판매 금지가 자리잡을 경우 대학축제의 프레임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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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