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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신발에 손가락 넣어준 작은스님, 함께한 50년 부처의 길

부천 석왕사에서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나선 고산 스님(왼쪽)과 영담 스님. 열세 살 코흘리개 개구쟁이였던 영담은 스승과 50년 부처의 길을 함께 걸었다. 오른쪽 흑백 사진 속 30대 청년이던 스승은 80대 노승이 됐다.   [사진 주명덕, 영담 스님]

부천 석왕사에서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나선 고산 스님(왼쪽)과 영담 스님. 열세 살 코흘리개 개구쟁이였던 영담은 스승과 50년 부처의 길을 함께 걸었다. 오른쪽 흑백 사진 속 30대 청년이던 스승은 80대 노승이 됐다. [사진 주명덕, 영담 스님]

부천시 원미동 석왕사는 지역민에 충실한 절로 이름났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이 많은 동네 애환을 살피는 데 열심이다. 절문은 늘 활짝 열려있고 정갈한 마당에서는 포대화상 품에서 여섯 대륙의 동자(童子)가 뛰노는 ‘세계일가(世界一家)’ 조각상이 다양한 얼굴의 이웃을 반긴다. 불기(佛紀) 2562년을 맞는 올 부처님오신날, 석왕사는 반듯한 절 풍경을 지켜온 두 스님의 도타운 이야기로 잔칫집 분위기다. 고산(85) 큰 스님과 영담(67) 주지 스님이 50년 쌓아온 도반의 정 덕이다.
고산 큰 스님(왼쪽)의 수계 70주년을 맞아 사진전을 마련한 영담 석왕사 주지. [사진 주명덕]

고산 큰 스님(왼쪽)의 수계 70주년을 맞아 사진전을 마련한 영담 석왕사 주지. [사진 주명덕]

“영담이 처음 절에 왔을 때는 열세 살 콧물 흘리는 개구쟁이였지. 오자마자 어린 나이에 공양주를 너끈히 해낼 만큼 영리하기에 눈여겨봤어. 1968년 내가 사미계를 설해주고 행자 과정부터 가르치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는데 100여 명 학인을 길렀지만 다 떠나고 영담만 내 곁을 지키니 고마울 밖에.”

고산·영담 스님의 오랜 사제인연
석왕사 법당서 은사 사진전 열어

 
절집에 내려오는 말로 ‘만만한 게 상좌’라 했다지만 부자지간에도 쉽지 않은 마음 씀씀이가 두 스님의 인연을 짐작하게 한다. 22일부터 6월 3일까지 석왕사 천상법당에서 열리는 고산 스님의 초상전 ‘영적(影跡)’은 원로 사진작가 주명덕씨가 찍은 흑백과 컬러 사진 8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1970년 부산 동래 포교당에서 은사 고산 스님(왼쪽)과 영담 스님. 사진 속 영담 스님은 19살이다. [사진 영담 스님]

1970년 부산 동래 포교당에서 은사 고산 스님(왼쪽)과 영담 스님. 사진 속 영담 스님은 19살이다. [사진 영담 스님]

 
고산 스님이 주지를 지낸 지리산 쌍계사, 부산 혜원정사, 통영 연화사와 석왕사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이 나왔는데 올해 수계(受戒) 70주년을 맞은 은사 스님을 위해 영담 스님이 마련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하고 쌍계총림 초대 방장으로 추대되며 학승이자 수도승으로 한 길을 걸어온 고산 스님의 일생이 그 사진들에 드러나 있다.
 
지난해 통영 연화사를 방문한 두 사람. 영담 스님이 고산 스님을 부축해 절집으로 들어서고 있다.[주명덕]

지난해 통영 연화사를 방문한 두 사람. 영담 스님이 고산 스님을 부축해 절집으로 들어서고 있다.[주명덕]

“수행자는 수행자답게 욕심 부리지 말고 본심을 지키고 살아야지 과욕 하면 사달이 나게 돼있어. 놀고먹는 사람 또한 망할 수밖에. 내 곁에 있으려면 하루 10시간은 일해야 하니 웬만한 사람은 도망가는데 영담은 코피 터져도 제 할 일 하는 뚝심이 나를 닮았다 싶네.”  
 
큰 스님을 위해 고산문화재단을 만들어 그 말씀을 전하는 ‘쌍계총림 신서’ 10여 권을 내고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과 하얀 코끼리 재단을 만들어 소외된 이들을 돕는 영담 스님은 “은사 스님이 오래 곁에 계시기를 바랄 뿐”이다. 수십 년 불사를 일으키며 장사 못지않은 건강을 자랑하던 큰 스님도 이제는 세월 앞에 약해졌다. 산책하러 방문을 넘는 큰 스님을 영담 스님은 깍듯이 모신다. 댓돌에 놓인 털신에 손가락을 넣어 신기 편하게 거드는 모습이 여간해서는 볼 수 없는 행동거지다.
 
영담 스님(오른쪽)은 고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리고 50년간 묵묵히 스승의 뒤를 따랐다. [사진 주명덕]

영담 스님(오른쪽)은 고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리고 50년간 묵묵히 스승의 뒤를 따랐다. [사진 주명덕]

“나는 부처님을 참 좋아했던 소년시절부터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부처님 말씀을 따르려 노력했을 뿐. 돌이켜보건대 수행자가 되어 70년 넘게 부처님 밥을 먹고 살았는데, 밥값은 한 것인가.”
 
큰 스님의 자문에 영담 스님은 은사를 부축하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천=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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