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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도시를 웃게 한 빙판의 반란군

NHL 베이거스 선수들이 스탠리컵 결승에 진출한 뒤 기뻐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연고 팀인 베이거스는 리그 참가 첫 시즌에 기적을 연출했다. [AFP=연합뉴스]

NHL 베이거스 선수들이 스탠리컵 결승에 진출한 뒤 기뻐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연고 팀인 베이거스는 리그 참가 첫 시즌에 기적을 연출했다. [AFP=연합뉴스]

“신생팀 베이거스 골든 나이츠가 잭팟을 터트렸다(Rookie Vegas Golden Knights Hit the Jackpot).”
 
월스트리트저널 21일 자 스포츠 페이지 헤드라인이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베이거스가 리그 참가 첫 해 거둔 놀라운 성적을 연고지(라스베이거스)와 연결 지은 제목이다. 베이거스는 21일 열린 NHL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결승 5차전에서 위니펙 제츠를 2-1로 꺾고, 4승1패로 스탠리컵 결승(NHL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라스베이거스에는 4대 프로스포츠(야구·프로풋볼·농구·아이스하키) 연고 팀이 없었다. 연간 방문자 4000만명의 라스베이거스는 스포츠 관광도시로 변신하기 위해 연고 팀 유치에 나섰다. 연 170조 원인 스포츠 베팅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도 유치에 나선 이유 중 하나였다. 베이거스는 결국 지난해 가입비 5억 달러(5428억원)를 내고 NHL의 31번째 신생팀이 됐다. 라스베이거스 연고 최초의 프로팀이기도 하다.
 
NHL 신생팀 베이거스는 첫 시즌에 스탠리컵 결승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베이거스 인스타그램]

NHL 신생팀 베이거스는 첫 시즌에 스탠리컵 결승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베이거스 인스타그램]

베이거스는 첫 시즌부터 승승장구했고, 디비전 챔피언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신생팀이 디비전 챔프가 된 건 처음이다. 베이거스는 이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LA 킹스를 4연승을 꺾었고, 2라운드에서 새너제이 샤크스를 4승2패로 제쳤다. 여세를 몰아 위니펙마저 제압했다. 데뷔 첫 해 스탠리컵 결승에 오른 건 1968년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이후 50년 만이다.
 
베이거스는 지난해 6월 확장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단을 꾸렸다. 기존 30개 팀이 지정한 보호 선수를 뺀 나머지 선수 중에서 1명씩 뽑았다. 보호 선수에 들지 못한 ‘루저’들이 ‘사막의 도시’에서 ‘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 베이거스는 NHL의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 814억원)을 잘 활용해 다른 구단이 내놓은 ‘알짜’를 붙잡았다.
 
김정민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베이거스 돌풍은 선수의 이름값보다 실속에 초점을 맞춰 스카우트한 뒤, 그들의 숨은 능력을 극대화한 결과다. 피츠버그에서 ‘큰 경기에 약하다’고 비난받던 베테랑 수문장 마크 안드레 플러리(34·캐나다)는 베이거스로 옮긴 뒤 ‘최고 승부사’로 거듭났다. 윌리엄 칼슨(25·스웨덴), 조너선 마셰소(28·캐나다) 등 전 소속팀에서 어깨를 움츠렸던 선수들도 기회가 주어지자 펄펄 날았다”고 설명했다.
베이거스의 스웨덴 출신 공격수 칼슨은 숨겨둔 득점본능을 뽐내고 있다. [베이거스 인스타그램]

베이거스의 스웨덴 출신 공격수 칼슨은 숨겨둔 득점본능을 뽐내고 있다. [베이거스 인스타그램]

 
플러리는 플레이오프 15경기에서 평균실점 1.72점, 세이브 성공률 94.5%를 기록했다. 칼슨은 정규리그에서만 43골-35어시스트로 반란의 선봉장이 됐다. 1m75㎝ 작은 키 탓에 플로리다의 보호 선수에서 빠졌던 마셰소는 27골-48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제라드 갤런트(55) 감독은 지난 시즌 플로리다에서 22경기 만에 경질됐고, 조지 맥피 단장도 워싱턴 시절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둘 다 베이거스에서 재기했다.
 
베이거스의 로고는 승리의 V자가 가운데에 새겨진 중세시대 투구다. 꼭 그래선 아니겠지만, 올 시즌 베이거스 선수들은 기사가 목숨 걸고 전투를 벌이듯 플레이했다. 공수전환은 대단히 빨랐고, 플레이는 공격적이었다.
베이거스는 지난해 10월 총기참사를 겪은 도시를 위로하기 위해 올 시즌 베이거스 스트롱이란 문구를 썼다. [베이거스 인스타그램]

베이거스는 지난해 10월 총기참사를 겪은 도시를 위로하기 위해 올 시즌 베이거스 스트롱이란 문구를 썼다. [베이거스 인스타그램]

 
지역지 라스베이거스 리뷰 저널은 ‘골든 나이츠가 라스베이거스의 눈물을 미소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를 겪었다. 야외 콘서트장 총기 난사로 58명이 사망했고, 500여명이 다쳤다.
 
베이거스는 홈 개막전 때 헬멧에 ‘베이거스 스트롱(라스베이거스는 강하다)’이라고 적고 경기에 나섰다. 허리케인 하비 피해주민을 위로하기 위해 ‘H Strong(휴스턴은 강하다)’란 패치를 달고 월드시리즈에 출전해 우승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본뜬 것이다. 지역 단합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역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베이거스를 응원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은 1만7500석인 홈구장 T-모바일 아레나를 항상 가득 채운다. 베이거스는 동부 콘퍼런스 우승팀과 스탠리컵 주인을 가린다. 동부 콘퍼런스 결승에선 3승2패로 앞선 탬파베이가 워싱턴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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