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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골목 속 맛집·카페, 수원 '행리단길'을 아시나요

수원 행궁동 주택가에 들어선 카페들. 낡은 양옥집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꾸몄다. 최모란 기자

수원 행궁동 주택가에 들어선 카페들. 낡은 양옥집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꾸몄다. 최모란 기자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의 한 골목. 단독주택이 옹기종기 모인 길가에 커피 향이 퍼졌다. 냄새를 따라가니 낡은 양옥집이 나왔다. 집 앞에는 '커피'라고 적힌 간판이 붙어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카페 '치치'의 대표 이지현(28·여)씨는 "가게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수원 화성행궁이나 성곽 등과 떨어져 있는 편인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행궁동은 요즘 수원의 핫플레이스다. 주말이면 20~30대 젊은이는 물론 식사를 하려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몰려 거리가 가득 찬다. 서울 '경리단길'처럼 맛집과 예쁜 카페가 몰려있다고 해서 '행리단길(행궁동+경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이곳의 특징은 수원화성 안쪽에서 화성행궁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골목길에 숨은 상가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단독주택들을 따라 걷다 보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와 맛집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수원 행궁동 주택가에 들어선 카페. 낡은 양옥집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꾸몄다. 최모란 기자

수원 행궁동 주택가에 들어선 카페. 낡은 양옥집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꾸몄다. 최모란 기자

 
화려한 간판이 붙어 있거나 안내 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낡은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서 꾸민 곳들이라 비슷한 겉모습만 보고 무작정 걷다 보면 눈앞에 카페와 식당을 놓고도 지나칠 수 있다. 
그래서 손님들은 휴대전화로 위치를 검색해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헤매가며 목적지를 찾는다.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김지원(23·여)씨는 "일반 카페 거리처럼 상점들이 한 곳에 늘어선 구조가 아니라 식당이나 카페를 찾기 위해 골목 곳곳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보물찾기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수원 행궁동 주택가에 들어선 카페. 낡은 양옥집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꾸몄다. 최모란 기자

수원 행궁동 주택가에 들어선 카페. 낡은 양옥집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꾸몄다. 최모란 기자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행궁동은 수원의 구도심 중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었다. 인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이 있고 화성성곽이 마을을 둘러싼 탓에 문화재 보호법을 적용받아 신축·증축이 어려웠다. 
사람들이 떠난 낡은 빈집엔 "왕이 머물던 행궁이 옆에 있어 기가 센 곳"이라며 전국의 무당들이 몰려왔다. 한때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점집과 철학관이었다.   
이렇다 보니 인근 수원 팔달문과 건너편 통닭 거리를 찾는 사람은 많아도 행궁동을 오는 사람들은 없었다.
수원 행궁동에 들어선 카페 행궁맨션. 낡은 양옥집을 개조해 복고풍으로 심플하게 꾸몄다. [사진 수원문화재단]

수원 행궁동에 들어선 카페 행궁맨션. 낡은 양옥집을 개조해 복고풍으로 심플하게 꾸몄다. [사진 수원문화재단]

 
이런 행궁동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3년 '생태교통 수원' 축제가 열리면서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낡은 길과 상가 간판을 정비하고 주변엔 꽃을 심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8)의 생가터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담벼락에 벽화도 그렸다. 
2015년엔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도 들어섰다.
볼거리가 늘자 사람들이 찾아왔다. 빈집에는 특색있는 식당과 카페가 생겨났다. 현재까지 오픈한 맛집과 카페만 50곳이 넘는다.
수원 행궁동에 있는 나혜석 생가터. 아직 한참 공사 중이다. 최모란 기자

수원 행궁동에 있는 나혜석 생가터. 아직 한참 공사 중이다. 최모란 기자

 
행리단길이 명성을 얻은 것은 지난해 8월 화성궁 일대에서 열린 '밤빛 품은 성곽도시, 수원야행(夜行)' 축제부터다. 3일 동안 12만8728명이 행궁 주변을 오갔는데 골목에 숨은 예쁜 카페 등이 화제가 됐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한몫했다. 다녀간 사람들이 해시태그(#)에 '수원 카페' '행궁동 맛집' 등의 검색어를 붙여 올렸다. 자판기로 위장한 출입문 같은 개성 있는 카페와 화성 등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루프탑 등의 사진을 본 사람들이 "거기가 어디냐?"고 문의했다. 매주 찾아와 카페·맛집 탐방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수원 행궁동에 있는 북카페 '우리의 20세기' 내부. [사진 수원문화재단]

수원 행궁동에 있는 북카페 '우리의 20세기' 내부. [사진 수원문화재단]

 
일부는 아예 행리단길에 직접 가게를 열었다. 구도심 중에서도 외진 곳이라 집값이나 임대료가 다른 지역보다 싸 특히 청년 창업자들이 많이 몰렸다.  수제 식빵 등을 파는 베어 브레드 문석준(30) 대표는 "지난해 벽화를 보러 왔었는데 동네가 너무 예뻐서 올해 초 이곳에 가게를 차렸다"며 "예전엔 점집이었다고 하는데 빈티지 같은 점이 좋아서 살짝 리모델링만 했다"고 말했다.  
수원 행궁동에 있는 정지영커피로스터즈.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오 루프탑에 올라가면 수원화성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수원문화재단]

수원 행궁동에 있는 정지영커피로스터즈.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오 루프탑에 올라가면 수원화성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수원문화재단]

 
그러나 일각에선 행리단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높은 임대료로 원주민 등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 상인은 "빈집은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임대료도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상태"라며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수익이 낮은 점집과 철학관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이 만든 미술관 주변 맛집, 가볼만한 곳 지도. [사진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이 만든 미술관 주변 맛집, 가볼만한 곳 지도. [사진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

 
수원시도 이런 점을 우려하면서도 '행리단길' 홍보에 한창이다.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경기관광박람회'에서 '행리단길'을 알렸다.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도 최근 행궁동 일대 맛집과 카페, 가볼 만한 곳을 담은 '미술관에 가볼지도'를 만들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8, 9월에는 수원야행 축제가, 10월 5~7일에는 정조대왕 능행차를 재연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행궁동 일대에서 열린다"며 "행리단길 같은 지역 상권과 연계한 관광코스를 꾸준히 개발하는 한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대책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행궁동 지도. 최모란 기자

행궁동 지도.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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