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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세계에 민주주의 이식' 주장한 중동학 석학 버나드 루이스 교수 별세

서구의 중동학 분야의 석학인 역사학자 버나드 루이스 전 프린스턴대 교수가 19일 미국 뉴저지주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102세.  

버나드 루이스(1916~2018)

버나드 루이스(1916~2018)

 
1916년 영국 런던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중동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현대 중동학 분야를 새롭게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다양한 저서들은 서구가 중동·이슬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구 사회에 대한 중동·이슬람 사회의 번역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두 문명권 간 가교 역할을 해왔다.  
SO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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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하드와 이슬람에 대한 연구로 기독교 기반의 서구와 이슬람 바탕의 중동이 언젠가 격돌할 것이라는 ‘문명의 충돌’ 가설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생전에 “비서구 문명에 배타적인 것도, 서구 문명이 모두 나쁘다고 가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하면서 학문적 균형을 강조했다. 『100년의 기록』에선 서구중심주의도, 일방적인 서구 때리기도 “지독한 민족주의적 오만함”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책 '100년의 기록', 버나드 루이스·분치 엘리스 처칠 지음.

책 '100년의 기록', 버나드 루이스·분치 엘리스 처칠 지음.

 
한국에선 1998년 도서출판 까치에서 번역·출간한  『중동의 역사』(원저 The Middle East: A Brief History of the Last 2,000 Years, 1996년)이라는 기념비적 저서로 잘 알려졌다. 그 밖에  『이슬람 1400년(개역판)』 (2010년 까치), 『암살단: 이슬람의 암살 전통』 (2007년 살림), 『100년의 기록: 버나드 루이스의 생과 중동의 역사』 (2015년 시공사) 등의 저서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이라크전 당시 불타는 이라크군의 T-55 전차. 중동을 민주화시키고 인본주의르 정착시켜야 한다는 버나드 루이스 교수의 중동에 대한 생각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의 중동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포토]

이라크전 당시 불타는 이라크군의 T-55 전차. 중동을 민주화시키고 인본주의르 정착시켜야 한다는 버나드 루이스 교수의 중동에 대한 생각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의 중동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포토]

 
루이스 교수는 1916년 영국 런던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런던대학교 SOAS(School Of Africa and Oriental Studies, 아프리카 동양학 대학)에서 근동사를 공부하고 39년 이슬람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대에서 연구하고 SOAS 강사로 일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군에 입대했다. 기갑과 정보 부대에서 근무하다 중동 전문가로서 인정받아 전쟁성과 외교부에서 일했다.  
종전 뒤 SOAS에서 중동학이라는 ‘학문적 블루오션’을 개척하다 74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옮겨 86년까지 근무했다. 깊이 있는 연구와 수많은 저작으로 서구사회의 중동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는 평가다. 정년퇴직 뒤엔 코넬대의 초청을 받아 90년까지 가르쳤다.  
루이스는 66년 ‘북미중동학회(MESA) 창립회원으로 참가했지만 이 학회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 정책에 대한 반대 일색으로 돌아서자 2007년 중동아프리카 연구협회(ASMEA)를 새롭게 창립했다.  
 
평화롭고 번영하는 중동의 모습. 두바이 항구. [중앙포토]

평화롭고 번영하는 중동의 모습. 두바이 항구. [중앙포토]

 
 
루이스 교수의 연구와 저작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비교문학자인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년) 컬럼비아대 교수로부터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이드 교수는 78년 출간한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서구가 제국주의와 서구우월론에 바탕을 둔 서양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중동을 비롯한 동양 세계를 바라보면서 지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대표적인 인물로 루이스 교수를 꼽았다. 이에 대해 루이스 교수는 자신이 중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국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서구의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변했다. 당시 사이드-루이스 논쟁은 비서구 사회를 바라보는 서구 시각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논쟁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서구의 중동 정책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멘 내전에 참전한 예멘군의 모습.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으로 진행돼 중동 안전을 위협한다. 불안한 중동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예멘군 사이트]

예멘 내전에 참전한 예멘군의 모습.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으로 진행돼 중동 안전을 위협한다. 불안한 중동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예멘군 사이트]

 
버나드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네오콘의 중동정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한 서방의 간섭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폈다는 것이다. 이 때문 일부에서 이라크 침공을 비롯한 미국의 중동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만년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튀르크군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조직적인 전쟁범죄나 인종학살이 아니라 전시를 이용한 민족봉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도 그는 ‘블루오션’ 분야였던 중동 연구에 진출해 지독한 노력으로 전문성·지식·정보 갖췄으며 자신의 신념에 대해 강한 소신을 보인 강단 있는 역사학자임은 틀림없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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