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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1등’이 없다…구광모의 LG가 짊어진 숙제

23년간 LG그룹을 이끈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은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어깨는 그 어떤 후계자보다 무겁다. 70개 계열사를 거느린 연매출 160조원의 글로벌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서 LG의 사업 전환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일단 ‘구광모 호(號)’의 출항은 안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집단처럼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이 주요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는 체계가 자리 잡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근 호실적은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계에서 나왔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60조원 시대를 열었고, 영업이익도 2조4685억원으로 2009년(2조680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벌어들였다.  
 
LG화학ㆍLG생활건강도 중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ㆍTHAAD) 갈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한 가운데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냈다. 총수의 세대교체에도 당장 큰 경영 방식이나 시스템의 변화는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되면 구광모호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자ㆍ화학 등 아버지 때 확고히 자리 잡은 사업은 과거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G가 비교우위에 있던 백색가전ㆍ디스플레이ㆍ배터리 등은 모두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다.  
 
LG전자에서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LG전자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LG전자의 주력제품인 세탁기 등의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낸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 탓에 지난 1분기 6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LG화학이 앞서가고 있는 배터리 분야도 시장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회사 밖으로도 중국ㆍ일본 기업과의 경쟁 심화,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  
 
여기에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처럼 확실한 '1등'이라 할 만한 사업이 마땅찮다. 이는 곧 그룹을 먹여살릴 확실한 캐시카우가 없다는 LG그룹의 약점으로 이어진다. 지난해초부터 구 회장을 대신해 LG그룹 경영을 총괄해왔던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내 전략회의 등에서 수시로 '위기론'을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위기는 새 선장인 구 상무에게 숙제이자 도전이다. 구 상무는 정보기술(IT)ㆍ4차산업 등에 관심이 많고, 신사업을 관할하는 조직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런 만큼 새 체제가 정착된 뒤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가전ㆍ화학 등 경쟁력 있는 주력사업은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바이오ㆍ에너지ㆍ전장부품 등 신수종 사업을 육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G는 바이오 분야 강화를 위해 2016년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합병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도 태양광ㆍ에너지저장장치(ESS)ㆍ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월에는 LG전자가 ZKW를 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장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LG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구 상무는 부친이 씨를 뿌려놓은 전장ㆍ바이오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학 계열사들을 정리한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고,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LG 관계자는 “구 상무의 경험 부족 얘기가 나오지만,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서는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았다”며 “6명의 전문경영인의 보좌를 받아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LG 내에서는 하현회 LG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 부회장은 ㈜LG의 시너지팀장(부사장) 재임 시절 구 상무를 휘하에 뒀다. 인연을 맺었다. 조 부회장은 구 상무가 LG전자 미국법인과 창원사업장 등에서 근무할 때 연을 맺었다.  
  
손해용ㆍ김정연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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