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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울산·구미 주택 포화상태…'마피 3000만원'까지 등장

마피 3000만원 등장한 '부자도시' 
 구미 한 부동산 업체에 붙은 아파트 홍보게시물. 김윤호 기자

구미 한 부동산 업체에 붙은 아파트 홍보게시물. 김윤호 기자

지난 15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신당리 구미확장단지. 구미국가산업단지 옆에 붙은 공단 입주 인력을 위한 신도시다. 245만여㎡ 크기의 단지 곳곳은 신축 아파트 입주와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한편에 ‘전세자금으로 내집마련+@입주축하금’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보였다. 지난해 11월 준공된 A 아파트(890세대) 앞 부동산엔 ‘-1000’이라는 게시물도 눈에 띄었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입주 축하금, -1000이 무엇이냐”고 묻자 “입주 축하금은 아파트를 사면 시공사 등에서 축하금을 준다는 것이고, -1000은 분양가에서 1000만원을 뺀 판매가”라고 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에서나 볼법한 신축 브랜드 아파트의 입주 축하금, ‘마피(마이너스 피)’가 등장한 것이다. 그는 “110㎡ 저층 기준 분양가에서 2100만원이 빠진 아파트 매물도 있다”며 “내년 1월 완공 예정인 한 브랜드 아파트는 벌써 200만원 정도 '마피'가 형성된 세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인근 B 아파트는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1532세대 중 아직 26세대가 미분양 상태였다.  
 
미입주 세대 대란 우려 울산 
구미확장단지 한편에 걸린 홍보 현수막. 김윤호 기자

구미확장단지 한편에 걸린 홍보 현수막. 김윤호 기자

16일 울산시 북구 송정지구 택지개발 공사 현장 입구. 대형 트럭이 줄지어 드나들었다. 공사가 끝나면 택지개발 부지 아파트엔 7100여 세대가 입주를 시작한다. 이곳에서 8㎞ 정도 떨어진 북구 매곡중산지구와 신천동에서도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북구 매곡지구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앞. 죽 늘어선 부동산들에서 ‘마피’, ‘무피’ 가 적힌 매물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분양가보다 3000만원 정도 떨어진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매매 게시물. 최은경 기자

분양가보다 3000만원 정도 떨어진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매매 게시물. 최은경 기자

부동산 중개인은 “송정·매곡중산 지구 모두 예전 울산 경기 호황기에 분양은 거의 다 됐지만, 아파트 공급이 늘어 이젠 잔금을 치르지 못한 ‘미입주’ 세대가 대거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축 아파트가 많은 울산 북구엔 2년 전보다 아파트 프리미엄이 3000만원 정도 하락한 ‘마피’가 등장했다.      
울산의 공업탑. [중앙포토]

울산의 공업탑. [중앙포토]

공업탑과 수출탑이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우리나라 대표 공업·수출도시 울산과 경북 구미. 이른바 ‘부자도시’로 이름난 두 도시가 ‘마피’, ‘미입주’ 등 부동산 ‘소화불량’ 상태다. 아파트 등 주택 공급 과잉 현상이 생겨나면서다. 구미는 2016년 말 주택보급률이 이미 122%를 넘어섰다. 울산은 107.3%를 돌파했다. 전국 평균은 102.6%다.  
  
포화상태에 계속 더 지어지는 아파트 
 
두 도시의 주택은 이미 포화 상태이지만 지금도 신축 아파트가 계속 더 지어지고 있다. 구미의 경우, 인구 41만9000여명이던 2016년 말까지 9만4900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8만8800세대의 원룸 등 단독주택이 생겼다. 1만2000세대의 5층 미만 다세대주택이 형성됐다. 그런데 인구 42만1000여명을 기록한 지난해 말까지 구미엔 9개 아파트 단지(7783세대)가 새로 더 생겼다. 올해 들어서도 1개 아파트 단지(977세대)가 더 준공됐다. 지난달 말까지 구미의 미분양 아파트는 1290세대. 
 
이런 상황에서 연말까지 5개 아파트 단지(3916세대)가 더 완공된다. 내년에도 4개 아파트 단지(3021세대)가 새로 생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구미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감독 중이다. 
구미확장단지의 신축 공사 현장. 김윤호 기자

구미확장단지의 신축 공사 현장. 김윤호 기자

울산도 사정은 같다. 올해 1만여 세대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는 4200여 세대. 내년에도 1만 세대 입주 물량이 더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1만518세대 아파트가 지어졌다. 미분양 역시 2015년 100세대 안팎이었다가 점점 늘어 올 1월 1000세대를 넘어섰다. 3월 현재 830세대다.    
 
부자도시인데…“아파트값은 글쎄” 
 
두 도시의 아파트값은 내림세다. 울산 북구 월드메르디앙시티 매매가는 84.88㎡(전용면적) 기준 2016년 1월 3억5000만원에서 2억8800만원으로 18% 하락했다. 구미 광평동의 A 아파트 82.88㎡ 기준 매매가는 지난해 5월 1억 9500만원에서 이달 들어 1억73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울산본부에 따르면 울산의 지난해 아파트 가격 등락률은 전년 대비 -2.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은 1.4% 올랐다.
구미확장단지. 김윤호 기자

구미확장단지. 김윤호 기자

이런 현상이 생겨난 것은 삼성전자·현대중공업 등 든든한 일자리를 보고 두 도시에 몰려든 젊은 근로자들. 이들만 보고 산업·경기 침체를 예측하지 못한 채 주택 건설용 땅을 매입하는 등 일단 짓고 보자 식의 건설 붐이 생긴 게 주된 이유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울산·구미의 부동산 불황은 산업 침체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울산·구미 경기 찬바람 쌩쌩
 
실제 잘 나가던 두 도시의 경기는 찬바람이 분다. 구미는 주력 기업체인 삼성전자가 2010년 이후 하나둘 주요 스마트폰 제조라인을 해외로 옮겼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량도 예전만 못하다. 2003년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9%를 맡은 구미의 수출액 비율은 지난해 말 4.9%로 반 토막이 났다. 
 
구미국가산업단지도 2014년까지 2010개 기업, 10만여명의 근로자가 일하면서 48조 원어치의 제품을 생산했지만 2016년과 지난해엔 각각 2152개, 2247개로 기업체는 조금 늘었지만 생산액과 근로자는 각각 44조, 9만5000여명으로 줄었다. 인구도 수년째 41만과 42만명을 오르락내리락 중이다. 
조선 경기 침체로 울산 경제가 불황에 빠졌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보이는 울산 동구. [연합뉴스]

조선 경기 침체로 울산 경제가 불황에 빠졌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보이는 울산 동구. [연합뉴스]

울산도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불황이다. 조선업은 울산 3대 주력사업의 하나로 울산 전체 생산액의 28.5%를 차지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세계 조선 경기 불황으로 최근 3년여 동안 수주 절벽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수주 선박 수는 2016년 24척, 지난해 48척, 올해 1분기 7척에 불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호황기 140여 척을 훨씬 밑돈다. 현대차 역시 중국과 미국 시장 판매 감소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5% 급감했다. 일자리가 줄면서 울산 인구는 28개월 연속 순 유출을 기록, 지난 3월 기준 118만1310명이다. 2015년부터 감소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지역 경제가 회생하지 않으면 부동산 불황이 몇 년 동안 지속할지 알 수 없다”며 “건설 허가를 내준 지자체가 미분양·미입주 물량을 어떻게 소진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입주 예정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미·울산=김윤호·최은경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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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