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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때면 다 감독” 한국 축구에 쓴소리한 신태용 감독

신태용 감독. 양광삼 기자

신태용 감독. 양광삼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때만 열기가 뜨거워지는 한국의 축구 문화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신 감독은 19일 월간중앙과 전화 인터뷰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과 관련 “우리나라 국민이 평상시에도 축구를 좋아하고, 프로리그 관중들 꽉 차고, 그런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을 욕하고, 훈계하면 난 너무 좋겠다 생각한다”며 “그러나 축구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월드컵 때면 3000만 명이 다 감독이 돼서 죽여라 살려라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중국만 가도 관중석이 80% 찬다. 우리는 15~20%인데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며 “이런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승3무3패(승점 15점)를 기록, 조 2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으나 경기력은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감독은 이에 대해 “천만다행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는데 난 금의환향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월드컵 진출 당했다’ ‘본선에선 신태용으로 안 된다’는 말이 곧바로 나왔다”며 “내가 이런 소리 듣고 계속 감독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신 감독은 가장 속상했던 비판 댓글에 대해 “제대로 축구를 모르면서 인신공격을 할 때”라며 “‘신태용 네가 감독이냐’ ‘너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우리나라 축구가 안 된다’ 뭐 이런 식이다. 축구에 관해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화풀이하면서 하는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6월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스웨덴과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있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믿고 월드컵 전사들에게 힘을 실어 달라”며 “그러면 없던 힘도 생기고, 갖고 있는 100%가 120%로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신 감독 인터뷰 전문은 아래 관련기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16강 신화’ 선언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출사표
한국의 월드컵 역사는 도전과 눈물이다. 6ㆍ25 전쟁의 포연(砲煙)이 채 가시지 않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한국은 첫 출전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 30년이 넘도록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 사상 두 번째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 때는 4강 신화를 썼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는 사상 첫 원정 16강의 금자탑을 세웠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은 러시아에서 어떤 역사를 쓰게 될까.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는 게 꿈이다. 그런데 감독이 돼 월드컵에 나가겠다고 미리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난 선수로서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세 차례(1994ㆍ1998ㆍ2002년) 있었지만 모두 나가지 못했다.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 23명 중 하나가 아닌 단 한 명이 나가는 감독으로서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획기적인 사건이다. 축구 인생에 전환점이 될 거다. 내 머릿속 시계는 오로지 2018 러시아월드컵에 맞춰져 있다. 모든 것을 바쳐 최대한의 목표를 이루도록 준비하고 노력하겠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감독 신태용(48)의 출사표다. 태극전사를 이끌고 영광스러운 성전(聖戰)에 나서지만 그동안 그는 격려보다는 비난을 더 많이 받았을 터이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탈락의 위기에서 슈틸리케의 바통을 이어받아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업을 이루었지만 “경기 내용이 나빴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그다. 뜬금없이 불거진 ‘히딩크 복귀론’ 때문에 능력 없는 사람이 대표팀을 맡게 된 양 수모를 겪었다. 월드컵 조편성에서 스웨덴ㆍ멕시코ㆍ독일과 한 조로 묶이자 ‘3전 전패 탈락’ ‘1골만 넣어도 다행’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 도중 골 찬스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손흥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 도중 골 찬스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손흥민.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서 보기 드문 강심장이자 ‘멘털 갑’이다. 그는 “세상사람들이 뭐라 해도 난 내 길을 간다”며 ‘유쾌한 반란’을 준비해 왔다. 월드컵 대표팀 명단(28명) 발표 이후 월간중앙은 신 감독과 긴 통화를 했다.  
 
인터뷰 때 어떤 질문을 많이 받았나?
“거의 비슷하다. ‘부상자가 많은데 어떠냐’ ‘예선 3전 전패한다고 하는데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이다. 내가 다른 나라 감독이라도 한국이 당연히 우리 조에서 ‘밥’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든 한국을 잡으려 할 것이고, 한국 못 잡으면 안 된다 생각할 거다. 그러나 우리가 그걸 잘 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스웨덴이나 멕시코한테 비겨도 아쉬울 게 없으니까.”  
 
당초에는 최종 엔트리를 23명만 뽑으려고 했다는데 왜 그랬나?
“A대표팀을 맡아서 선수들과 오래 같이 생활을 안 해봤기 때문에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 23명으로 뽑으려 했다. 경쟁 구도보다는 조직력을 중시하려 했다.”  
 
그런데 여러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정적으로 ‘이거 안 되겠다’ 싶었던 때는 언제인가?
“중앙수비수 김민재(21ㆍ전북 현대)가 부상당하면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비는 조직인데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던 수비 조직이 완전히 무너졌다. 수비 조직보다 팀 전체적인 조직을 만들어서 (도전)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중앙수비수에 장현수(27ㆍFC 도쿄)-김민재를 두려고 했는데 이게 틀어지면서 포백(4명이 나란히 서는 수비 형태)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고, 플랜A 대신 스리백을 꺼내 들었는가?
“그렇다. 스리백을 구성하거나 포어 리베로(스리백의 중앙과 미드필더를 위아래로 오가는 수비 핵심 선수)를 두는 변형 스리백을 생각하면서 수비 선수를 뽑았다. 장현수가 포어리베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이 왔다갔다할 수도 있다.”  

러시아行 비행기에 축구 인생 걸어
2010년 6월 12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엘리자베스 넬슨 만넬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박지성이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기성용과 환호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그리스를 2대 0으로 눌렀다.

2010년 6월 12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엘리자베스 넬슨 만넬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박지성이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기성용과 환호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그리스를 2대 0으로 눌렀다.

변형 스리백은 최용수 감독이 FC 서울을 이끌 당시 재미를 봤는데, 그땐 오스마르(스페인)라는 뛰어난 포어 리베로 자원이 있었다. 지금은 장현수나 기성용이 해야 할 텐데. 기성용으로선 본인이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포지션은 아닌 것 같고, 장현수도 불안한 부분이 있다.
“되묻고 싶다. 장현수가 불안하다, 불안하다 하는데 도대체 뭐가 불안한 건지 얘기해 줄 수 있느냐? 실점 상황엔 늘 장현수가 있다는 건데 수비수는 골 먹을 때 당연히 옆에 있는 거다. 본인의 결정적인 실수로 골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커버하다 골을 먹을 수도 많다. 그 선수가 잘한 건 일체 얘기하지 않고, 항상 실수한 걸로 선수 기를 죽이면 어떡하나. 가진 실력을 100% 발휘해도 될까 말까 한데 자꾸 위축되니까 70~80% 기량밖에 못 보여주는 거다.”  
 
갑자기 신 감독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작심한 듯 미디어에 대한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자신의 기사에 대한 조회수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니까 자극적으로 눈에 띄는 기사를 쓰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을 안 쓴다. 독자들은 그걸 보고 ‘그런가 보다’ 하고 믿으니까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다. 어떤 프리랜서는 일본 J리그에서 장현수가 골키퍼와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실점한 것까지 찾아내서 보도했다. ‘장현수? 좋다. 안 쓸 게. 그럼 현수보다 좋은 선수를 추천해 보라’고 해도 대안이 없다.”  
 
신 감독은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와 댓글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기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았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내 축구인생을 걸었다. 나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0대 0 무승부)을 앞두고 ‘월드컵 진출 못 하면 축구인생 이걸로 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결과가 안 좋으면 한국에 들어올 때 선수단과 다른 비행기를 타고 몰래 귀국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경기를 앞두고 5일 동안 그런 압박감과 고통 속에 지냈다. 천만다행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는데 난 금의환향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월드컵 진출당했다’ ‘본선에선 신태용으로 안 된다’는 말이 곧바로 나왔다. 내가 이런 소리 듣고 계속 감독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스웨덴ㆍ멕시코ㆍ독일을 이길까 생각을 모아야 하는데 외부에서 자꾸 팀을 흔들고 ‘히딩크가 와야 한다’는 소리들을 하니 정말 답답한 지경이다.”  
 
신 감독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말을 끊고 첫 질문으로 돌아갔다.
 
이승우(20ㆍ헬라스 베로나)의 발탁은 언제쯤 생각했나?
“U-20 대표팀에서부터 워낙 잘 알고 있었다. 당시 국내 최강 프로팀 전북 현대 1.5군과 연습경기를 하면서도 힘에서 밀리는 걸 보았다. 그런데 이탈리아라는 동네에 가서 부닥쳤으니까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명문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골도 넣고 게임도 자주 출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월드컵 1차전 상대인 스웨덴을 면밀히 분석하다 보니 ‘승우가 빠져 들어가는 동작이 좋으니까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커로 뛰었을 때 문전 앞에서 파울을 얻는 센스도 좋다. 파울 얻으면 전담 키커는 손흥민(26ㆍ토트넘 홋스퍼)도 있고, 승우도 있다.”  
 
문선민(26ㆍ인천 유나이티드)은 이승우와 비슷하게 작지만 빠르고 돌파가 좋은 선수다. 스웨덴에서 뛴 경험도 있다. 언제 그를 뽑겠다고 생각했나?
“머릿속에는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염기훈이 다치고 난 다음에 코치들에게 ‘내가 계속 지켜봐 왔으니까 확인해 보라’고 했다. 코치들도 선민이가 K리그에서 제일 좋다면서 감독님이 잘 보셨다고 했다.”  
 
스리백으로 가게 되면 4-4-2 포메이션이 폐기된다는 얘긴데, 그럼 투톱으로서 손흥민의 역할이 달라진다는 얘기인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우리는 원톱으론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개인 능력이 안 된다. 투톱으로 갈 것이다. 그건 변함없다. 3-4-1-2로 간다든가.”  
 
이승우ㆍ문선민 등 새 얼굴이 뽑히면서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는 것 같다. 반면 팀에서 경기를 못 뛴 이청용(30ㆍ크리스털 팰리스)에 대해선 아직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던데.  
“그건 어쩔 수 없다. 경기 안 뛴 선수를 뽑는 건 분명 논란의 소지는 있다. 그렇지만 나는 감독 선임될 때부터 내 스타일에 맞으면 경기 못 뛰어도 뽑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그쪽 팀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더라도 우리 팀에 오면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는 거다. 지금 크리스탈 팰리스 랭킹 1, 2번이 이청용 자리(오른쪽 미드필더)다. 직접 가서 경기를 봤지만 이청용이 주전 대신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청용의 실력이 안 되는데 뽑는다면 내가 감독으로서 자질이 없는 거다. 호지슨 감독도 ‘몸은 상당히 좋다. 우리 팀이 강등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상황이다 보니 경기에 못 넣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청용은 경기를 못 뛰더라도 고참으로서 팀의 전체적인 안정감, 융화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이청용은 그런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청용이도 자신이 선발이라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 23명에 뽑혀 월드컵 가면 다 뛰고 싶을 거다. 그러나 선발로 못 나가면 속으로 힘들 것이다. 그걸 이겨내고 후배들을 격려해 주고 선배로서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청용이는 할 수 있다.”
첫 상대 스웨덴 포백 견고… 해법은 스피드와 역습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기뻐하는 홍명보.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기뻐하는 홍명보.

우리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나?
“선수들이 다 게임을 뛰고 와서 체력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유럽은 시즌이 끝난 상황이다. K리그는 한창 시즌 중이라 몸이 올라가는 상태다. 밸런스가 서로 다르다. 유럽파들에겐 휴식이 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전체 리그를 끝내고 온 선수보다는 시즌 중인 선수들의 몸 상태와 체력이 좋다.”  
 
신 감독은 매일 밤 잠자리에 누우면 스웨덴전 구상을 그림으로 그리지 않을까. 그는 “그렇지는 않다”며 웃은 뒤 “골 넣는 장면을 상상하기보다는 공격이든 수비든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시뮬레이션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전은 어떤 그림이 나오나?
“우리가 볼 점유율을 높일 순 있겠지만 그럴 경우 결정적으로 위험한 찬스는 더 많이 줄 수 있다. 스웨덴의 포백은 워낙 견고하다. 평균 신장이 1m87㎝이다. 우리가 역습을 할 때 공간이 날 거다. 이때 빠른 친구들을 넣어서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걸 시뮬레이션 돌려보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스웨덴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스웨덴은 한국이라는 게 머리에 없는 것 같다(실제로 월드컵 개막 직전 평가전 상대도 아시아 국가는 없다). 그게 실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도 유럽ㆍ아프리카ㆍ중남미 국가들 상대하면 스타일과 느낌이 다르다. 일본과 한국은 이웃 국가지만 전혀 다른 축구를 한다. 유럽은 그러나 그렇게 생각 안 하더라. 경험을 안 해보면 실수 아닌 실수를 할 수 있는 거다.”  

 
1차전을 이기지 못 하면 힘들어질 텐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16강 시나리오는 뭔가?
“1승1무1패 또는 2승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이다. 2016 리우올림픽이나 2017 U-20 월드컵 모두 다 죽음의 조에서 헤쳐 나왔다. 리우올림픽에서 2승1무 조 1위 해서 올라가 보겠다고 인터뷰 했는데 다들 믿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독일ㆍ멕시코ㆍ피지가 속한 조에서 2승1무로 조 1위를 했다. 감독이라는 사람은 막 던지는 게 아니다. 상황을 보고 느낌을 갖고 상대 분석해 보고 하는 거다. 밀릴 수 있고 질 수도 있지만,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 팬들은 3전 3패 예선탈락 인정하자고 하던데, 나는 인정하지 못 한다는 거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수비라인
1954년 3월 7일 스위스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열린 일본 도쿄 메이지 신궁 경기장의 그라운드는 진흙탕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들은 진흙탕 그라운드에서 5골을 넣고 일본을 꺾었다.

1954년 3월 7일 스위스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열린 일본 도쿄 메이지 신궁 경기장의 그라운드는 진흙탕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들은 진흙탕 그라운드에서 5골을 넣고 일본을 꺾었다.

이렇게 기대가 안 되는 ‘무관심 월드컵’은 처음이라는 얘기도 많던데.
“그러다 스웨덴 이기면 난리 날 텐데…! 관심을 갖든 안 갖든 우리가 더 좋아지고 나빠지고 그런 건 없다. 우리가 할 것만 묵묵히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한테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래서 자만하지 않고 준비하는 거다.”  

 
남은 변수를 컨트롤해야 하는데, 가장 큰 것이 선수들의 부상일 것 같다.
“K리거들은 시즌 중에 왔고, 유럽파는 시즌 끝나고 와서 훈련을 강하게 할 수 없다. 평가전 때 꼭 월드컵에 가야겠다는 마음에 무리한 동작이 나올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평가전이 아니라 월드컵 스웨덴전에 포커스를 맞추는 거다.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소집되면 선수들을 매일 체크하면서 얘기해 주고, 흥분하지 않고, 자제하면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스포트라이트 받으면 들뜰 수 있으니까 섬세하게 관리할 것이다.”  

 
코치들과의 역할 분담은 잘 되고 있나?
“전경준ㆍ차두리ㆍ김남일 코치는 내 옆에서 팔과 다리, 눈과 귀가 돼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주 잘하고 있다. 수석코치인 그란데, 체력담당인 미냐노 코치까지 분야별로 잘하고 있다. 훈련 플랜도 다 같이 모여서 짠다. 스페인에서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하나 묻고, 조언을 얻는다. 그러나 결정은 100% 내가 한다. 스페인의 스타일이 있고, 우리 스타일이 따로 있다. 그 친구들도 젠틀하다. 스페인 축구가 강하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 아니다. 난 인복(人福)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한 팀을 꼽는다면?
“독일이다. 지난해 U-20 월드컵 때는 우리 조의 잉글랜드가 우승했고, 리우올림픽 때도 우리 조에 있던 독일이 결승에 갔다. 이번에도 우리 조에서 우승팀이 나오지 않을까(웃음).”  

 
팀 전력과 관련해서 솔직히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뭔가?
“월드컵 가서 성적을 내야 하는데 수비라인이 내가 생각한 만큼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거다. (그 힘든 것 때문에 의지하는 게 있는지 묻자) 그런 건 없다. 그냥 내 힘으로 이기는 거다. 내 성격상 미리 걱정은 안 한다. 선수단이 소집되면 머리에 쥐가 나겠지만 그전까지는 별 거 없다.”  

 
댓글을 안 본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텐데, 가장 속상하게 만드는 것이 뭔가?
“제대로 축구를 모르면서 인신 공격을 할 때다. ‘신태용 네가 감독이냐’ ‘너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우리나라 축구가 안 된다’ 뭐 이런 식이다. 축구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화풀이하면서 하는 거다.”  

 
축구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고들 하는데, 직접 겪어 보니 어떤가?
“우리나라 국민이 평상시에도 축구를 좋아하고, 프로리그 관중들 꽉 차고, 그런 상태에서 대표팀 감독을 욕하고, 훈계하면 난 너무 좋겠다 생각한다. 그러나 축구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월드컵 때면 3000만 명이 다 감독이 돼서 죽여라 살려라 하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이들은 대표팀 경기 외엔 관심이 없다. 그런데 대표팀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일본ㆍ중국만 가도 관중석이 80% 찬다. 우리는 15~20%인데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게 너무 힘들다. 물론 좋을 때도 있다. 대우받는 것도 있고, 축구에선 대통령 같은 존재 아닌가. 양면이 있는 것 같다. 그걸 스스로 잘 조절하려고 한다.” 
대회 기간 선수들에게 SNS 금지령 내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최순호(오른쪽)가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최순호(오른쪽)가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멘털 갑’인데도 기가 죽거나 위축되는 때가 있나?
“없는 것 같다. 그 순간에 열 받고, 때론 소심해질 순 있지만 마음속에 담고 그렇진 않는다. 누가 욕하면 ‘잘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지’ 하고 스스로 털어내려고 한다. 위축되고 그런 건 없다. 잠도 하루 7시간 이상 잘 잔다.”  

 
지난해 U-20 월드컵을 보면서 신 감독에게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면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절대 아니다. U-20 월드컵 예선 3차전 잉글랜드전에 이승우ㆍ백승호 등 주전을 빼고 지는 바람에 분위기가 처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선수들은 보름 이상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2승을 한 뒤 16강 이후를 생각해 주전들을 빼고 잉글랜드와 붙었던 거다. 16강에서 포르투갈에 지는 바람에 많은 비판을 받은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일본전에서 많이 배웠다. 전반 2대 0으로 앞서면서 ‘너희 오늘 제대로 걸렸어. 5골 먹어 봐라’ 하면서 공격을 퍼붓다가 2대 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그때 달라졌고, 많이 공부했다.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일본한테 4대 1로 이겼을 때도 더 넣고 싶었다. 그러나 자제하고 페이스 조절을 했다.”  

 
선수들한테 어떤 부분을 강조할 건가?
“첫째가 부상 없는 몸 관리다.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몸이 피곤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뜻하지 않게 다치게 된다. 그런 거 하나하나에 선수들을 집중시킬 거다. 훈련할 때는 희생정신을 강조할 거다. 우리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본 한 발에서 열 발은 더 뛰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목표를 얻을 수 있다.”  

 
월드컵 기간에 선수들에게 SNS 금지령을 내렸다던데 사실인가?
“선수들이 팬들하고 소통하는 건 좋지만 지금은 모든 관심이 대표팀에 쏠려 있다. 동료끼리 편하게 나누는 메시지의 글씨 하나, 토씨 하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표팀 안에서 쓸데없는 소모전을 차단하고, 내부적인 보안 사항이 흘러 나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 되면 통쾌한 반란이 될까?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팬들이 다들 반란이 일어났다고 하지 않을까. 그걸 목표로 달려가겠다.”  

 
신태용 감독에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신 감독의 낮은 목소리 톤에 힘이 실렸다. “있는 그대로 얘기하자면, 팬들이 보는 눈이 맞을 수 있다. 현실적으론 3전 전패를 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발 깊이 파고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 선수들을 믿고 월드컵 전사들에게 힘을 실어 달라. 그러면 없던 힘도 생기고, 갖고 있는 100%가 120%로 될 것이다.”  
 
정영재 중앙일보 스포츠 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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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