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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1만여명 여성들이 거리로 나간 이유

홍상지 사회부 기자

홍상지 사회부 기자

‘본 시위는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합니다. 남자는 참여할 수 없으며 질서유지인이 제지합니다.’
 
다음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지난 18일 올라온 공지 글이다. 다음 날 오후 서울 혜화역 부근에서 열린 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2000여 명의 여성 참가자들이 몰렸다. 국내에서 열린 단일 성별 시위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여성들은 운영진이 대절한 버스를 타고 광주·대구·대전·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왔다. 참가자들의 행렬은 혜화역 2번 출구에서부터 방송통신대학까지 200m 가량 이어졌다.
 
시위 운영진은 성명서에 “여성이 불법촬영 피해를 고소할 때 ‘묵직한 거 위주로 가져오라’며 외면해온 경찰은 피해자가 남성(홍익대 누드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이 되자 증거수집을 위해 한강을 뒤지고 2차 가해 자료를 수집하며 정상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참가자들은 “여자도 국민이다”“동일수사 동일처벌 촉구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동요 ‘숫자송’ 등을 개사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9일 서울 혜화역 부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여성들이 대거 참가했다. [뉴시스]

19일 서울 혜화역 부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여성들이 대거 참가했다. [뉴시스]

사실 경찰이 불법촬영 사건을 성별에 따라 ‘편파 수사’ 했다는 주장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번 홍익대 몰카 사건은 일반적 사이버 수사와 달리 피해 장소가 한정돼 용의자 특정이 쉬웠다. 또 피의자는 전형적인 구속 요건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붙잡힌 불법촬영 피의자 1288명 중 남성이 1231명이었다. 구속된 34명의 피의자 중 여성은 최근 홍대 사건의 피의자가 유일했다.
 
그러나 이번 시위에는 단순히 ‘편파 수사냐, 아니냐’를 넘어서는 함의가 있다. “남자무죄 여자유죄” 등 과장된 구호 속에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 등에 대한 울분이 뒤섞여 있다. “더 센 증거를 찾아와라”“이걸론 수사가 어렵다”고 채근하는 수사관들과 더딘 수사 속도는 불법촬영 피해 여성들이 고소 단계에서 흔히 겪는 2차 피해다.
 
여자 공중화장실을 갈 때면 칸막이 벽에 뚫린 작은 구멍들을 ‘혹시 몰카 구멍일지 몰라’ 누군가가 일일이 휴지로 막아놓은 흔적들을 보곤 한다. 여성들의 대규모 거리 진출 이면에는 이런 일상의 공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담겨 있다. 이날 일부 남성들은 시위 장소로 찾아와 참가 여성들의 얼굴을 찍으려다 수차례 제지당했다.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조차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참가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홍상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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