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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혁신성장에 왜 속도가 나지 않을까

김원배 경제부 기자

김원배 경제부 기자

“창조경제는 필요한데 구체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봐요.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조가 이뤄지도록 해야지, 넓게 보고 멀리 봐야 하는데 당장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 식으로 하니까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윤원배 숙명여대 명예교수)
 
2016년 진보 경제학자 8명이 함께 쓴 『비정상 경제회담』에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비판한 대목이다. 여기에서 ‘창조경제’를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혁신성장’으로 바꿔 봐도 곱씹어 볼 점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경쟁국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더욱 과감히 속도감 있게 혁신성장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기업들도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믿고 기술개발과 투자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지만 최근 일자리 사정은 신통치 않다. 취업자 증가 규모는 3개월 연속 10만 명대로 쪼그라들었다. 혁신성장에 속도감을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올해 1분기 신설법인 수가 2만6747개로 분기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5.1%로 4년 연속 둔화했다. 게다가 신설 법인이 제대로 생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굵직한 투자를 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여전히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한진 오너 일가의 ‘물컵 사건’ 이후 기업 대상 적폐청산이 속도를 내는 느낌이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은 역외탈세 근절을 강조하며 합동조사단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국세청은 16일 편법 상속·증여 혐의가 있는 50개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별도로 갑질문화 등 생활적폐 척결도 추진 중이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지만 이를 일반화해 대상을 너무 넓히면 기업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번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기업 위축입니다. 기업과 시장의 기를 살려야 하겠습니다. 혁신의 꽃은 기업과 시장에서 펴야 합니다.” 김 부총리는 나아가 “어느 정도 고용 안정성이 확보되면 신축성(유연성) 문제도 긴 호흡으로 같이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부총리 말대로 기업의 기 살리기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런 과제들이 김 부총리의 입에서만 맴도는 한 혁신성장이 안착해 속도감을 내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김원배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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